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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의선 Dec 12. 2021

기획자 vs 개발자

최고 제품 탄생의 비결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언제나 훌륭한 기업, 그리고 성공한 사업의 중심에는 뛰어난 개발자와 기획자가 있었다. 뛰어난 개발자는 훌륭한 기획자를 필요로 하며,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즉, 두 역할은 서로 필요충분조건이다.



한국에서의 기획자


그러나 언젠가부터 한국 사회에서 '기획자'라는 포지션이 애매하고 전문성 없는 포지션으로 각인이 된 것 같다. 린 스타트업 중심으로 PO(Prouct Owner)라는 이름으로 전문 포지션을 인정해주는 회사도 있지만 대부분의 기업들에서 '이리저리 치이는' 기획자의 이미지를 떠올릴 것이다.


어쨌든 이러한 기획자라는 포지션이 IT기업에서 과거에 비해 그다지 선호하지 않는, 심지어 기피하는 역할이 된 것은 사실이다. 최근에 유튜브에서 IT기획자 되지 말라는 패러디 영상을 참 재미있게 봤던 기억이 있어 링크를 걸어두었다. 짧은 영상이니 꼭 시청을 권한다.



https://www.youtube.com/watch?v=2D1LsFPkcFs

IT기획자 되지 말아요(Don't be a lawyer 패리디) 영상. 기획자의 웃픈 현실을 보여준다. / 출처 : 유튜브 채널(췌옹CHEONG)



기획자 vs 개발자 


그렇다고 해서 개발자 역할이 기획자나 다른 역할에 비해 절대로 우월하다고 볼 수는 없다. 기획자 포지션은 누구나 해도 잘할 수 있을 것 같지만 막상 '잘'한다는 것은 개발자만큼이나 어려운 일이다.


개발자는 '컴퓨터'와 대화하고 '기술적인' 문제 해결을 통해 혁신을 창조하는 반면,

기획자는 '사람'들과 대화하고 '사회학적인' 문제 해결을 통해 기술을 진일보시킨다. 


때로 IT회사에서는 모든 일이 '사람'을 통해서 이루어진다는 것을 망각할 때가 있다. 현실에서 소프트웨어 시스템을 작성하는 건 사람이다. 읽고 수정하고 이해하는 주체도 사람이다. 인간이 창조해내는 코드 한 줄 한 줄이 이 인간 간의 소통을 통해 만들어지고 다듬어진다. 따라서 개발 영역에서조차 사회학적인 요소는 매우 중요하다.


개발자와 기획자는 그 역할(Role)이 다르다. 그러니 개발자와 기획자는 서로를 존중하며 일을 할 필요가 있다. 그들에게는 서로가 상호보완적인 존재이니 말이다.


이렇게 서로를 이해하지 못한다.


아래는 구글의 기술 책임자인 맥스 카넷-알렉산더가 '심플 소프트웨어'에서 언급한 개발자의 마음가짐에 대한 몇 가지 문구이다.


사용자 말고 개발자가 제기한 문제 해결에 몰두하면 다른 사람에게 큰 도움을 줄 수 없는 제품이 완성된다.... 자신의 의견을 강하게 주장하는 것, 남들보다 똑똑하다는 우월감을 느끼는 것, 팀이 자신의 문제를 해결하게 하는 것이 즐거울 수도 있다.

하지만 결국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 소프트웨어를 출시하는 기분은 끔찍할 것이다... 허술한 버그 리포트를 제출했다는 이유로 사용자를 무례하게, 혹은 불친절하게 대하지 마라. 시스템에 대해 자신이 더 많이 알고 있고 그들은 잘 모른다고 해서, 드높은 산봉우리 위에 높이 솟은 성에 군림하며 모든 사용자를 업신여길 수 있는 우월한 존재라도 된 듯 착각하지 마라.

버그를 신고한 사람은 고의로 설명을 안 하는 게 아니다. 그저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모르는 것뿐이다. 그리고 올바른 정보를 제공해서 이들을 돕는 건 개발자의 업무 중 하나다.    

<심플 소프트웨어, 맥스 카넷-알렉산더>



훌륭한 조화


아름답게 조화된 기획자와 개발자는 최고의 성과를 낸다. 

필자가 생각하는 최고의 시너지는 단연 애플을 탄생시킨 두 명의 스티브라고 생각한다.


워즈니악은 당대 최고의 개발자였으며, 잡스의 통찰력은 애플을 최고 기업으로 만들어주었다.

