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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엘랑비탈 Oct 26. 2015

개성 창달

에리히 프롬-자유에서의 도피

아들, 오늘은 지금의 아빠를 있게 할 수 있었던, 특별한 학자와 그의 저서를 소개할까 해.

아빠가 10년 전에 신림동 고시원에서 외무고시를 준비하는 학생들의 강의 동영상을 촬영하는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었어. 강의 실 뒤 쪽에 캠코더 on/off 버튼을 누르면서 강의 내용을 녹화하는 단순한 일이었단다. 

 그 날도 평소와 다를 바 없이 뒷 좌석 가운데에 카메라를 켜놓고 앉아있었지. 그러던 중 강사님이 앉아있는 수강생들에게 질문한 것을 들었어.

에리히 프롬의 '자유에서의  도피' 책 읽어 본 사람 손!


그런데 100명 가까이 되는 수강생들 중에서 손을 든 사람은 아무도 없었어. 그러자 강사님(고려대 정치외교학 석사인지 박사인지..)이 보드마카를 내려놓으시면서 굉장히 실망해하며 학생들을 크게 나무라시는 거야. "외교관이 되겠다고 하는 사람들이 이런 필수 책도 안 읽어보고 무슨 외교관이 되겠다는 거냐, 대학생은  맞느냐"라고 하면서..

  뒤에서 기계적으로 녹화만 하고 있던 아빠도 그런 질책을 듣고 의문이 생겼단다. '무슨 책이길래 저렇게 화를 내는 걸까.. 나도 휴학 중이긴 하지만.. 대학생은 맞긴 하지..' 그 길로 관악도서관 대출증을 만들고 그 책을 빌려서 당시 25만 원짜리 하숙집 침대 밑에 앉아서 읽기 시작했단다. 

 어렵고 딱딱하게 보이는 책이었지만 호기심 가득 안고 첫 장을 떼었고, 그 후 달콤한 지혜의 샘을 찾은 것 마냥 밤을 새 가며 술술 읽었던 것 같아.

'아, 이런 재미로 인문학 책을 읽는 거구나..' 

그 당시에는 아빠가 지금처럼 인문학 독서가 중요하다는 개념은 갖고 있지 않았어. 그저 그 책을 읽으면서 삶의 지혜에 대한 갈급함을 해결해줄 수 있는 바이블을 찾았다는 생각에 굉장히 기뻤단다. 아빠는 사실 기껏 조정래 씨의 태백산맥이나, 펄벅의 대지 등의 책들을 읽으며 독서를 좀 한다고 생각했지, 재미없는 인문학 서적을 읽는 것은 고리타분한 학자들이나 한다고 생각했거든.

  이 책은 한 문장 한 문장 '인생의 상식'들을  이야기해주는  듯했고, 아빠만의 특별한 개성에 대한 격려와 확신을 주는  듯했어. 그리고 며칠을 걸려 다 읽고 마지막 페이지를 덮으면서 드는 생각은,

'아, 나도 이렇게 살아야겠다..' 

그런데 실제로 어떻게 살아야 된다는 방법론에 대한 책은 아니야. 우리가 우리 본연의 개성을 잃게 되는 원인을 명쾌하게 진단하고, 해결해 가야 하는 방향에 대해 기술한  것뿐이야. 

 이 책을 읽고 난 후,  에리히 프롬의 책들을 모두 읽어보려고 노력하고 있단다. 사랑의 기술, 인간의 마음, 건전한 사회, 남자와 여자는 왜 투쟁하는가, 정신분석과 듣기 예술, 프로이트와 정신분석 등 나중에 아빠 서재에서 찾을 수 있을 거야. 아빠는 이제 영어 원서로 읽는 것을 시작했단다. 'Escape from freedom'

 이러한 책들의 독서를 통해서 아빠의 사회적 활동 중의 인간관계가 원만해졌 던 것  같아. 아빠 스스로의 개성 발현을 적극적으로 지지하는 마음이 상대방을 또한 같은 맥락으로 격려해주는 행위가 되었거든. 

 또, 대학원 생활도 열성적으로 할 수 있었던 이유도, 이  책으로부터 얻은 자신감과 용기를 통해, 보여주기 식의 연구가 아닌 아빠 본연의 한계를 파악하고, 그걸 깨뜨리기 위한 노력을 기울일 수 있었기 때문인 것 같아. 

 책에서 말한 우리 본연의 개성을 가감 없이 발현시키는 '적극적 자유'를 매 순간 상기하며, 아빠 나름대로의 상상력을 발휘하며  일상생활에 적용하고 있는 것 같아.

진정한 휴머니스트로 거듭나고자 한다면 에리히 프롬을 알아야 할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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