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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ugenia Aug 28. 2024

12. 난츠즈미술관 南池子美术馆

자금성 옆 비밀의 정원, 남쪽 향기를 전하는 미술관



南池子美术馆

남지자미술관 / 난츠즈메이슈관

Nanchizi Museum

주소 : 北京东城区普渡寺西巷21

위챗 공식계정 : nanchizimuseum



베이징의 중심, 엄격하고 비밀스러운 그 곳

베이징을 대표하는 관광지인 고궁(자금성)은 정말 도시 ‘한 가운데’ 배꼽 위치에 있다. 고궁을 중심점으로 하여 원형으로 2,3,4,5,6환이라는 베이징의 도시 및 도로 구조가 형성되어 있다. 그야말로 중심 중의 중심! 고궁 남쪽에 그 유명한 천안문(天安門)과 천안문광장이 있기 때문에 이 지역은 베이징에서 검문검색이 가장 심한 지역이기도 하다. 반면 지하철 1호선 천안문동역(天安门东) B출구로 나와 오른쪽 방향에는 너무나 평화롭고 자유로운 공간이 펼쳐진다.


난츠즈(남지자/南池子) 황성보호구역

원나라 때 이 곳 주요 도로가 형성되었으며, 명나라 때는 자금성 남쪽의 안에 위치하여서 중앙정부의 내관들이 이 지역을 관할하였다. 1990년에 역사문화 보호지역으로 지정되었다. 이 지역 중심 도로인 남지자대가(南池子大街)를 따라서 걷는 길이 참 좋다.

맑은 날도, 비오는 날도 모두 운치 있는 거리
자금성 동화문 바로 근처라서 항상 관광객들이 많다.
남지자대가(南池子大街)를 따라 걷다보면 전통의상 빌려주는 곳과 아침식사 가능하다는 간판을 참 많이 볼 수 있다.


자금성 동화문 앞 수많은 관광객들을 살짝 피해 이 거리로 들어서면 갑자기 사방이 조용해진다. 거리의 역사를 말해주듯 하늘을 가릴 정도로 울창하고 굵은 나무들이 마치 주변의 소음을 흡수한 듯 느껴진다. 조용한 그림 속에 내가 들어와 있는 듯한 거리. 좁은 폭의 인도에 굵은 나무 줄기를 피해 걷다 보면 설레면서도 차분해지는 묘한 기분이 든다.

이 지역 오랜 역사를 가늠할 수 있는 나무의 굵기와 이파리의 풍성함


북방에서 만나는 남방의 정원

난츠즈미술관은 베이징 동청취(东城区) 난츠즈따지에(南池子大街) 안, 고궁(자금성)의 동쪽 동화문 가까이에 위치한다. 동청취 문화관광국의 정식 승인을 받은 민간 비영리미술관이다. 설립자 雅行 여사는 미술관 건립에 3년을 들여 남쪽 쑤저우 지방 정원의 정수를 베이징에 그대로 재현하였다. 2018년 북경합예술중심(北京合艺术中心)이라는 이름으로 개관하였으며, 2021년 4월에 난츠즈미술관(南池子美术馆)으로 개칭하였다.

왼쪽 설립자 雅行여사


골목 안, 쑤저우 원림(苏州园林)의 재현

쑤저우(苏州) 원림(园林/위엔린)은 유네스코 문화유산에 등재된 의미 있는 정원 양식이다. 중국의 남쪽 도시 쑤저우는 ‘정원의 도시’라고 불릴 만큼 원림의 정수를 품은 유명한 정원들이 많은데, 원림은 인위적인 조경 작업이 아니라 자연을 거스르지 않고 적절하게 배치해 건축이 대자연과 하나가 되는 공간을 만드는 것을 의미한다. 단순한 정원의 의미를 넘어서, 건축, 서화, 조각, 문학, 원예 등의 예술이 하나의 공간에 집합된 곳으로 중국의 미학과 중국인의 사상 및 생활이 반영되어 있는 곳이라고 한다.

구불구불한 골목을 따라서 눈에 띄지 않는 미술관 찾기 또한 재미


후통 골목 안 작은 문을 여는 순간, 전혀 다른 세상이 펼쳐진다. 처음 이 미술관을 방문했을 때의 놀라움을 잊을 수 없다. 갑자기 공간이동 하여 중국 강남 지역 어느 정원 속으로 점프하여 들어온 듯했다.

