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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짐꾼의 목장 Feb 24. 2021

언론개혁과 징벌적 배상제도

문재인 대통령 양산 자택 지하에 금괴 2백 톤이 묻혀 있다는 설(設)은 이제 일부의 사람들에게는 거의 진실처럼 굳어진 듯하다. 그나마 처음엔 천 톤이었던 것이 현실감이 떨어진다 하여 대폭 하향조정(?) 된 것이라고 한다. 금괴 2백 톤은  시세로 하면  120억 불이고 원화로 환산하면  14조원 가량 되며, 한국은행에 보관되어 있는 대한민국 금 총보유량의  배이다. 지난 1월, 전 세계 1 부자로 등극한 테슬라의 Elon Musk 재산이  1800억 불 정도 되나 대부분의 자산이 주식인 점을 감안하면, 현금이나 마찬가지인  200톤과 20 상당의 자기앞 수표로  300 달러를 보유한 문대통령은 가히 전 세계 최고 수준의 자산가에 이름을 올려도 부족함이 없겠다. 

 

사실 이건 너무나 허무맹랑하여 '가짜 뉴스'라고 부르기도 부끄러울 정도다. 어느 정도 상식을 가진 람중 이걸 진지하게 믿는 사람은 좌파건 우파 없지 싶다. 결국 고령층에게 특정 정치인을 공격하는 가짜 뉴스가 얼마나 퍼지기 쉬운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라   있다. 하지만 웃고 넘어갈 수 있는  정도 가짜 뉴스는 차라리 애교에 속한다.

 

내가 들은 가장 기상천외하고 참신(?)했던 가짜 뉴스는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탄핵 인용 판결을  이정미 헌법재판관 (당시 대행) 남편이 내란선동으로 9년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인 통진당 이석기 의원이라는 것이었다. 남편을 구속시키는데 앞장섰었던 박 전 대통령에게 그녀가 탄핵으로 보복을 했다는 주장이었다.  뉴스를 내게 전해 주신 분은 "그러면 그렇지, 어쩐지 탄핵 인용 주문을 읽을  목소리가 분노에 가득 차 있더라구." 하며 그것을 완전한 사실로 믿고 계신 듯했다. 가짜 뉴스는 이렇게 멀쩡한 사람을 엉뚱한 외간 남자에게 시집보내버리기도 한다. 나중에 밝혀지기도 했지만  가짜뉴스의 생산지는 광주사태가 북한군의 소행이라고 주장했던 어느 극우보수 인사의 웹사이트였다.  이정미 대행의 진짜 남편이 밝혀지자  다음엔  남편이 통진당원이라는 가짜뉴스를 재생산해 경제학과 교수인 그분께 심각한 명예적 손해를 입혔다.

 

특히 고령층 사이에서 임팩이 크고, SNS 통해 급속히 번지는 가짜 뉴스는 분명히  처음 생산해 배포하는 사람들이 있다. 당연하 정치적인 목적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그런 악의적인 방법으로 정치적 이득을 얻고자 하는 사람에게 현재 대한민국이 적법하게 책임을 물릴  있는 방법은 많지 않다.

 

 


미국이나 서구에서 채택하고 있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punitive damage) 누군가의 고의적/악의적 행동으로 인해 입게  정신적, 금전적, 사회적 피해에 대하여 실제로 입은 피해액에 형벌적 요소의 배상금을 추가로 물리도록 하는 제도이다. 미국에서는  Punitive damage 얼마나 무서우냐 하면, 거의 모든 손해보험 증권에  punitive damage 대한 보상 제외 (exclusion) 조항이 있을 정도이다. 고소장을 받아서 고소 항목에 punitive damage 들어가 있으면 부랴부랴 변호사에게 전화를 걸어 합의를   있는 방법부터 찾는다.

 

한국 언론들의 악의적 보도행태는 이미 도를 넘은  오래다. 그에 대한 무거운 consequence 없다 보니 '아니면 말고' 퉁치고 넘어가거나 소송을 당할 경우 가벼운 벌금형이나 정정보도를 내면 그만이다. 시작이 어디에서 되었건 가짜 뉴스는 수천 건이 공유되고 수백만, 수천만  리트윗 되며 거짓에서 진실로 완벽하게 둔갑한다. 피해를 입은 당사자의 명예는 회복 불가능한 지경이 된다. 그러다 보니 한국 언론의 신뢰도는 항상 꼴찌를 면하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열린민주당 최강욱 의원의 징벌적 배상제를 포함한 언론개혁안을 읽어 보았다. 사실  징벌적 배상을 도입하자는 의견은 고 박원순 시장이 먼저 냈었다.  시장이 말을 꺼내자마자 보수언론들은 그렇게 하면 언론의 보도기능에 족쇄를 채우는 거라느니, 사회주의라느니, 저널리즘에 위축을 가져온다느니 엄살들을 떨었다. 틀린 말은 아니다. 언론들에 대한 자유는 주어져야 한다. 그러나 사실이 아닌 가짜 뉴스를 유포하는 (보수 유투버들 포함) 언론/방송사/기자들, 언론이라는 도구를 이용해 허위정보로 현혹시키는 것은 언론의 자유와는 별개의 문제다.

