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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움과 참견의 경계에서 서서

최근에 도움을 주려다 참견이 된 경험이 있나요?

by 포텐셜아이즈

최근에 도움을 주려다 참견이 된 경험이 있나요?


지금 내가 내미는 손은 과연 ‘도움’일까.

아니면 불쑥 끼어든 ‘참견’일까.


우리는 살아가며 수없이 많은 순간, 남에게 손을 내밀고 싶어진다. 무거운 짐을 들고 있는 사람을 대신 들어주거나, 길을 잃은 낯선 이에게 방향을 알려주는 일처럼 단순한 상황에서는 마음이 분명하게 전달된다. 상대는 환하게 웃으며 “고맙습니다”라고 답하고, 그 한마디로 선의가 확인된다. 이런 순간의 도움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그러나 모든 장면이 이렇게 단순하지만은 않다.


누군가의 고민을 들어주다가, 조심스레 건넨 내 말에 상대가 미묘하게 굳어지는 표정을 지을 때가 있다. 나로서는 진심 어린 도움이었는데, 정작 상대에겐 불필요한 참견처럼 느껴진 것이다. 같은 말이 도움으로 들리기도, 참견으로 들리기도 하는 이 경계는 언제나 아슬아슬하다.


그 차이는 어디에서 생길까.


나는 점점 확신하게 된다. 그것은 “누가 원했는가”에달려 있다. 도움은 상대가 원할 때 비로소 힘을 발휘한다. 요청이 없는 순간에 던져진 조언이나 행동은 쉽게 간섭으로 받아들여진다. 아직 준비되지 않은 사람에게 건네는 손길은 자칫 짐이 되고, 때로는 자존심을 건드린다.


그저 들어주는 것만으로 충분한 경우가 많다. 그런데도 우리는 조언이라는 이름의 충고를 서둘러 꺼내곤 한다.


“내가 보기엔 네가 잘못했어”,

“이렇게 하는 게 더 나아”


이런 말들이 순간을 무겁게 만든다.


상대가 필요로 한 건 평가나 해답이 아니라, 단순히 자신의 이야기를 누군가 들어주고 있다는 안도였을 수도 있다.


생각해보면 진짜 도움은 꼭 말이나 행동의 형태일 필요가 없다. 불필요한 간섭을 삼가는 것도 큰 도움이 된다. 오히려 아무 말 없이 옆자리를 지켜주는 시간이, 성급한 충고보다 더 깊은 위로와 힘이 되기도 한다.


나 역시 ‘무언가 해줘야 한다’는 조급함 때문에 불필요한 말을 던졌던 경험이 많다. 시간이 지나 돌아보면, 그 순간 상대가 필요로 했던 건 나의 조언이 아니라 자기만의 호흡을 지켜내는 시간이었음을 알게 된다.


기다려주지 못한 내 성급함이

오히려 상대의 걸음을 방해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이제는 조금 다른 태도를 배우려 한다. 손을 내미는 것보다 가만히 지켜보는 용기, 말을 더하는 것보다 침묵을 지키는 지혜.


때로는 그냥 놔 두는 것이야말로 가장 큰 도움일 수 있다는 사실을 서서히 깨닫는다.


도움과 참견은 언제나 한 끗 차이다. 그 경계를 가르는 건 나의 의도가 아니라, 상대의 마음이다. 그래서 더 어렵고, 그래서 더 배워야 하는 일이다. 내가 하고 싶은 방식이 아니라, 상대가 필요로 하는 방식으로 다가갈 때, 비로소 진짜 도움은 완성된다.


그리고 오늘도 나는 스스로에게 묻는다.

“내가 지금 내미는 손길은, 도움인가.

아니면 참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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