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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비부숙도

by 유진Jang

P는 자신을 해군사관학교 출신이라고 했다.

미국 볼티모어에서 사십 대의 대부분을 보냈다고,


양키와 깜둥이들이 붐비는 바를 자주 갔었다고,


그곳에선 언제나 버드와이저를 마셨고, 안주로는 핑크빛 유두를 핥아댔다고 말콤 Z에게 말했다.


P는 빙긋 웃으며 누리끼리한 아랫니 사이에 초록색 이쑤시개를 갖다 댔다. 올해 안으로 이쑤시개 회사 하나를 코스닥에 상장시킨다고, 그러면 불쏘시개 회사에 이어 자신의 두 번째 코스닥 상장 회사가 된다고, 게다가 자기는 아너스클럽 멤버이기도 하다고, 며칠 전 기부금을 받은 사람들이 클럽 멤버들을 초대해 피리 공연을 했는데, 양손을 뒤로 한 채 입으로만 피리를 부는 묘기도 보여줬다며 P는 게거품을 물었다.


P는 매실주스를 마시고 몇 초간 쉰 다음 아들은 MIT를 후문으로 들어가 정문으로 나왔는데, 아들 직장은 Samsung, 아들 차는 메르세데스 벤츠인데, 자기도 같은 차종을 삼억 오천 주고 막국수 뽑듯 막 뽑았다고 했다. 교회는 대치동 N 감리교회에 다니는데, 비리가 누룩처럼 번진 부패한 교회라고, 자기같이 신실한 사람에게 장로 직분을 주지 않는다며, 지난 수년간 갖다 바친 헌금이 억대에 가깝고, 새벽예배 역시 거의 빠지지 않았다고, 그런데 이런 지극정성을 교회가 알아주지 않는다고,


닝기미, 얼마를 더 꼬라박아야 장로가 될 수 있냐고, P는 미간을 버드와이저 빈 캔처럼 찌그러뜨렸다. 그의 내장에서 부숙이 덜 된 퇴비 발효가 일어나고 있었고, 그의 입에서는 암모니아 가스 냄새가 풍겨져 나왔다. 리스테린 한 통을 다 마시면 저 악취가 사라질까, 아니면 대대적인 구강 수술을 해야 하나. 구글 검색으로 알아보고 제삼자를 통해 P에게 알려줘야겠다 말콤 Z는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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