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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ugenia Aug 31. 2024

14. 파크뷰그린 Park View Green

쇼핑몰과 미술관의 경계를 허물다



미술품을 창고에 두기보다는 많은 이에게 보여주어야 한다.


전시를 보러 간다는 것이라 함은, 우선 미술관이나 갤러리를 방문하는 것부터 떠올리는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발상의 전환을 깨우쳐주는 곳이 베이징에 있다. 거대 쇼핑몰 안을 가득 채운 예술품들, 그리고 작품과 관람의 경계를 허무는 파격적인 배치를 즐길 수 있는 곳 -  예술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베이징 방문시 놓치지 말아햐 장소로 798예술구와 이 곳을 꼽는다.



파크뷰그린 (팡차오디)

侨福芳草地购物中心 (芳草地画廊)

Park View Green 

주소 : 北京朝阳区东大桥路9号侨福芳草地购物中心

위챗 공식계정 : parkviewgreenart



파크뷰그린은 쇼핑몰, 식당, 호텔, 오피스텔, 갤러리, 영화관 등을 포함한 거대한 복합 문화 공간이다. 홍콩에 본사를 둔 파크뷰그룹이 1995년부터 수많은 건축가들과 심혈을 기울여 만들었으며, 중국 뿐아니라 아시아에서도 손꼽히는 친환경 건물이다. 미국 친환경 건축물 인증제도인 LEED (Leadership in Energy and Environmental Design)의 최상위 등급인 플래티넘 인증을 받았다.

유리 피라미드 외관이 돋보이는 파크뷰그린


파크뷰그룹 회장인 황젠화(黄健华/George Wong)는 1995년 건물 부지 매입 후 디자인 채택에만 5년 소요, 이후 2005년 공사 착수하여 2012년 영업 시작하였다. 공사에서 발생한 80%를 재활용하였으며, 황젠화 회장이 직접 쓰레기통과 화장실까지 신경 써서 건축 비용이 애초보다 천문학적인 숫자로 늘어났다고 한다.


모두 함께 누리는 예술

파크뷰그린은 친환경 건축, 고급스러운 실내와 값비싼 브랜드 등으로도 충분히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며 방문할 만한 장소이다. 그러나 파크뷰그린을 방문하는 가장 중요한 목적은 ‘예술 감상’이다. 쇼핑몰이 기껏해야..? 라는 선입견을 산산히, 그러나 기분 좋게 부숴버리는 그 이상의 공간이다. ‘북경에서 미술을 접할 수 있는 곳은?’이라는 질문에 798예술구, 중앙미술학원, 국가박물관, 중국미술관, 각종 갤러리들이라 대답할 수 있겠지만, 개인적으로 정말 빼놓을 수 없는 곳이 이 곳 파크뷰그린이다.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이다.


파크뷰그룹 황젠화 회장은 아버지의 영향으로 예술작품은 모두 함께 나누는 것이라는 철학을 가지고 있었다. 이 곳 쇼핑몰 안팎으로 수많은 예술품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손 뻗으면 닿는 곳 어디나 위치해 있다. 아무렇지도 않게 전시되어 있으므로, 방문객 누구나 아무렇지 않게 그저 즐기면 된다.

좌 : 2017년 작고한 故황젠화 회장  / 우 : 건물 입구에 당당히 붙어있는 LEED 인증 마크



공기처럼 나를 둘러싼 예술

파크뷰그린에 미술품을 구경할 목적으로 간다면 편한 신발 신고 각오를 단단히 해야 한다.건물 안팎에 있는 작품들을 모두 감상해보리라는 야무진 각오를 하고 가더라도 쉽지 않을 정도로 많은 공간을 걸어 다니며 감상해야 한다. 갤러리라는 제한된 공간이 아니라 쇼핑몰의 모든 곳에 공기처럼 작품들이 둘러싸고 있다. 우선, 건물 안으로 들어서기도 전부터 살바로드 달리가 압도한다. 파크뷰그린 내외부에는 총 40여 점의 달리 조형물이 곳곳에 전시되어 있다. 

