텔레이오이

by 유진Jang

그 시절 원수의 폭력을 다시 떠올리는 OH, 외나무다리 섀도 밑에서 섀도복싱을 한다, 그의 실루엣은 필라델피아 복서 멜드릭 테일러처럼 투지에 불탄다, (그날 그에게 5초만 더 있었어도)

불빛에 닿은 OH의 정수리는 주황빛으로 연소한다.


플라자 아파트 옆 공원으로 그와 함께 걸어간다, OH의 해마에 송골송골 맺힌 땀방울, 수도꼭지를 돌리자 콸콸 쏟아지는 냉수, 간담이 서늘할 정도로 목덜미를 닦는다.


귓전을 때리는 매미의 마지막 외침, 원수마저도 긍휼히 여기라, 원수에게 원수를 갚지 말라, 그럼에도 우린 벤치에 앉아 매미의 대적이 나타나기만을 기다린다.


원수를 사랑하라, 텔레이오이에 대한 기대, 곤충의 말대로 대화로 타개해 보자고 제안한다, 그러자 가시 면류관에 대놓고 침을 퉤 뱉는 OH.


그건 원수가 뉘우치고 진정 용서를 구할 때나 가능한 일, 그게 아니라면 원수는 오로지 파멸시키기 위한, 파멸되어야만 하는 존재, 다른 선택의 여지는 있을 수 없지.


잠시 잊고 있었다, 그는 결기 어린 필라델피아 파이터란 것을.


스올의 냄새를 맡고 썩어버린 매미의 몸뚱이, OH의 정수리로 낙조의 핏물이 툭툭 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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