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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짐꾼의 목장 Feb 17. 2021

새 해 복(福) 많이 받으세요.

대체 그 복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설날이다. 따뜻한 곳에 살다 보니 한 복 입고 뽀득거리는 흰 눈 밟으며 세배 다니던 설날 기억은 아득하지만 그래도 만나는 사람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는 인사는 빠뜨리지 않는다. 그런데 받는 쪽이 있으면 분명히 주는 쪽도 있어야 하는데, 그 복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한자, 福은 示(보일 시) + 畐(가득할 복)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런데 이 글자에 들어 있는 示는 우리가 아닌 하늘에서 내려보는 관점에 가깝다고 볼 수가 있다. 示가 들어간 다른 한자들, 神, 祈, 社 등의 글자들에서 유추할 수 있는 것처럼, 인간이 계획하고 실현하는 것들이라기보다는 우리의 의지로 이루어 낼 수 없는 어떤 절대적 힘에 의해 움직여지는 것이 福이라는 개념임을 짐작할 수가 있다. 한자, 福도 "하늘에서 땅을 내려다보니" (계획했던 것들이) "가득하게 이루어져 있는" 모습을 갖추고 있다.


기독교인들은 주기도문을 통해 "뜻이 하늘에서 이루어진 것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질 것"을 기도한다. 하나님의 계획을 사람이 사는 땅에서 이루고, 그것을 하나님이 보시기(示)에 좋도록(畐) 만들어 내는 것, 그것이 피조물인 사람들이 추구해야 할 "福"이다. 결국, 기독교인들이 나누는 새해의 복은 사람의 관점이 아닌 하나님의 관점이다. 남들보다 몇 푼 더 벌고, 몇 자리 더 차지하고, 조금 더 큰 집, 큰 차를 소유하는 정도로 낮은 등급의 복이 아니라, 하나님이 계획하신 것들을 믿음의 지체들(서로들)을 통해 이루어 내기를 염원하는 수준 높은 복을 기원하는 덕담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번엔 조금 다른 관점에서 보자.


중국인들은 원래, 복(福)이라는 것은 제 가질 깜냥만큼만 가지고 태어나는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남에게 '복 받으라' 하는 것은 자기가 가진 복에서 얼마를 떼어서 주는 셈이라 그네들은 웬만해선 남들에게 복 받으라는 말을 하지 않는다. 대신 새해 덕담을 나눌 때 '복 많이 받으세요' 대신 '새해에는 신나는 일만 있어라 (新年快樂)' 하는 건데, 그에 비하면 자기 뒤주에 얼마나 남아 있는지도 모르면서 '복 많이 받아라' 하고 너도 나도 퍼주는 우리네 인심은 얼마나 후한 것인가.


올해는 만나는 사람들마다 이렇게 인사하자.


"새 해에는 하나님의 뜻이 당신을 통해 많이 이뤄지길 바랍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새해에는 남들 다 퍼 주고도 남아서 철철 넘치도록 복 받으세요."


이렇게 인사하면 왠지 물고기 두 마리와 보리떡 다섯 개로 오천명 먹이고도 열 두 광주리나 남게 거두신 예수님 복의 저작권을 살짝 카피하는 같지만 그런 인사를 할 때마다 마음이 넉넉할 것 같은 기대감이 든다. 내 속물근성 속엔 늘 Give 보다는 Take, 퍼 내 축나는 쪽 보다는 남아 거두는 쪽에 더 관심이 있기 때문이려니.



* 타이틀에 사용한 사진에 대한 저작권은 제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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