둘 중 하나라도 없었다면 지금의 애플은 없었을 것이다. 잡스에게는 워즈니악이 필요했고, 워즈니악은 잡스와 같은 기획자가 절실했을 것이다. 


최고의 기획자와 최고의 개발자가 만났을 때, 최고의 제품이 탄생하게 된다.

애플 컴퓨터 초기 시절, 두 명의 스티브는 (잡스, 워즈니악) 공평하게 50 대 50으로 이익을 나눠 가졌다. 그러던 어느 날, 스티브 워즈니악의 아버지, 제리 워즈니악이 한껏 성을 내며 잡스를 찾아왔다. 불만의 이유는,

“두 사람은 애플 컴퓨터에 정말 똑같은 기여를 하고 있는가? 두 사람은 각각 얼마만큼의 몫을 가져가야 합당한 것인가?”

경영자 또는 마케팅 담당자보다 엔지니어의 가치를 더 높이 평가한 제리 워즈니악은, 회사 수익의 대부분이 자기 아들, 워즈니악에게 돌아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개발도 못하고 설계도 못하고 디자인도 못하고, 제품 개발에 대해 아무것도 할 줄 아는 게 없으면서 왜 혁신가로 행세하냐? 자네는 돈을 가져갈 자격이 없네. 아무것도 만들고 있지 않은가? CEO가 되기 이전에 사람부터 돼라!” 는 비난을 퍼부었다.

잡스는 분에 겨워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워즈, 지금까지는 공평하게 나누었지만 이제부터 그냥 네가 다 가져가라. 떠나려는 잡스를 본 순간, 워즈니악에게 두려움이 몰려왔다. 워즈니악은 아버지를 뿌리치고 잡스를 붙잡았다.

“아니야. 지금처럼 공평하게 나누자.”

시간이 흘러 또 다른 어느 날, 애플 2가 거의 완성단계에 이르렀을 때였다. 잡스는 메인보드에 확장 슬롯을 두 개만 설치해도 충분하다고 주장했다.

“안돼. 여덟 개를 만들어야 해. 그래야 소비자들이 자유롭게 확장할 수 있지.”

“잡스, 네가 정 그걸 원한다면 직접 만들어 보든가!”

“워즈, 단순함이란 정교함이 궁극에 달한 거야. 더 이상 뺄 것이 없을 때, 제품은 완전해지는 거라고.”

두 스티브 간, 티격태격 긴 말싸움 끝에 탄생한 애플 2는 이후 다양한 모델로 출시되며 약 600만 대가 팔렸다. 애플 2는 PC업계를 탄생시킨 역사의 시발점이 되었다.

훗날에 잡스는 워즈니악을 두고 말한다.
“그는 역사상 최고의 천재 개발자입니다.”

워즈니악은 잡스를 두고 말한다.
“제가 일개 악기 연주자라면 잡스는 위대한 지휘자입니다.”

훗날, 두 스티브에 대해 사람들은 평한다.

“워즈니악은 회로 기판과 운영 소프트웨어를 개발한 역사적 공로가 있다. 하지만 다른 발명품과 융합하고 근사한 케이스까지 갖춰 사용자 친화적인 패키지로 변신시킨 것은 잡스였다. 둘 중 어느 한 명이 없었다면 오늘의 애플은 결코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내가 끄덕일 때, 똑같이 끄덕이는 친구는 필요 없다. 그런 건 내 그림자가 더 잘한다.”

-체인지 그라운드-



마치며


최근 한국에서 발생한 개발자 수급 이슈로 개발자에 대한 대우가 많이 좋아진 것이 사실이다. 사실 그동안 개발자들이 열악한 환경에서 일을 해왔던 부분이 많이 해소되어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기획자의 가치가 떨어졌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앞서 언급했듯이 최고의 개발자는 최고의 기획자를 필요로 한다. 두 가지 역할을 동시에 수행할 수는 없다. 개발자는 사용자의 불편과 요구사항을 최대한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기획자는 사용자의 대변인이 되어 개발자와 함께 최고의 결과물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


기획자와 개발자는 두 포지션 나름대로의 매력을 가지고 있다. 본인이 아직 진로를 고민하는 IT에 관심이 많은 학생이라면, 자신의 진로를 유행에 따르지 말고 본인에 맞는 역할을 충분히 고민해 본 뒤 결정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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