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eugenia Dec 10. 2022

01. 수채화 속의 베이징

Liuba Draws Beijing 일러스트 북 리뷰




기록은 다양한 얼굴을 하고 있다.


나에게 있어서 기록이란?  40년 넘게 습관이 된 다이어리, 냉장고에 붙여 놓은 포스트잇, 생각날 때 마다 짬짬이 적는 핸드폰 메모장, 중국 생활 이후 꾸준히 기록하는 블로그, 한국 지인들에게 나의 생존을 알리려 간간히 사용하는 페이스북, 요즘 트렌드에 맞추려 조금씩 시도해보는 인스타그램, 그리고 베이징의 경험을 체계적으로 남겨보고자 올해 초부터 시작한 브런치 등이 그러하다. 그런데 이렇게 쓰고 보니 대부분 ‘글’의 형태를 띄고 있다는 것이 공통점이다. 아마 나를 포함한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기록이란 글의 형태일 것이다.


2016년 내가 베이징에 왔을 때, 그 해 겨울 처음 만나 시선을 사로잡은 베이징의 기록은 바로 그림의 얼굴을 하고 있었다. 베이징의 일상을 포착한 수채화 일러스트. 그리고 자연스럽게 그 작품을 그린 일러스트레이터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住北京的俄罗斯艺术家。

북경에 사는 러시아 예술가


작품들을 탄생시킨 리우바(Liuba) 작가가 자신을 소개하는 짧은 문구이다.

나는 이 문구에 몇 글자 더 추가하고 싶다.


북경에 사는 ‘북경을 사랑하는’ 러시아 예술가


북경에 처음 와서 맞이하는 크리스마스 시즌, 아이들 학교 성탄 공연과 바자회에서 그녀와그녀의 작품을 처음 만났다.  키가 크고 체격이 큰 여성이었는데, 바자회 부스 한 켠에서 자신의 그림들과 이를 이용한 각종 제품들을 판매하고 있었다. 내 눈을 단숨에 사로잡았고, 이후 매년 우리집 달력은 리우바의 베이징 일러스트 달력이 되었다.

나도 사용하고 떠나는 지인들 선물도 주고


마그넷, 에코백, 달력, 카드, 엽서, 열쇠고리 등 다양한 상품으로 판매되고 있다.


작년과 올해는 양매죽사가후통(杨梅竹斜街26号)에서 수채화 원본 전시회를 갖기도 했다.




리우바 드로 베이징(Liuba Draw Beijing) 책 발간


올해 12월, 그녀는 그동안 그려온 그림들과 새로 추가된 그림들을 모아 한 권의 책을 발간하였다. 수채화라는 소재와 베이징을 향한 그녀의 따뜻한 시선, 세심한 관찰력, 그리고 포용력 있는 마음이 어우러진 일러스트들의 기록이 모이고 쌓이고 발전하여 하나의 이야기가 되었다. 외국인으로서 베이징에 처음 정착하여 낯설고 새로운 것들을 하나씩 발견해온 그녀의 실제 경험들이 담긴 생생한 그림들… 나와 같은 이방인의 시선이라 더욱 공감이 간다.


198위안 (한화 약 37,000원)의 금액이 절대 아깝지 않은 퀄리티와 분량이다. 누군가의 몇 년간 정성들인 기록을 이 금액으로 엿보고 공감할 수 있다는 것은 엄청난 혜택이다. 정감있는 수채화를 통한 눈호강은 덤!

두툼 + 큼직 + 소장가치
내부 살짝 엿보기


내가 이 책을 인터넷으로 구매하고 집으로 배송 받은 시기는, 마침 11월 중순 이후 베이징의 또 한 번 코로나 확진자 증가로 극심한 봉쇄, 격리, 추적, 상점 폐쇄, 아이들 온라인 러닝 등으로 상당히 기운이 빠져서 집에만 틀어박혀 있을 수밖에 없는 때였다.


어느 때이건 즐거움을 발견하는 것이 코로나 시기 필요한 역량이자 덕목! 마음껏 베이징의 후통 골목을 활보할 수 없는 이러한 시기에 때마침 도착한 그녀의 책을 통해서 활력을 얻고 싶다. 모든 페이지, 모든 그림을 꼼꼼히 정독 하는 하나의 방법으로서 ‘나의 읽은 기록’을 일기처럼 브런치에 포스팅하고자 한다.


Expect the unexpected
우연을 기대하다


Liuba Draw Beijing 책의 어느 부분에서 발견한 문구인데, 그녀의 그림과 글과 책을 모두 포용하는 적절한 문구이자, 베이징 라이프의 즐거움을 찾는 모든 이에게 딱 알맞은 모토라고 생각한다. 베이징 시내 곳곳, 후통 골목 어딘가에서 꼭 마주치게 되는 ‘우연’을 ‘기대’하며 걷는 즐거움이 바로 베이징의 매력이다. 코로나 상황이 좀 나아지고 일상을 되찾게 되면 다시 한 번 걷고 싶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