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전한 기독교, C.S. Lewis, 홍성사
아들, 벌써 19개월이 돼서 뛰어다니면서 공까지 차는 걸 보고 있으면 흐뭇해져.
아빠도 회사에 입사한지 1년이 되었네.
아들이 예쁘게 성장하는 것만큼이나 아빠도 잘 성장하고 있는지 의문이 들어.
학위 때 배운 지식들과 익힌 인문학적 소양이 회사 생활 중에 큰 도움과 힘이 되는 것 같아.
그러나 여전히 욕망을 제어하는 부분, 자만하는 부분, 슬기롭지 못한 부분, 안일한 부분 등 군데군데 어설픈 부분들이 많네.
상사로부터 회사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칭찬도 받지만, 학교처럼 편협하게 생각하지 말라고 면박도 당하면서 기분이 오르락내리락하고 있어.
회사 생활 반년차 때, 우울감이 극도로 달했는데 동료 한 분이 '순전한 기독교'라는 책을 선물해주었어.
기독교가 궁금해서라기보단 그분의 마음이 너무 고마워서 1주일 만에 완독 했던 것 같아.
그리고 느꼈던 건, '내가 흐트러지고 있었구나' 였어. 학위 땐, 교수님의 충고와 조언, 격려 덕에 하루하루 멋지게 살아가는 듯 했는데, 사회로 나가서 지내다 보니 온갖 유혹에 휩쓸리고, 게을러지고, 못나게 되어가고 있었던 거지.
기독교인의 자세에 대해 논리적으로 써놓은 책인데, 기독교인에겐 고전으로 불리는 책 이래.
기독교인이 아니지만(언젠간 될 수도 있지만), 만약 이 책대로 사는 게 진정한 그리스도인이라면, 정말 멋있고 행복하게 사는 것이겠구나 라는 생각을 해보았어.
그리고 그 이후로 지금까지 아빠도 책에서 일러준 대로 살아야겠다는 다짐을 하며 지키려고 애쓰고 있어. 아들도 책에서 일러준 대로 키우려고 하고. 엄마를 대하는 마음도 마찬가지고.
학위 때 교수님의 밝은 빛 아래서 인문한 책들을 읽어가며 다짐했던 초심들이 새로운 형태로 되살아나는 게 느껴졌어. '이젠 정말 실전이다!'라는 느낌.
매일, 매 순간, 매사 흐트러지려고 하는 마음이 들고, 거기에 굴복하는 횟수가 더 많긴 하지만 끈질기게 이겨내야지. 평생의 싸움이 될 것 같아..
아들과 엄마를 생각하며 지혜롭고 강인한 자기성찰 전문가가 되어야겠어!
이 책에 따르면 이 목표는 불완전한 아빠 스스로는 절대 해낼 수 없는 거래. 완전하고 진리 그 자체인 '그분'에게 전적으로 모든 것을 맡겨야 가능하다는 거지.
아빠 혼자 사는 거면 뻔한 설교려니 하고 지나갔겠지만, 아들과 엄마의 미래를 설계하는 가장으로서 바라보니 진지하게 책의 내용이 다가오네.
한번 해볼게! 사랑해, 아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