눈이 호강하고 마음이 정화되는 정원


비가 오면 오히려 더 좋은…

우리에겐 ‘강남 갔던 제비가 돌아온다’는 표현으로 익숙한 그 강남(江南)이 바로 쑤저우 지역이다. 그래서 강남은 봄의 이미지가 강하고, 봄은 따뜻하기도 하지만 변덕스럽고 비도 잦다. 중국 첫 생활을 쑤저우와 가까운 난징(南京)에서 시작해서 이 날씨를 너무도 잘 알고 있다. 화창한 아름다움을 품은 정원도 좋지만, 내가 소주 여행 가서 정원 구경했을 때도 비가 왔었던 것처럼, 비가 와서 더 완벽한 것이 강남 정원이었다.

건조한 북경에 내린 촉촉한 가을비 덕에 더 운치 있던 미술관
창을 통해 바라보는 풍경은 또 다른 느낌을 준다
산, 물, 바위, 창문, 나무, 누각, 정자 등이 정교하고 치밀하게 배치되어 있다.


눈부시게 맑은 베이징의 초가을 날씨에는 완전히 다른 분위기를 만끽할 수 있다. 미술관이라고 하면 안정된 실내 전시 관람이 일반적이지만, 이 곳은 정원의 특성으로 인해 계절마다, 날씨마다 전혀 다른 느낌을 준다.

매력적인 정원 덕에 전시 관람보다 사진 촬영에 더 적극적인 사람들


자오자오(赵赵) 개인전 <Pink/粉色)> (2020)

1982년 생 신장新疆 출신의 젊은 예술가 자오자오 (Zhao Zhao, 赵赵)의 분홍 테마 전시.

2019년에는 <Green/绿色> 전시를 송미술관에서, 2020년 <White/白色> 전시를 탕컨템포러리아트에서 진행했다고 한다. 난츠즈미술관 전시를 보러 갔을 때 마침 비가 와서 사방에 인적이 느껴지지 않고 고요한 아우라가 느껴졌는데, 자오자오 작가의 분홍의 향연이 화려함보다는 차분함으로 다가오는 묘한 경험이었다.


<나와 둔황/我与敦煌> 전시 (2022)

둔황 벽화를 연구하고 탐사하여 핵심 요소를 용용 및 재현하여 화가만의 언어로 둔황을 표현한 스샹이(斯尚谊)와 탕용리(唐勇力) 두 화가의 작품들을 전시하였다.


진위청(金于澄) <繁花/무성한 꽃> (2023)      

진위청(金于澄)은 소설가이자 <上海文学(상하이문학)> 편집장이었는데,, 2011년부터 <繁花> 의 삽화를 그리기 시작했다고 한다. 소설가이자 편집장이라는 작가의 배경이 그림에도 묻어나는 삽화 스타일의 그림이 흥미로웠다.



첫 방문때는 없었는데 최근에 기념품샵과 커피 판매 공간이 생겼다. 커피 한 잔 들고 정원 어딘가에 걸터앉아 한 잔 하면 그 순간만큼은 부러울 것이 없다.

난츠즈미술관 모양의 컵 홀더




난츠즈따지에(南池子大街)의 또다른 즐거움

난츠즈미술관은 대중적인 관광포인트는 아니지만 소중한 사람에게 슬쩍 알려주고 싶은 반전의 매력이 있다. 미술관 주변 또다른 볼거리로서 원래 왕부(왕과 귀족의 거주지)였으나 청나라 때 라마 사원으로 바뀐 보도사(普渡寺/푸투스) 가 있다. 지금은 동네 주민들이 편하게 모이고 운동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 길 초입을 가로지르는 버드나무 한가득 한 창포하공원 (菖蒲河公园).


중국 시가 총액 1위 기업인 마오타이는, 수수(고량)를 주 원료로 하는 중국 꾸이저우성(贵州)의 특산 술로서 중국 최고급 백주이다. 아일랜드의 위스키와 프랑스 코냑과 함께 세계 3대 명주에 속하는데, 이 근처에서 마오타이박물관(茅台博物馆)에서 흥미로운 정보들을 접할 수 있다.


때로는 미술관 방문 목적에 전시 관람이 주인공이 아닐 때도 있다. 예술가에게는 조금 미안하지만, 무슨 전시인지 상관없이 미술관과 그것이 속한 지역의 분위기가 그리워서 가게 되는 그런 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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