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아드리아해를 품고 있는 크로아티아의 흐바르섬의 따뜻한 햇살 아래, 한 여성이 출발선에 섰다.
주변에는 젊고 근육질의 선수들이 몸을 풀며 긴장된 눈빛을 주고받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조용히 숨을 고른다. 73세의 미국 여성, Spartan 100m World Championship에 여섯 번째로 도전하는 참가자다.
이 대회는 단순한 달리기가 아니다.
Spartan 100m 장애물 경기는 불과 100미터의 짧은 거리 안에 인간의 체력, 민첩성, 균형감각, 집중력, 회복력을 한꺼번에 시험한다.
스피드만으로는 완주할 수 없다.
빠르게 달리다가도, 순식간에 로프를 타야 하고,
철봉을 건너야 하며, 무거운 모래주머니를 끌고,
미끄러운 네트를 기어올라야 한다.
단 한 번의 망설임, 한 발의 미끄러짐이 기록을 좌우한다.
그녀는 6년째 매년 이 무대에 선다.
“나는 젊은 사람들과 경쟁하러 오는 게 아니에요. 오늘의 나를 다시 꺼내러 오는 거예요.”
그녀의 목소리는 조용하지만 단단하다.
그녀는 매일 새벽 공원에서 걷고, 약한 무릎을 위해 가벼운 근력운동을 반복한다.
남들에겐 작은 일상이지만, 그녀에겐 결승선을 향한 준비다.
역설적이게도, 이 대회는
‘누가 더 빠른가’를 겨루는
경기지만, 그녀가 보여준 건
속도가 아니었다.
체력과 민첩성이 요구되는
코스에서 그녀가 증명한 건
끈기와 회복력,
그리고 멈추지 않는
리듬처럼 보였다.
그녀가 보여주는 이 경기의 본질은 ‘속도’가 아니라 ‘집중과 회복’이다.
빠르게만 달리는 사람은 결국 장애물 앞에서 멈춘다.
하지만 중심을 잃지 않고, 한 걸음씩 다시 일어나는 사람은 끝내 완주한다.
이것은 스타트업 창업자에게도 똑같이 적용되는 진리다.
누가 먼저 투자받느냐,
누가 더 빠르게 제품을 내느냐,
누가 트렌드를 먼저 잡느냐.
모두 ‘속도’에 집착한다.
그러나 진짜 생존과 성장은 그 속도를 유지하기 위한 집중력과 회복력에서 비롯된다.
시장 변화라는 장애물 앞에서 중심을 잃지 않는 집중력,
실패와 피벗의 반복 속에서도 다시 일어서는 회복력,
그리고 팀이 흔들릴 때 이를 묶어내는 균형감각.
이것이 창업자의 진짜 근육이다.
스파르탄 경기에서 그녀가 보여준 장면은 스타트업의 여정과 닮아 있다.
그녀는 로프를 잡고 잠시 흔들리지만, 손을 놓지 않는다.
넘어져도 다시 일어나고, 숨이 차올라도 멈추지 않는다.
성공한 창업자들이 말하는 ‘포기하지 않는 근성’은 사실 이렇게 평범한 반복 속에서 만들어진다. 결승선을 통과하는 순간, 관중들은 모두 일어나 박수를 보냈다. 그들이 보내는 박수는 기록에 대한 찬사가 아니라, ‘계속함’이라는 삶의 태도에 대한 존경이었다. 그녀는 젊은 선수들에게는 겸손한 감동을, 같은 세대에게는 조용한 용기를 남겼다.
“당신의 나이는 숫자일 뿐, 당신이 오늘 다시 일어나기로 한 그 선택이 진짜 나이입니다.”
스타트업도 마찬가지다.
누가 더 빨리 달렸느냐보다,
누가 더 오래 집중하고,
더 자주 회복했느냐가 결국 회사를 살린다.
투자 유치의 타이밍을 놓쳤다고,
제품이 늦었다고 끝이 아니다.
오히려 그 순간이 창업자의 ‘정신적 체력’을 증명하는 시험대다.
Spartan 100m 코스는 단거리처럼 보이지만,
그 속에는 한 인간의 인생이,
그리고 한 창업자의 여정이 들어 있다.
짧은 거리 안에 수많은 장애물이 있다.
하지만 그 장애물들은 멈추라는 신호가 아니라,
‘다시 일어서라’는 초대장처럼 보였다.
그녀는 말한다.
“이 코스는 젊은 사람에게는 속도의 경기지만, 나에게는 삶의 리듬이에요.”
그날 흐바르섬의 푸른 하늘과 바다,
그리고 시원한 바람은 그녀의 리듬을 따라 흘렀다.
그녀가 결승선을 통과할 때, 하늘은 붉게 물들고 있었다.
그 짧은 순간, 모두가 깨달았다.
성장의 본질은 속도에 있지 않다.
끝까지 집중하고, 다시 일어나는 그 마음에 있다.
25년 가을, 워케이션 중에 소중하고 귀한 깨달음을 얻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