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무빙어니언 Sep 29. 2024

러닝. 러닝. 런잉(learning)

요즘 자주 달린다. 


퇴근 이후 또는 주말에 러닝을 자주 하는데, 쉽지 않다. 

우선 시작할 때 나의 몸과 마음이 매우 무겁다. 비와서 취소됐으면 좋겠고,'뛰다가 낙오되면 어떡하지' 라는 걱정과 함께 러닝 장소까지 걸어가곤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달리는 이유, 완주했을 때의 성취감 때문이다. 

뛰니까 호흡이 가빠지는 건 당연했다. 항상 뛸 때마다 느끼지만 러닝은 정말 쉬운 것 같으면서도 어려운 운동이고, 어려운 것 같으면서도 쉬운 운동이다. 빠르게 뛰었다고 생각되면 7분 넘는 페이스로 뛰고 있었고, 천천히 뛰고 있다고 생각되면 또 빠른 페이스에 한 두 번 놀란 게 아니다. 


오늘도 10K를 뛰면서 수도 없이 고민했다. 이쯤에서 걸을까, 지금 걸으면 나중에 뛰기 싫어질까, 저 언덕에서는 꼭 걸어야지, 지금 몇 분 페이스로 뛰고 있을까 등 고민하다가 꾹 참고 뛴다. 정말 조금만 더 하면 나아질 거라는 생각으로 참아본다.(이럴때 내가 어른이 되었나..생각한다��) 


그리고 나는 이렇게 나를 위로한다. 힘들어도 뛰어야지, 힘들 때 뛰어야 나중에 상쾌하고 성취감을 느낄 수 있겠지, 물 마시면 진짜 시원하겠다, 완주하면 내가 나를 정말 꼭 안아줘야지.


러닝은 정말 오래 전부터 살 빼기 위해 시도한 운동이다. 계속해서 바뀌는 기록과 몇 번의 낙오로 러닝을 멀리했었다. 하지만 작년 여름 다이어트 때(F45 챌린져스 시절) 숫자에 민감해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뛰는게 중요하지 - 심장 뛰는게 중요하지 - 퇴근 이후에도 운동복 입고 뛰려고 했다는 마음가짐이 중요하지 - 라는 생각으로 뛰기 시작한 것이다. 하하 처음에는 1키로도 숨차서 언제 끝나나 싶었다. 그래도 목표 4키로만 천천히 뛰자고 생각하고 쉬지않고 뛰기 시작했다. 숫자에 대한 미련이 없으니 달리기에 두려움이 사라졌다. 기록은 천차만별이였지만 나 혼자 뛰었고 뛰었다는 사실이 나를 뿌듯하게 만들었다. 

여전히 기록은 오락가락, 자세는 얼렁뚱땅이지만 러닝으로 느끼는 바람과 러닝해서 보이는 풍경과 러닝 심박수를 좋아한다. 언제 끝나나 싶으면서도 '벌써 끝났네'라는 생각이 들게 하는 미워할 수 없는 운동 같다. 


정말 힘든데 힘드니까 내가 살아있음을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고마우면서 참 얄미운 친구 같다. 화나서 나도 모르게 바쁘게 뛰고 있는 심박수와는 다른, 내 의지로 내 다리를 움직여 심박수를 올리는 차이에서부터 내 몸이 내 것이라는 것을 느낀다.


누구에게도 기록 공유하지 않아도 되니 저녁을 너무 많이 먹었다고 생각된다면, 한강을 시원한 바람과 함께 즐기고 싶다면, 꿀잠을 자고 싶다면, 심박수 소리 들어보고 싶다면, 내가 나를 꼭 안아주고 싶다면 러닝 참으로 해볼만 하다. 

작가의 이전글 세상은 앓음다우니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