 

나는 언론이 이미 자정능력을 상실했다고 본다. 무언가 제어할 장치의 필요성이 이제 확실해졌다. 만일 언론개혁에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가 법제화가 되고 나서 시범케이스로  개만 세게 때리면 악의적인 허위보도나 언론발 가짜뉴스는 근절되리라 믿는다. 그저 판사가 막대한 액수를 때릴만한 법적 근거만 국회에서 만들어 주면 되는 것이다.

 

김어준의 뉴스공장 팟캐스트는 매일 7백만 정도의 다운로드 수를 기록한다고 한다. 라디오 프로그램  압도적 청취율 1위이다. 나는 이러한 기현상을 언론이 사실이 아닌 뉴스를 내보내고, 그나마 있는 사실을 왜곡하니 사람들이  반대급부로서 뉴스공장 같은 곳에서 정보를 얻으며 균형감을 찾는 것으로 해석한다. 물론 자신이 보수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소위  '빨갱이 방송' 듣지 않는다. 교통방송 채널을 통해, 그다지 정치뉴스가 어울리지 않는 아침 시간에 나가는  프로를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청취한다는 것은 분명 정상이 아니다. 기성 언론이 공정하게 있는 사실만 보도하면 뉴스공장, 알리레오(현재 중단) 등은 이렇게 부각될 필요까지는 없는 미디어임이 분명하다.

김어준과 유시민

김어준과 유시민이 없었다면, 홍수처럼 쏟아지는 거짓 사실들을 중화시켜  만한 정보들을 학습할 소스가 별로 없었을 것이다. 지난 '조국 사태'에서 사모펀드가 무언지, 표창장 위조를 주장하는 검찰의 논리가  앞뒤가  맞는지, 모두가 손가락질하던 조민 씨의 목소리도 직접 듣게  주고, 기성 언론에서 다루지 않는 약자들의 억울한 목소리도 그가 없었으면 들을 기회가 없었을 것이다. 있다면   예를 들어 보라. 물론  사람이 가지고 있는 정치색이 너무나 또렷하기 때문에 호불호가 극명히 갈리지만,  사람들이 없었으면 촛불 문화제도, 최순실의 존재도, 박근혜 탄핵과 이명박의 구속도, 그리고 작년 4, 민주당의 압승으로 끝난 총선도 없었을 것이다.  부분에 대해선 시간이   지나면 분명한 평가가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인정하고 싶지 않은 사람들도 많겠으나, 문재인 정부는 코로나-19 사태에서 다른 어떤 나라와도 구별될만한 훌륭한 대처와 사후처리로  세계에서 한국의 국격을 높이는  혁혁한 공을 세웠다. 물론 부작용이 없지 않았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국경을 통째로 봉쇄한 나라들에 비해서도 피해 규모가 적다. 작년의 총선승리도  덕을  것임에 틀림이 없다. 그러나 TK, PK에서는 아직도 문재인 정부가 잘못해서 바이러스를 막지 못하고 나라가 '생지옥' 됐다고 믿는 사람들이 미통당( 국민의 ) 몰표를 주었다. 대구에 정부예산 640억을 끌어낸 김부겸조차 패했다. 이게 과연 TK/PK 지역의 정치색 때문만일까? 아들이 미성년자 성매수를 시도하고, 음주운전을 하고, 운전자 바꿔치기까지 하려 했던  야당 의원도  어려움 없이 당선되는 현실이 과연  지역의 야당 선호 성향 때문만일까? 언론이 있는 사실을 감추고 보도하지 않으니  지역 사람들은 모르는 것이다. 그것도 모자라 가짜 뉴스를 퍼뜨리는데 선봉에  있으니 모르는 것이다. 모르니 흠이 보일  없고, 모르니 잘못하는 것들이 보일  없다.

 

언론을 개혁해야 나라가 산다. 아직 고령층들을 포함해서 올바른 정보와 뉴스를 직접 찾아서 취사선택하는 능력을 갖지 못한 분들이 많다. 그저 글자로 박혀 나오면, 공중파를 통해 스크린에 보이면 그게 만고불변의 진리인  알고 철석같이 믿어버리는  현실이다. 그러니 문재인 양산 집 지하에 금괴 200 묻어 놓았다는 가짜 뉴스가 거의 진리처럼 머릿속에 콱콱 박혀 있는 것이다.

브런치 글들을 읽다 보면  현직 기자 출신들, 방송이나 언론계 종사자 작가들이  보인다. 분명 대다수의 언론인들은 본연의 사명과 철학을  간수하고 계시리라 믿는다. 그렇다면 사람들 귀에 익숙해져 버린 '기레기'라는 단어가 그분들에게 얼마나 치욕적이고 불편할까를 생각해 본다.


언론이 언론으로 되살아나는 길은, 가장 믿지 못할 집단에서 가장 신뢰할 수 있는 직업으로 명예를 회복하는 길은 현실을 직시하는 것이다. 그리고 인정하는 것이다. 의사들이 수술할 때 곪은 곳은 고름을 짜고 약을 바르고 봉합하지만 썩거나 조직이 괴사 한 곳은 도려낼 수밖에 없다. 그대로 놓아두면 괴사한 조직이 살아 있는 부분들을 계속 썩게 만들어 결국에 환자가 죽기 때문이다.


자신이 아프다는 것을 인정하기도 어려운데, 속한 집단이 썩었다는 것을 용납하기는 정말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나는 믿는다. 아직은 썩은 조직보다는 살릴 수 있는 부분이 훨씬 많다는 것을. 개혁은 썩은 조직에서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산 세포들이 주도하는 것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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