살바도르 달리 Salvador Dali <Man Riding a Dolphin>
좌 : 런즈 任哲 작가의 파크뷰그린 9주년 기념작    우 : 류뤄왕 刘若望 <Wolves Coming>


입구에서부터 대형 작품들에 눈이 휙휙 돌아간다. 파크뷰그린 쇼핑몰 정문 입구 왼쪽에는 부띠크호텔 에클라(eclat)가 있는데, 호텔 입구에도 유명 작가 작품이 전시, 아니 그냥 무심하게 놓여있다. 호텔 내부에도 작품이 많다고 하니 하루쯤 숙박하면서 작품 구경을 실컷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가오샤오우 高孝午 < Standard Age Series>


쇼핑몰 안으로 곧장 들어가지 않고 크게 한 바퀴 외부를 돌아보기로 했다. 정문을 바라보고 우선 왼쪽 방향으로 시작!

좌 : 왕루옌 王鲁炎 <Net>   우 : 리휘 李晖 <Bridge>
좌 : 천원링 陈文令 <Garden>   우 : 류뤄왕 <Wolves Coming>
좌 : 주차장 입구의 거대한 스테인레스 작품은 천원링 <中国风景 No.1>   우 : 왕루옌 <行走者>
살바도르 달리 조각품은 내외부에 정말 많다
    왕루옌 작가의 총과 과녁 뒷편의 커다란 삼각자 두 개, 그리고 반가운 우리나라 이승구 작가의 <닥스훈트>


카메라로 다 담지 못한 야외 작품들도 많다. 지치기 전에 이젠 쇼핑몰 안으로 들어가보자. 




자연스럽게 예술에 젖어 드는 법

유리 피라미드 구조의 건물 내부로 들어서면 중앙이 뻥 뚫린 개방감과 천정으로 쏟아지는 자연광, 그리고 내부를 가로지르는 철골 구조물들 때문에 마치 SF 미래 도시에 들어와 있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이 대형 쇼핑몰 입구를 당당히 차지하고 있는 작품이 바로 우리나라 강형구 작가의 작품! 에어브러쉬로 그린 높이 6m, 폭 3.7m의 초대형 <관우> 초상의 강렬함에 압도당한다.


파크뷰그린 내에 살바도르 달리 작품 다음으로 많은 것이 아마 천원링의 <红色记忆 홍색기억 시리즈>가 아닐까 싶다. 천원링 작가는 1969년 중국 푸지엔성 출생으로 이 '홍생기억' 시리즈로 유명해진 작가이다. 처음 이 작품을 만들었을 때 전시할 곳을 찾지 못해 그의 고향 푸지엔성 샤먼의 해변에 작품을 놓고 스스로 전시를 개최한 일화가 있다. 파크뷰그린에는 천원링의 작품이 유독 많은 것을 보니 故황젠화 회장의 애정을 듬뿍 받은 작가라는 생각이 든다.


중국 유명 현대 조각가 중의 하나인 가오샤오우의 작품도 자주 만난다. 형태가 부풀어져 있지만 속은 텅 비워져 있는 그의 조각상은, 요란한 현대문명 속에서 개성과 실체 없이 껍데기에 불과한 현대인의 자화상을 나타낸다고 한다.

롤렉스 광고판 배경의 가오샤오우 <City Dream>
좌 : Paolo Grassino <Zero Series 3-2>   우 : Roberto Barni <Unstable>


파크뷰그린의 인기 스팟인 3층 공간을 가로지르는 다리 위에 시선강탈 작품들이 있다. 파크뷰그린 쇼핑몰을 방문하는 사람들 대부분이 가장 많이 몰리는 곳으로서 오랫동안 인기 포토 스팟이 되고 있다.


1,2,3..층마다 쓰레기통 옆에도, 엘리베이터 옆에도, 상점들 앞에도 작품이 있다. 작품 설명이 붙어있는 것도 있지만 없는 것도 많다. (예술적으로) 가난한 집 아이가 부잣집에 가서 눈이 휘둥그레질 법한데, 그냥 무심하게 툭 놓여져 있는 작품을 보니 자연스럽게 예술에 젖어들 수 있는 환경이라 심적 부담감이 거의 없다.


