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2018.6-2021.1
여름의 더위를 잊을 만큼 힘든 일이 많았다
그 해 여름은 사상 최대의 폭염을 기록했고 때마침 고장난 에어컨이 나를 괴롭혔지만 덥지 않았다
하지의 남중 고도는 180으로 가장 높아졌고 아무리 기다려도 그 모든 어려움을 버티게 했던 고도는 오지 않지 않았다
그래도 나는 늘 그를 기대하여 기다렸다
고도의 흔적만을 보고도 며칠, 몇 달, 몇 년을 기뻐할 수 있다던 나
그 고도의 흔적을 좇으며 기꺼이 살아가고자 했던 내 마음
어쨌든 그가 오르지 못할 고도 일지 오기 위한 구도 일지 모음 하나 차이 아닌가
몸소 작열하는 더위를 견디고 지나 부딪혀보고서는 비로소 내 고도는 오지 않음을 깨달았다
,아니 오지 못한 건가
나는 그 물음에 또 한참을 갇혀 바보가 되었다 내 과업일까
허나 본래 인간이란 어리석은 존재이니 또 다른 구도 아닌 고도가 가까이 다가온다면 그렇다면
나는 기꺼이 멍청한 존재가 되리라
그렇게 태양에 내 몸이 부서지며 증발하게 내버려두리라
어쩌면 그게 나를 구원해줄 존재라는 헛된 희망에 온 몸을 던진 채로
태양의 남중 고도가 가장 낮아지는 동지를
그와 가까워질 구도를 기다리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