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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토마스 트로터 오르간 독주회


롯데콘서트홀 오르간시리즈 X.

Thomas Trotter Organ Recital

2018년 7월12일 목요일 20:00 in 롯데 콘서트홀







벌써 한 달여나 지난 연주회 후기를 이제사 정리 해 본다. 사실 오르간 연주회 이외의 다른 클래식 공연도 관람을 지속하고 있지만 모든 연주회 후기를 쓴다는 것은 나같은 게으름뱅이에게 너무나 어려운 일이므로 ‘불굴의 의지’로 오르간 연주회 후기를 기록하는데에만 열의를 불살라본다.  
롯데 콘서트홀에서 기획한 오르간 시리즈로 열 번째라고 하는데 아마 오르간 기획 공연을 개관 이래 쭉 헤아리는 것으로 보인다. 올해는 네 번의 오르간 기획 공연이 마련돼 있는데 이번 공연은 지난번 볼프강 체러에 이어 두번째 오르간 독주회이다.
한국에서 오르간 음악은 대놓고 마이너 분야이긴 하지만 그 안에서도 주로 유럽, 특히 독일과 프랑스만 국한되어진 오르간 음악 생태가 조성되어 있다.  요즘은 종종 미국 연주자들도 방문하기는 하지만 특별한 명성이 있는 오르가니스트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독일과 프랑스 오르가니스트들이 한국에 알려져 있다. 그 이유는 당연히 오르간 음악이 17세기 독일에서 부터 19세기 프랑스에서 전성기(?)를 이루었기 때문이겠지만 또 다른 한편으로는 당대의 한국 오르가니스트의 대다수가 독일과 프랑스에서 유학했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이러저러한 이유로 영국에서 오신 이 훌륭한 오르가니스트는 한국에서 크게 각광받지 못한 채 연주대 앞에 앉아 있었다.



프로그램 


흔치 않은 영국 연주자답게 프로그램도 영국 분위기가 물씬 난다.  영국의 역사적인 여러가지 이유로 오르간 음악이 발전하지 못하다가 19세기가 가까워지면서 자리잡게 된다.( 재미있는 역사 이야기는 다음기회로..)  오르간 페달의 발전도 거의 없다시피하다가 멘델스존이 오르간 소나타를 영국에서 출판하면서부터 오르간 음악분야에 물꼬를 트게 된다.
이러한 영국 스토리를 프로그램으로 힌트를 주고자 의도한 듯 했다. 영국 오르간 음악에 첫 노크를 한 멘델스존이  추종했던 위대한 작곡가 바흐의 화려한 후기 자유형식 작품으로 음악회의 문을 열었다. 그리고 발 페달이 발달하지 못한 영국 상황을 대변하듯 페달 파트가 거의 없었던 고전시대 음악을 선택해 초반부를 꾸몄다. 위어, 봐메스의 작품은 현대 영국 오르간 음악으로, 한국에서는 처음 들어보는 음악인데 아주 현대적이고 대중적인 분위기로 영국의 오늘날을 소개 해 주었다. 2부에서는 후기낭만시대 이후, 즉 영국에서 오르간 음악이 부흥을 이루었던 시기의 작품들로 구성했는데 당시 영국 오르간 음악의 편곡 위주의 연주 분위기를 드러내는 바그너의 리엔치 서곡과 이 곡을 편곡한 작곡가의 신비로운 작품을 선보였다. 그러나 이 음악회의 정수는 엘가의 오르간 소나타라고 할 수 있겠다. 영국의 대표적인 작곡가인 엘가가 편곡이 아닌 오르간 작품을 유일하게 직접 썼다는 점이 그렇고 또 이 작품의 내용과 규모에서 영국 음악의 모든 것을 담고 있음이 그렇다.이전에 나도 이 작품을 들어 본 적이 있지만 이렇게 전 악장을 한 자리에서 모두 연주하는 것은 처음 보았고, 특히나 영국인이 영국의 노래를 너무나 영국스럽게 연주하는것은 더군다나 쉽게 경험 해 볼 일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관객들의 반응이 좋아 여러차례 앵콜을 요청했지만 연주프로그램의 규모와 시간상 한 곡의 현대적 앵콜곡으로 마무리 되었다.


연주자


토마스 트로터라는 오르가니스트를 나는 잘 알 지 못했지만(부끄럽다) 굉장히 저명한 연주자였다. 프로필에서 알 수 있듯이 이 분은 현재 런던의 세인트마가렛교회와 웨스트민스터의 오르가니스트이자 영국 왕립음대 객원교수로서 사회적으로도 유명인사였는데, 연주회를 듣고 난 후에는 이런 사람을 여태 모르고 있었다는 점에서 아주 놀라고 부끄러울 지경이었다. 첫 곡인 프렐류드와 푸가 e단조에서 이미 놀라움이 예견되었다. 이 작품은 바흐 작품중에서도 아주 후기 작품으로 규모가 대단히 크고 작곡기법이 굉장히 다양해 연주자들이 애를 먹는 대표적인 리사이틀 프로그램인데 , 이 분은 이곡을 무려 첫곡으로 너무나 편하고 쉽게 연주했다. 아주 다양한 레지스트레이션을 사용하지는 않았지만 이미 테크닉과 표현이 너무나 화려하면서도 편안했다. 이후 나머지 곡들도 편안하게 쉽게쉽게 풀어나가는 모습에서 대가의 향기를 느낄 수 있었고 특히나 마지막 엘가 소나타에서는 경이로울 지경이었다.  이전에 나는 이러한 레지스트레이션과 테크닉으로 연주하는 엘가 소나타를 들어본 적이 없다. 사실 영국 음악이라는 낯선 느낌에서 더 조심스럽게 여겨지기도 했지만 곡 난이도도 높고 음악을 이해하는 것도 쉽지 않은 작품인데 이 분은 상상하지 못한 음색과 해석으로 마치 이 리거 오르간을 위해 작곡된 곡처럼 자유자재로 소리를 물들였다. 아카데믹한 연주라고 보기는 어려웠지만 다분히 영국적인 분위기가 고스란히 묻어나는 화려한 전형적 리사이틀 연주였다. 연주가 거듭될 수록 편안한 모습에 내공이 엄청난 고수의 아우라가 느껴졌다. 너무나 대규모의 곡들을 쉽게 풀어나가서 하루 종일이라도 연주 할 수 있을것 같던 그는 열화와 같은 앵콜요청에 한 곡을 연주하고 난 후에야 난색을 표시했다. 나 같으면 그 한 곡의 앵콜도 손사레를 쳤으리라..



반성


이번 연주회는 선입견을 가득 갖고 음악회에 간 것이 사실이다. ‘영국 오르가니스트라니..’ 크게 기대하지 않았고 혹시라도 운이 좋다면 화려한 테크닉의 재간둥이를 만나게 될 것이라는 교만한 마음으로 잠실로 향했다.  ‘내가 한번 들어준다?’는 생각을 지닌 꼴불견 관객의 모습으로 음악회에 갔다가 아주 큰 코를 다치고 왔다.  이 분이 오르간을 대하는 모습은 앞서 다녀온 음악회의 독일 연주자들처럼 진지하고 엄숙한 모습은 아니었지만 진심으로 오르간을 사랑하고 그 앞에서 얼마나 많은 노력과 시간을 들였을 지 느낄 수 있었다. 나는 또다른 형태의 오르간 음악의 아름다움을 경험하고 나의 좁쌀만한 마음이 사정없이 두들겨 맞은듯 멍한 정신 상태로 집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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