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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엘랑비탈 Oct 31. 2015

性欲?...!

쇼펜하우어-성애론

아들, 오늘은 지극히 본능적이고 자연적이며 때론 우리의 도덕 의지를 비웃곤 하는 이 돈키호테 같은 '성욕'에 관해서 적어볼게. 

아들이 이 글을 읽을 때쯤엔 이미 性에 대해 어느 정도 눈이 떠 있겠지?


 아빠는  결혼했음에도 불구하고 매력적인 여성을 보면 성 욕구가 생겨나는 이유가 무엇인지 고민했었어. '남자의 본능이지, 고민까지 할 필요가 뭐 있나?'라고 대수롭지 않게 넘길 수도 있지만, 불쾌한 죄의식을 안겨주는 이 성 욕구의 실체가 궁금했단다. 그러던 중 쇼펜하우어의 '성애론' 이란 책을 우연히 후배의 책장에서 접하게 되었어. 

  약 150년 전에 쇼펜하우어가 집필한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라는 철학 저서에서, 性과 관련한 부분을 발췌해서 번역한 책이라고 하네. 


 남자와 여자의 성 역할과 성적 욕망의 근원에 대한 탁월한 설명이, 평소 性에 대한 아빠의 궁금증을 해소시켜 준 것 같아. 문득, 아이들의 성교육이 이러한 인문학 책들을 읽고 본인의 생각을 능동적으로  이야기하는 토론 수업으로 이루어진다면, 性을 자연스러운 것으로 인지할 수 있을 것 같아.


 책의 내용 중 기억에 남는 글귀 하나는,  

남자는 그의 성 기능이 정상 작동하는 한, 성적 욕망은 죽을 때까지 사그라지지 않는다. 

 인류의 종족 번식을 위한 '자연의 힘'(소위 말하는 '본능')은 우리의 도덕 의지까지도 무력화시킬 수 있는 강렬한 욕망이고, 매력적인 이성을 향한 행동 하나하나의 동기부여가 된다고 해. 이를테면, 괴테의 소설 '젊은 베르테르 슬픔' 속 주인공 베르테르의 행위 같이. 그는 그의 단점을 보완하여 '최적의 후손'을 만들 수 있는 한 여인을 만났지만, 이미 약혼자가 있는 그녀와 결혼할 수 없다는 현실 앞에서 절망하고 결국 자살을 선택해. 실제 현실세계에서도 이와 비슷한 일들이 종종 일어나는 것을 뉴스로 접하기도 하지. 그만큼 이 '최적의 종족 보존 행위'는 그 목적을 달성하지 못했을 때, 삶의 의미까지도 송두리 째 흔들릴 수 있는 강렬한 것인가 봐. 역사적으로도, 한 여자를 얻기 위해 큰 전쟁까지 불사하는 경우나, 우리 생활 속에서의 크고 작은 동기부여들(권력욕, 명예욕, 공부, 운동, 패션 등)도 그러한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아.


 아빠도 엄마를 한눈에 보고 반해서 결혼까지 반년채 안 걸렸는데, 쇼펜하우어 적으로 생각해보면 서로 너무나 달라서 상호보완(?) 될 수 있는 점이 많아서 그토록 강렬하게 끌렸는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해서 자식을 낳으면, 그 '자연의 힘'은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기 때문에, 부부간의 콩깍지가 벗겨져도 별로 신경을 안 쓴다고 하네. 그제야 부부는 서로 성격이 안 맞는다는 등의 불평을 쏟아내며 현실을 직시하게 되고, 연애시절 사랑의 힘으로 관대하게 넘길 법한 일들도 이해하지 못하고, 자기중심적으로 돌아가는 거래. 책의 내용대로라면, 부부가 서로 '상대방에게  속았다'라고 말하는 것은, 아마 '자연의 힘에 서로 속았다'라고 표현하는 게 맞을 것 같아.


 이 책을 읽고 난 뒤, 여성에 대한  아빠의 성 욕망의 실체(결혼을 했음에도 불구하고)를 '종족 보존을 위한 자연의 힘'으로 규정했단다. 이후, 성적으로 끌리는 매력적인 여성을 볼 때마다 그 깨달음을 상기하며 理性적으로 바라보도록 노력했고 지금은 크게 흔들리지 않는 수준까지 오른 것 같아. 그리고 결혼 5년 차인 엄마에 대한 감정이 무덤덤하게 변화되어 가는 과정도 자연스러운 현상임을 알게 되었어. 이러한 일련의 사고 과정을 통해서,

남자의 성욕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것이며, 깨달음을 통한 훈련으로  제어될 수 있다.

라는 결론을 얻었고, 아빠도 그렇게  제어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을 얻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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