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뜩 흐렸던 지난 수요일, AP는 홍대에 나갔다가 몇 번 만난 적이 있는 UT를 우연히 마주치게 되었다.
이어폰을 끼고 라디오헤드의 "No Surprises"를 듣고 있던 UT는 곧 음악 듣는 것을 멈추고 AP에게 물었다.
어디 가?
AP는 중고책 서점에 간다고 대답했다.
UT는 AP의 눈치를 보다가 별다른 대꾸 없이 오 미터쯤 간격을 두고 그의 뒤를 졸졸 따라갔다.
AP는 신경이 쓰이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서 UT에게 물었다.
지금 날 따라오는 거야? 아니면 너도 서점에 볼 일이 있는 거야?
UT는 AP의 눈을 응시하다가 느닷없이 AP가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 중 하나를 자신에게 줄 수 있는지 물었다.
AP는 거절했지만 UT는 포기하지 않고 끈질기게 요청했다.
그래도 우리가 전혀 모르는 사이도 아닌데 하나 정도는 줄 수 있지 않아? 가격은 정말이지 아무 상관없어.
결국 AP는 아끼는 100% 면 손수건을 UT에게 건넸다. 하지만 UT는 그것을 받자마자 갈기갈기 물어뜯어 버렸다. 그러더니 다른 것을 줄 수 없냐고 요구했다.
AP는 고심 끝에 가방에서 바빙크의 개혁교의학 책을 꺼내 던져 주었다.
UT는 이번에도 책을 갈기갈기 물어 찢어 버렸다.
얼굴이 벌겋게 상기된 UT는 씩씩대며 소중한 것을 달라고 소리쳤다.
그 와중에도 AP는 침착함을 잃지 않고 말했다.
내겐 소중한 것이 당신에겐 별 의미가 없는 것 같으니 이건 어떨까,
당신이 좋아할 만한 곳에 내가 당신을 데려다준다면.
좋아, 아주 좋아. UT는 입술을 쭉 내밀고 고개를 끄덕였다.
AP는 음식물 쓰레기와 배설물이 넘쳐나는 악취 나는 골목으로 UT를 데리고 갔다.
UT는 자신이 원한 게 바로 이것이라며 파안대소했다. 그런 다음 지저분한 골목길에 벌렁 드러눕더니 이리 구르고 저리 구르며 온몸을 더럽혔다.
그때 2층에 위치한 숯불 돼지갈빗집 창문이 열리더니 어떤 사람이 창밖으로 오물을 냅다 버렸다.
오물을 정통으로 뒤집어쓴 UT는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꿀꿀거리며 커다란 엉덩이를 좌우로 흔들면서 2층으로 올라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