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으로 영화 읽기> [전, 란] 속 국악

<K-국악으로 영화 읽기> 전란에서는 왜 "갈색" 사자춤을 췄을까?

by 서유진

2024년 공개된 강동원, 박정민 배우 주연의 영화.



영화 [전, 란]은 조선시대 임진왜란을 배경으로, 양반인 종려(박정민 분)와 천민인 천영(강동원 분)의 뒤틀릴 수밖에 없던 우정을 다룬다.


임진왜란과 양반의 횡포라는 극 속 시대적 상황에 따라, 이에 걸맞은 여러 가지 국악적 요소를 차용한 것을 볼 수 있었다. 영화를 보고 난 후 꽤나 섬세한 음악적 고증을 바탕으로 한 것 같아 음악감독을 찾아보니 올드보이로도 유명한 조영욱 음악감독님의 작품이었다. 그래서 오늘은 "전, 란"의 국악적 요소를 살펴보고자 한다. 크게 3가지 국악을 소개하려고 한다. 농악, 쾌재나 칭칭 나네, 북청사자놀음이다. 참고로 이 세 가지 국악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국가무형유산 등에 등재된 우수한 우리 음악.


전, 란의 한국적인 멋 1 : 농악과 버나 돌리기

농악은 영화의 초반부터 등장한다. 농악, 즉 다른 이름으로 풍물놀이라고 불리는 이 장르는 징, 꽹과리, 장구 등이 어울려 타악기의 소리가 매우 두드러진다. 농악은 이름으로부터도 알 수 있듯이, 농경사회였던 과거부터 아주 뿌리 깊게 우리 민족과 함께 해온 음악이다. 보통 상황에 따라 다양한 종류의 놀이가 동반되는데, 선반처럼 생긴 버나라는 접시를 돌리기도 한다. 이를 버나 돌리기, 버나 놀이라고도 한다. 이러한 풍물놀이와 버나 돌리기는 영화 속에서 일어난 민중의 문화를 음악적으로 대변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풍물놀이는 삼국지 위지 동이전에 실릴 만큼, 그 옛날 상고시대 때부터 내려와 그 역사가 매우 깊은 민중의 음악이기 때문. 오랜 한국적인 민중의 정서를 담을 수밖에 없는 음악. 역사가 기록되기 시작했던 그 시대부터 민중을 관통하며 현존하고 있는 음악이 바로 농악, 즉 풍물놀이이다.


영남풍물가락을 무대용으로 재각색한 "영남 사물놀이"


전, 란의 한국적인 멋 2: 쾌재나 청청이 나가네

영화가 한창 진행되는 중에 민중들이 부르는 노래가 있는데 우리에게 흔히 알려진 "쾌지나 칭칭 나네"이다.


쾌재나 청청이 나가네


영화 전, 란에서 "쾌지나 칭칭 나네"의 활용이 재밌는 것은 현재에 내려오는 "쾌지나 칭칭 나네"의 가사가 아닌, "쾌재나 청청이 나가네"라는 가사를 활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통상 민요의 유래에는 여러 가지 설들이 있기 마련인데, 쾌지나 칭칭 나네의 경우는 고성김메기소리의 향토민요로 쓰이면서 농악의 소리를 흉내 낸 것이라는 설, 월월이 청청나네에서 유래하여 달이 밝다는 의미를 나타냈다는 설, 불교 관련설 등 많은 유래가 존재한다.

그러나 본 영화에서는 "쾌재나 청청이 나가네"라는 가사를 활용하여 민요 "쾌지나 칭칭 나네"의 전쟁 유래설, 즉 쾌재(아주 즐거운 호재)나, 임진왜란 때 일본인 장수인 '가등청정'이 나간다라는 유래를 담고 있다는 점에서, 임진왜란 중 의병의 승리 서사를 담는 영화와 잘 어우러지는 가사 선택이라고 보여진다.



