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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의 낯빛은 인디고블루, 검은 장막에는 유리 파편이 박혀있고 별의 향기는 맡을 수 없다. King China Restaurant 방정맞게 깜빡거리는 누군가의 눈빛. 호세는 매캐한 냄새를 풍기며 뒷문을 연다. 초점 나간 눈동자, 기름때로 더러워진 앞치마, 호세의 몸 마디마디마다 고기 냄새가 배어있다. 와와와와와와 그가 지나칠 때마다 동네 개들이 환호성을 지르며 그의 겨드랑이를 핥아대는 요인. 호세는 미간을 구기며 허리를 주무른다. 그는 하루 종일 삼백 개의 접시를 닦았다. 그는 반쯤 태우다만 불꽃을 바닥에 버린다. 유리 파편을 흘깃 본 후 주방으로 들어가는 호세.
타이탄스 점퍼를 입은 호세, 홀을 가로질러 나오며 인사한다. "See you tomorrow," 단발머리 시핑이 말한다. "See ya," 호세의 윙크가 나풀거리며 날아간다. 초승달은 쥐가 완전히 갉아먹었다. 암탉 수천 마리가 일제히 날갯짓을 하며 하늘로 날아오른다. 호세는 머프리스보로를 향해 간다. 폭우를 마시고 자라난 AT&T 빌딩. 비가 그치면 부식돼 무너질 것이다. 티후아나 멕시칸 바. 거리에 차를 세운 뒤, 바 안으로 뛰어 들어가는 호세. 에드워드 호퍼 풍의 그림이 술집 벽에 걸려있다. 호세를 발견하고 손을 드는 카를로스. 그를 향해 다가가는 호세. 창가에 앉아 있는 한 남자가 호세의 눈에 띈다. 남자의 뺨으로 흘러내리는 굵은 눈물방울. "혼자 술을 마시며 저렇게 울고 있다니 저런 루저가 있나," 호세는 중얼거리며 의자에 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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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하루는 어땠어?" 카를로스의 상투적 질문이다. "말도 마, 몇 백 개의 접시를 닦았는지 몰라. 염병할 놈의 중국인 사장은 내가 바지 속에 팔 하나를 더 가지고 있는 줄 아나 봐." 호세의 대답이다. 하이에나처럼 키득대는 카를로스. 블랙 블라우스를 입은 거미가 흐느적거리며 다가온다. "주문하시겠어요?" "코로나 두 병 주시오." 호세의 스타카토 대답. 거미는 달콤한 독을 흘리며 돌아간다. "일자리는 찾았어?" 호세가 묻는다. 카를로스는 고개를 가로젓는다. "어제 와이프랑 통화했는데, 돈 부치라고 난리를 치더군. 자넨 직장 있는 걸 행운으로 알아." 그의 말에 호세는 고개를 끄덕인다. 거미는 맥주 두 병을 탁자에 내려놓는다. 가볍게 병을 부딪치고 맥주를 마시는 멕시칸 남자들. "내일 뭐 해?" 호세가 묻는다. "프랭클린에 있는 일식집에 가보려고." 카를로스가 대답한다. "사쿠라를 말하는군, 미구엘이 거기서 몇 달 일했었잖아, 귀여운 아시안 여자들이 많다고, 잘하면 접시도 닦고 동양 여자도 낚을 수 있겠는데." 호세는 말한다. "그러면 더 이상 바랄 게 없지." 카를로스는 히쭉 대며 맥주를 마신다.
1:15 AM. 카를로스는 삼십 분 전 자리를 떴다. 홀로 바에 남아 술을 마시는 호세. 사라졌던 초승달이 그의 눈 속으로 떠오른다. "왜 이렇게 취하지 얼마 마시지도 않았는데." 그는 턱을 긁으며 주위를 둘러본다. 옆 테이블에 있던 세뇨리타 둘이 일어난다. 그녀들의 테이블에 놓인 접시에 치킨 몇 조각이 남아 있다. 고티를 기른 웨이터가 접시를 집는다. 그러자 급하게 웨이터를 불러 세운 호세. "미안하지만 그 치킨 내가 먹어도 될까요?" 웨이터는 측은한 얼굴로 그에게 접시를 건넨다. 호세가 닭다리 하나를 서서히 집어 든다. 그의 뺨에 박힌 날카로운 눈물 파편. "미 아모르, 미 아모르... 때가 되면 모든 것이 아름답게 변할 거예요, 모든 것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