지하 1층 식당가로 내려가면, 또 다른 시선강탈 작품이 반겨준다. 10층에서부터 이어져 내려오는 길고 가는 붉은 줄이 부처 형상을 감싼다. 붉은 줄들은 마치 레이저빔 같아서, 다들 가까이 다가가서 실인지 빛인지 확인해보곤 한다.

양타오 杨韬 <Empty Bundle>


이탈리아 작가 Gianni Dessì 작품 두 개가 서로 마주보고 있다. 엘리베이터 외벽의 노란색 마스크는 <你X你 Ezra>, 그리고 풍선껌 부는 검은 동상은 <Three for You> 중 하나이다. 기발하고 참신한 작품 배치가 오히려 려 이 공간을 자연스럽게 만든다. 


예전에는 이 위치에 오랫동안 천원링의 작품 <What You See is not necessarily True>가 차지하고 있었다.

이보다 더 시선강탈인 작품이 있을까? 우리 아이들이 특히 좋아했었다.
좌 : 가오샤오우 <Pet God Lion>   중 : 친웨이홍 秦玮鸿 <Yearning of Happiness>   우 : 중 : 황위롱 黄玉龙 <Paradox>


지하 1층 야외 잔디밭에도 작품이 가득 가득하다. 초록 잔디밭 위체 규모가 큰 작품들이 조화롭게 어우러져있다.




방초지화랑(芳草地画廊), The Park View Museum

파크뷰그린 D구역 10층에는 쇼핑몰 방문객들의 발걸음이 뜸한 전시 공간이 있다. 쇼핑몰 내외부에 워낙 볼거리들이 많으니 이 곳 꼭대기층까지 또 무엇이 있으리라 미처 생각이 미치지 못하는 것일 수도 있겠다 싶다.

이곳에는 파크뷰그룹 황젠화 회장의 소장품들이 전시되어 있는데, 쇼핑몰 안팎으로 가득 찬 조형 위주 작품들과 더불어 회화 위주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또한 소장품들이 워낙 많아서 쇼핑몰 내부와 이 갤러리 전시품들이 가끔 교체 전시가 되기도 한다. 가끔 방문할 때마다 배치가 조금씩 바뀌어 있는 것을 눈치채는 즐거움도 있다. 

공식 계정에서 사전 예약 필수. 무료
기념품샵도, 갤러리 옆 까페도, 평범한 것은 거부한다.




파크뷰그림은 쇼핑몰 하나 돌아다녔을 뿐인데 만보 걷기 기록을 세울 수 있는 곳이다. 내가 언제 이 만큼이나 걸었나 싶게 놀랐지만, 핸드폰 사진첩을 꽉꽉 채운 작품들과 뻐근한 다리, 무엇보다도 온 몸을 감쌌던 예술의 짙은 공기가 남긴 강한 여운이 오래 지속되었다. 

만보 인증 / 레고로 만든 쇼핑몰 전경


지난 방학에 한국 방문했을 때, 서울 명동의 신세계백화점을 오랫만에 방문했다. 

1930년 미츠코시백화점으로 시작된 대한민국 최초의 백화점으로서, 이상의 소설 ‘날개’의 결말부에서 주인공이 “날자꾸나”를 외치는 곳이 이 건물 옥상이며, 영화 <암살>에서 전지현의 위장 결혼식을 필두로 한 총격전이 벌어지는 현장으로 설정되기도 했다.


베이징 파크뷰그린처럼 신세계백화점도 아트 컬렉팅(art collecting) 및 대중 공개로도 유명한데, 솔 르윗 Sol LeWitt, 루이즈 부르주아 Louise Bourgeois, 앤터리 곰리 Anthony Gormley, 아니쉬 카푸어 Anish Kapoor, 알렉스 카츠 Alex Katz 현대미술사 획을 짙게 그은 작가들의 작품이 백화점 곳곳을 알차게 채우고 있다. 책으로, 인터넷으로만 보던 작가의 작품들을 서울 중심부 백화점에서 지나치듯 우아하게 만날 수 있는 기회에 감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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