전, 란의 한국적인 멋 3: 양반을 풍자하는 내용을 담은 북청사자놀음

극의 마지막에는 주인공 천영이가 동료와 함께 대동교를 잇는 새로운 종파를 모의하는 장면으로 끝나게 된다. 바로 이때 엔딩으로 사자춤으로 알려진, 북청사자놀음이 등장한다.

그렇다면 여기서 왜 하필, 북청사자놀음을 차용했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우리나라 사자춤에는 여러가지가 있다. 그 중에서도 가장 대표적인 것이 북청사자놀음과 봉산탈춤의 사자춤. 전란에 등장하는 사자춤은 북청사자놀음이다.

잠시 북청사자놀음과 봉산탈춤의 사자춤을 비교해보자. 봉산탈춤의 사자춤은 흰색 사자탈이 대표적이고, 불교적인 성격이 강한 편이다. 실제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에서 봉산탈춤의 사자춤은 "부처님이 보낸 사자가 내려와 목중을 잡아먹으려고 하다가 목중들이 회개하겠다는 말을 듣고 용서하고 함께 춤을 춘다"고 기술된다. 또한 봉산탈춤 안에는 사자춤이 6번째 이야기일만큼 다른 이야기들도 많이 들어가있기 때문에, 전란에서의 주제의식을 표현하기에 다소 적합하지 않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에 비해 북청사자놀음은 사자놀음만을 중점으로, 양반제에 대한 비판의식을 풀어나가는 민속놀이이다. 때문에 민중의 놀이 속에서 전하는 북청사자놀음의 주제의식은, 전란에서도 이야기하는 조선 시대 중기부터 싹트는 양반제도에 대한 비판적 사고를 드러내주는 데 다른 사자춤 보다도 효과적이다.



나가며,

전, 란은 넷플릭스에 개봉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여러 나라의 비서구권 차트에 올랐다고 들었다. 그것을 보고 든 생각은 역시, 가장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인 것이라는 말의 힘. 로제의 아파트나 오징어 게임 등 여러 한국적인 소재가 주목을 받는 지금, 영화를 감상하는 다른 분들도 여러 국악적인 면모에 흥미를 느끼며 영화를 감상할 수 있었으면 한다.








전, 란 관련... 투머치 토커 드림
덧 1. 강동원 배우님이 출연한 영화 전우치에서, 쓰인 취타도 개인적으로 영화 속에서 국악이 적절히 사용된 좋은 예라고 생각된다. 왕의 행차나 거행 때 쓰인 음악인 <취타>를 덧입힌 궁중악사 장면. 개인적으로 진짜 왕 앞에서 가짜 전우치가 취타와 함께 등장하는 연출이 해학적이어서 좋아했다.
얼쑤얼쑤얼쑤으쌰으쌰으쌰으쌰
덧 2. 판소리 풍의 대사로 영화를 시작하는 것 또한 재밌게 봤는데, 김상만 감독의 인터뷰를 찾아보니, 영화 춘향가를 오마주했다고 한다. 판소리는 민중의 예술인 만큼, 조선시대 신분제 사회의 허점을 잘 드러내주는 장르라는 점에서, 이 영화의 주제의식과 잘 어우러 진다는 점에서 좋았다.
덧 3. 전란의 경우, 강동원 배우님의 필모 중 천박사 퇴마 일기와 음악 스타일이 대조적이어서 개인적으로 재밌게 들었다. 물론 다른 음악감독이니 다른 스타일이 나오는 것이 당연하지만, 두 영화 음악의 경향이 완전히 상반되어있다. 천박사 퇴마일기는 서양음악과 이질적이지 않은 소리북을 사용하였다고는 하지만, 무속신앙을 주제로 함에도 전통적으로 쓰이는 무속음악보다는 서양 오케스트라 사운드를 주류로 끌고 갔다. 그러나 전란은 이와는 대조적으로 전통적인 음향이 돋보이는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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