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의, 고양이에 의한, 고양이를 위한.
관복박물관/관푸보우관
观复博物馆
GuanFu Museum
주소 : 北京朝阳区大山子张万坟金南路18号
위챗 공식계정 : guanfumuseum
홈페이지 : http://www.guanfumuseum.org.cn/
베이징의 한 박믈관 관장인 마웨이두(马未都)가 쓴 책 <博物馆的猫馆长>은 우리나라에도 <박물관의 고양이> (위즈덤하우스, 2015년)라는 제목으로 출판되었다. 원제는 ‘박물관의 고양이 관장’이라는 뜻인데, 유기묘였다가 박물관에 거주하는 고양이들에 대한 특별한 애정으로 쓴 책이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은 기본적으로 생명에 대한 존중의 마음, 인간애, 정이 있다고 느낀다. 그런 그가 운영하는 박물관이라니, 궁금증이 증폭되었다.
관복박물관(观复博物馆/관푸보우관)은 중국 첫 사립박물관이다. 고미술품 수집가이자 베스트셀러 작가인 마웨이두(马未都)의 수집품을 전시해 놓은 개인박물관으로서, 마웨이두는 1955년 베이징 출생이며, 관복박물관의 관장이자 중국 문화예술에 대한 저술 활동으로 유명한 베스트셀러 작가이다. 1980년대부터 중국 역사 기물을 수집하여 1996년 자신의 수집품을 전시할 박물관을 설립하고, 1997년 1월 대중에게 공개하였다. 2008년 CCTV에 출연하여 52회에 걸쳐 중국 예술품과 관련된 역사적 배경을 강의하며 대중의 인기 얻었다고 한다. 2010년 광시TV에서 본인 소장품 소개하는 프로그램 진행. 웹을 통해서 각종 문화 분석하는 프로그램도 진행하였으며, 다양한 저서 집필을 통하여 전문적이면서도 대중에게 친근한 글쓰기로 인기를 얻고 있다. 베이징 외에 상하이에도 관복박물관을 운영 중이다.
베이징 한국인 주요 거주지인 왕징(望京)에서 7km 정도 떨어진 따샨즈(大山子) 지역, 철도박물관과 영화박물관 근처이다.
재미 포인트 하나, 입장권 구매 시 원하는 디자인을 고를 수 있다. 고급스러운 재질과 박물관 전시 작품 및 고양이 캐릭터들 그림이 있고, 위에 구멍이 뚫려 있어서 책갈피로 이용하도록 디자인 되어있다.
재미 포인트 둘, 입장하면 아래와 같은 박물관여권을 판매하는 자동판매기가 있는데, 전시장 주요 장소마다 스탬프를 찍을 수 있도록 하여 아이들의 흥미를 유도한다.
관복박물관의 한자 가득한 건물 외관이 관전 포인트 중 하나인데, 이 한자 구절들은 노자(老子) <도덕경/道德經>의 16장이며, 박물관 이름인 관복(观复)은 이 구절 중에서 따왔다고 한다.
致虛極 守靜篤. 萬物竝作 吾以觀復.
夫物芸芸 各復歸其根. 歸根曰靜 是謂復命.
復命曰常 知常曰明. 不知常 妄作凶.
知常容 容乃公 公乃王 王乃天
天乃道 道乃久 沒身不殆.
철저히 비우고 참된 고요함 지키라.
만물이 무성히 일어나는 데서 나는 그들이 돌아가는 자리를 보네.
무릇 사물들은 무성히 자라나지만 결국 각자 그 뿌리로 돌아가네.
뿌리로 돌아가면 고요해지니 고요해지면 명(命)을 회복하네.
명을 회복하면 늘 그러함이 있고 늘 그러한 이치를 알면 밝아지네.
그러나 늘 그러한 이치를 모르면 망령되이 움직이다 흉하게 되네.
늘 그러한 이치를 알면 너그러워지고 너그러워지면 공정해지고
공정해지면 왕이 되고 왕이 되면 자연과 하나가 되고
자연과 하나가 되면 도를 얻고 도를 얻으면 오래도록 천하를 지켜 죽을 때까지 위태롭지 않게 되네
(Thanks to 네이버)
관복박물관에 입장하자마자 펼쳐진 광경에 가장 먼저 웃음이 나온다. 특별히 고양이 덕후가 아니더라도 웃을 수 밖에 없는 기이한 광경, 온통 고양이들로 가득하다.
