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이란 절대적 존재
아들, 오늘은 로마시대 철학자 아우구스티누스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게.
그는 마니교에 빠졌다가 뒤늦게 기독교를 믿게 된단다.
어머니가 그를 위해 절실히 기도했기 때문에, 어렸을 적부터 그의 마음속 한편에는 어머니의 기도에 응답해야 된다고 생각했었을지 몰라.
그의 젊었을 때의 방탕한 생활은 아빠의 대학시절을 연상케 한단다. 술 마시고, 오만방자하게 떠들고, 흥청망청..
지금 생각해보면 아빠는 그때 '대학'이란 공간을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았었구나.
아빠의 경우 기독교를 처음 접했을 때는 2002년도 6월 미국으로 단기 워킹홀리데이를 갔을 때였단다. 성함도 잊어버린 한 목자님 가족분들과 같이 일한 마음 넓은 형들이 20대 혈기만 왕성한 버릇없는 아빠를 교회에 데려가 주었어. 사실 그땐 신이 있기나 한 건지, 왜 신을 믿어야 하는지 몰랐어. 이후 군대에 가서도 신우회 활동을 열렬히 하면서도 왜 기도를 해야 하는지, 성경을 읽어야 하는지를 몰랐고. 최근까지도 대수롭지 않게 여기다가 얼마 전부터 '신이 정말 존재할까?'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보고 있단다.
어느 날 우연찮게 연구실 후배와 빅뱅이론에 대한 열띤 토론을 벌였어.
"초고온 초고압 상태의 한 점에서 빅뱅이 일어났고 그 뒤로 진화와 진화를 거듭하여 우리가 만들어졌다고 하는데, 그럼 그 '초고온 초고압 상태의 한 점'은 어떻게 생겨난 거지?"
인터넷을 뒤져본 바 거기까진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고 해. 문득, 이 세계가 수수께끼처럼 다가오게 되었어.
'빅뱅에서 말하는 그 점을 정말 신이 만들었을까?' 하는 궁금증을 여러날 품고 있다가, 아우구스티누스의 '고백록' 책을 접하게 되었단다. 구구절절 신을 향한 본인의 변화과정을 솔직하고 담담하게 써 내려간 내용이 인상 깊었단다. 신에 대해 궁금해하고 있었던 아빠의 관심을 사로잡기에 충분했고, 신의 존재에 대한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못했던 관점에 변화를 가져다 주었단다. 신이란 존재를 어렴풋이 느낀 것 같아.
아우구스티누스의 말을 빌리자면,
"불완전한 존재여, 완전한 존재의 진리의 빛을 따르라"
논문과 실험, 취업 등 아빠의 의지로 충분히 다 완벽하게 해낼 수 있을 거라 생각했었어. 그런데, 실상 그렇게 '완벽'하게 했다 손 치더라도, 상대적 관점에선 결국 불완전한 상태인 것이기 때문에, 이 괴리에 대한 답이 필요했던 것 같아. 때마침 읽은 이 책을 통해서 불완전한 존재의 인간이 완전한 존재의 혜안과 절대적인 진리의 빛을 받아야지 진리를 향해 나아갈 수 있다는 깨달음을 얻은 것 같구나.
하루하루 인문고전 책들을 읽고 삶에 적용시키며 깨달아가는 과정이 즐겁다. 나중에 우리 아들과도 독서를 통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눌 수 있으면 좋겠어.
*고백록 - 아우구스티누스 (문시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