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트의 전 주인과 새 주인.

여러분 동네 슈퍼마켓 주인은 어떤 분이신가요?

by 포텐셜아이즈
여러분 동네 슈퍼마켓 주인은
어떤 분이신가요?



부모님이 살고 계신 시골 동네.

이 동네 유일한 슈퍼마켓 ‘한*마트’ 이야기 좀 해 볼게요. 이 슈퍼마켓은 40여 년 전 이 지역에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면서 생긴 상가건물에 자리 잡았다. 부모님께서 이 동네에 처음 오셨을 때는 연두색 간판에 이름은 '하나마트', 그렇게 같은 자리에서 40년을 넘게 이 동네 사람들의 삶을 챙겼었다.


새 주인으로 바뀌지는 3년.

하나마트를 인수한 새 주인은 간판 색은 빨간색으로, 마트이름은 '한*마트'로 바꾼다. 인테리어와 매대의 구조와 동선도 바꿨다. 그렇게 바뀐 한*마트는 뭔가 신식이었고, 현대식이라 처음엔 사람들이 좋아했다. 새 주인과 새로운 시작을 반겼다. 그런데 시간이 갈수록 점점 사람들은 이 슈퍼에 가지 않게 된다.


그리고 어제.

한국마트는 문을 닫았다.

오늘 부모님 댁에 들렀다가 자연스럽게 그 가게 앞을 지나게 됐다. 그런데 낯선 정적이 골목을 채우고 있었다. 불이 꺼진 채, 아무런 안내문도 없이 문이 닫혀 있었다. 급작스런 일이었다. 동네 사람들은 당황했다. 나름 이 마트를 중심으로 동네 사람들의 생활에는 루틴이 었었다. 생필품, 반차거리... 일상에 지장이 생길 거 같다.


이상한 점은, 마트의 폐업 소식보다 먼저 나누는 대화는 전 주인에 대한 이야기였다. 동네 사람들은 수군댔다. 나도 부모님을 통해서 이웃들의 여러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들어 보니 동네 사람들은 전 주인을 그리워하고 있었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


1. 전 주인은 손님 이름을 불러줬고, 새 주인은 회원번호를 물었다.

2. 전 주인은 안부를 물었고, 새 주인은 손님에게 규칙을 안내했다.

3. 전 주인은 빈병을 받아주었고, 새 주인은 구매 여부를 물었다.

4. 전 주인은 동네 이야기를 나누었고, 새 주인은 다른 동네와 비교했다.



소름 돋는 건,
새 주인와 이 마트는
AI와 닮아 있다는 것이다.





자세한 이야기는 이렇다.

새 주인은 장사를 시작하면서부터 동네 사람들과 조금씩 거리를 만들었다고 한다. 손님을 만나는 자리에서 종종 동네 사람들을 다른 지역과 비교하며 낮춰 말했고, 그 말들은 생각보다 빠르게 퍼졌다. 작은 동네에서는 말 한마디가 물결처럼 번진다. 누군가는 웃으며 넘겼고, 누군가는 마음속에 조용히 담아두었다. 그렇게 쌓인 감정은 보이지 않지만, 관계의 온도를 서서히 낮춘다.


어느 날, 한 어르신이 빈병 몇 개를 들고 가게를 찾았다고 한다. 예전 주인에게는 늘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병을 받아주며 “요즘 건강은 어떠세요?”라고 먼저 말을 건네던 사람이었다. 그러나 새 주인은 그 병을 보며 “이 가게에서 산 것도 아닌데 왜 가져오세요?”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 말은 단순한 규칙 설명이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동네 사람들에게 그것은 거래 기준이 아니라, 관계의 기준처럼 들렸다고 한다. 그 순간, 가게는 물건을 파는 공간으로만 남게 되었고, 사람들의 발걸음은 조금씩 줄어들었다.


어찌 보면 이 공동체에서 전 주인은 관계와 연대를 남겼고, 새 주인은 그저 장사에 충실하게 거래를 했을 뿐이다. 하지만 전 주인은 떠난 뒤에도 동네사람들에게 기억되었고, 새 주인은 망하고서야 설명이 된다.


그리고 나는 깨닫는다.

장사는 계산대 위에서 이루어지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계산대 밖에서 완성된다는 사실을. 마트가 사라진 것이 아니라, 그 안에 담겨 있던 관계의 온도가 사라진 것처럼 느껴졌다. 물건은 어디서든 살 수 있다. 사람이 머무는 공간은 쉽게 만들어지지 않는다. 그것은 시설이나 가격이 아니라, 주인과 동네 사람들의 태도에서 만들어진다는 사실을 다시 생각하게 된다.


나에게 한*마트 이야기는 결국 관계의 이야기다. AI가 우리에게 점점더 효율과 규칙으로 모든 것을 설명하려 하고 있다. 하지만 인간감성 그리고 정서, 아마도 AI가 침범하지 못할 영역이 이 지점이 아닐까. 때문에 최근 나의 관심사는 공동체(커뮤니티)에 꽂혀 있고, '결핍, 연대, 정서...' 이런 것들을 유심히 살펴보고 있다.


변하지 않는 건 사람들은 언제나 합리성보다 따뜻함을 기억한다는 것이다. 오히려 이런 인간의 이런 것들을 그 어느 때 보다 더욱 또렷하게 해 주고 있는 거 같아서 조금은 안심이 되기도 한다. 왜냐면 지속되는 것은 사람 사이에 남겨진 감정과 정서이지 않는가.



이 이야기에 AX 전문가는 이렇게 짚어 주었다.

오랜 시간 숙련된 사람이 있던 자리를 AI가 점점 대체해 가는 과정과 닮아 있는 모습 아닐까요?

우리가 친숙함과 정을 느끼던 동네 구멍가게가, 효율적인 24시간 편의점으로 바뀌는 과정에서 이미 한 번 경험했던 변화이기도 합니다. 이제는 그 편의점마저 무인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죠. 결국 경험을 개선한다는 이름 아래, 인간적인 감성과 관계는 점점 배제되고 효율만 남는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하게 됩니다.

예전에는 계산할 때 100원이 부족하면 “다음에 주시면 되죠”라며 웃어 넘기던 마음이 있었습니다. 그 작은 배려 속에는 신뢰와 관계가 담겨 있었죠.

하지만 지금은 100원이 부족하면 담아둔 물건 중 하나를 빼는 것이 당연한 절차가 되었습니다. 전산 시스템에 숫자가 맞아야 작동한다는 이유가 먹히는 시대, 손해를 줄이고, 서비스를 표준화하고, 인건비를 절감하는 측면에서는 분명 합리적인 선택일지도 모릅니다.


여러분 동네 슈퍼마켓 주인은 어떤 분이신가요?




https://brunch.co.kr/@eugenekimpsah/75


keyword
작가의 이전글커뮤니티의 시작과 멈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