호기심 가득한 방문객들, 특히 어린이 방문객들이 그들을 가만두지 않는다. 귀여워 미치겠다는 듯이 졸졸 따라다니며 한 번 만져보고 싶어서 애가 탄다. 어떤 고양이들은 그런 손길이 익숙한 듯 가만히 즐기고, 어떤 고양이들은 귀찮은지 마루 밑으로 숨는다. 무엇을 하든 어디에서든 이곳은 고양이들이 주인인 공간이다.
마웨이두 관장은 떠돌이나 버려진 고양이들은 받아들여 '박물관 관장(猫馆长)'이라는 타이틀을 주었다. 고양이들이 귀한 수집품 위를 왔다갔다하는데도 편한 시선으로 사진 촬영을 한다든가, 각 고양이에게 헌정하는 칠언시를 짓는다던가 한다. 책 속에는 6마리 대표 고양이가 소개되어 있다. 화페이페이(花肥肥/첫번째 관장. 사스가 유행할때 주인에게 버림받던 떠돌이 유기묘), 헤이파오파오(黑包包/까만털에 황금눈동자. 일찍 죽음. 함께 잡지 표지모델), 황창창(枪枪/버려진 하얀색 새끼고양이), 란마오마오(蓝毛毛/남회색이 도는 잿빛 고양이. 수줍음), 마티아오티아오(麻條條/천방지축. 처음 입양시 삐쩍 마름), 윈뚜어뚜어(云朵朵/대갓집 규수 스타일) 등. <박물관의 고양이> 책에는 이렇게 여섯 마리 고양이가 소개되어 있으나, 발간된 지 시간이 꽤 지난 책이니 이들이 아직 있을지는 미지수. 그리고 이보다 훨 많은 고양이들이 박물관 뜰을 자유롭게 거닐고 있다.
고양이에게 눈과 마음을 빼앗겨 한 시간 가량 밖에서 놀다가 겨우 발걸음을 박물관 내부로 옮겨본다.
박물관 건물은 가구관(家具馆), 도자기관(陶瓷馆), 창호관(门窗馆), 유화관(油画馆), 공예관(工艺馆), 다목적관(多功能馆) 등 6개의 전시관을 갖추고 있다, 마웨이두(马未都) 관장의 고양이에 대한 애정 못지 않게 중국 문화와 예술에 대한 열정과 이를 사람들과 공유하고 교육하고자 하는 의지도 느껴지는 공간이다.
개인 소장품들이라고 믿기 어려울만큼 풍성하고 관리 잘 되어있는 박물관이라는 느낌을 주었다. 영어 표기 병기. 쾌적한 박물관 내부. 관람도 편안하고 시설도 깔끔하다.
나는 중국 문화, 역사, 예술에 문외한이지만, 이 공간 자체를 그저 즐기고 수집품에 감탄하는 것만으로도 의미있는 시간이었다. 부담을 덜어내고 방문해볼 만하다. 고양이 구경과 아름다운 정원 감상은 덤이다.
2층으로 올라가면 흥미로운 공간이 펼쳐진다. 민화, 전통그림 속에 고양이를 넣어서 흥미롭게 표현하였으며 고양이 그림들과 함께 자유롭게 사진 찍을 수 있다.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 깊었던 창호관(门窗馆), 문과 창문 틀의 나무조각이 예술의 경지를 넘어서 불가사의한 수준이다.
박물관 공식 홈페이지 (http://www.guanfumuseum.org.cn/) 한 켠에 “Guanfu cats(관푸 고양이)”라는 코너를 통해 박물관 고양이들 소식을 재미있게 전하고 있다. (https://weibo.com/guanfucats)
이 곳을 방문했던 때가 마침 대서(大暑), 펄펄 끓는 더위였지만 박물관 관장의 예술과 생명에 대한 배려와 정성이 느껴지는 마음 시원한 나들이였다. 미술관 방문을 빙자한 고양이 구경, 주객이 전도된 듯 하지만 그러면 또 어떠하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