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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엘랑비탈 Oct 13. 2015

시간에 대해

고백록-아우구스티누스

아들, 오늘도 고백록 내용에 관한 이야기야.

시간에 대한.


우리는 시간을 과거, 현재, 미래로 인지하고 살아가지만 아우구스티누스는 다른 정의를 내렸어. 그는 과거를 기억이라 부르고, 현재를 직관, 미래를 기대라고 부른대. 라틴어를 영어로 번역하고 그것을 또 한글로 번역한 것이기 때문에 정확한 의미는 모호할 수 있을거야.

 잠깐 그의 시간에 대한 인식을 적어볼게.

 "현재는 없다. 지금 이 순간도 바로 흘러 가버리고 있기 때문에. 과거는 더더욱 존재하지 않는다. 미래 또한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이므로 존재하지 않는다. 결국 우리가 시간이라고 인지하고 있는 과거, 현재, 미래는 존재하지 않는 개념이다. 매 순간을 흘려보내며, 기억에서 떠오르는 일을 회상하며, 무언가를 기대하며 사는 것. 이게 진정한 시간 개념이다." 


 지극히 그의 주관적인 생각이기 때문에 논란이 있을 수도 있지만, '시간이란  무엇인가?'라는 쉽지 않은 질문을 신앙과 결부시켜 탁월하게 해석했다고 아빠는 생각해. 신은 이러한 시간에 대한 개념도 창조하였기 때문에 과거, 현재, 미래 어느 시간에도 동시에 존재할 수 있대. 그래서 아빠도 신의 논리로 한번 생각해보았어.


 이미 흘러가버린  그때, '과거'의  그때를 회상하며 '이렇게 했었으면  어땠을까?'라고 수정된 상상의 나래를 펼친다면 그때가 고쳐지는 게 아닐까 하는. 인간의 개념대로 따지만 이미 엎질러져버린 물이니 돌이킬 수 없는 것이지만, 우리가 기도와 노력을 통해 신의 본성을 닮을 수 있다면 우리도 그의 능력처럼 '시간'을 초월할 수 있기 때문에 엎질러져있어도 다시 담을 수 있지 않을까? 

 얼마 전 아빠가 봤던 면접을 상기하며, 고백록을 먼저 읽었더라면 면접을 좀 더 무게감 있게 봤을 텐데 하는 후회감을 떠올리며 위의 방법대로 해보았어. 다시  그때 그 장소와 시간을 '회상'하며 임원들의 질문 하나하나에 대해 하고 싶었던 대답들을 다시 하나하나 말했어. 그리고 예전에 친구와 있었던 다툼들, 엄마에게 함부로 말했던 것들, 대학원 생활을 하며 노력하지 않았던 것들, 주위 사람들에게 오만하게  행동했던 것들을 하나하나 떠올리며 다신 후회하지 않을 말과 행동들로 고쳤단다. 신기하게도 한결 마음이 편해지고 흐뭇한 느낌이 들었어. 묵은 체증이 내려가는 느낌이 들고. 그리고 이젠, 앞으론,

일일이 후회되는  그때로 회상하며 다시 돌아갈 필요가 없도록 매 순간을 심사숙고하며, 후회하지 않는 시간을 흘려 보내야겠어.


 그렇다면, 이렇듯, 과거는 이미 겪어 봤기 때문에  그때의 상황을 떠올리며  바로잡을 순 있지만, 아직 일어나지 않은 미래에 대한 것은 어떻게 '기대' 할 수 있을까?

 아빠도 아직은 잘 못하고 있지만, 그건 아마 신을 향한 간절한 기도를 통해서 원하는 바를 이루어가는 것이라 생각해. 사랑, 아름다움, 선 그 자체인 신의 본질을 닮고자 기도한다면 우리도 그렇게 되지 않을까?



프라하 광장 시계탑, 체코, 2011.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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