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의선 Mar 02. 2022

제도적 NO

"명) 사내 스타트업TF"


10년간 몸담았던 조직에서 벗어나 처음으로 소속부서가 변경되는 순간이다.


10년동안이나 있었기에 그 편안함만큼은 분명했다. 하지만 동시에 불안감도 존재했다.

금융권에서는 그럴 필요가 없을수도 있겠지만 IT업계에 몸담고 있는 분이라면 모두 공감할것이다.

그리고 언제까지나 회사가 나를 보호해줄 것이라는 것을 맹목적으로 믿고 살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내가 스스로 조직이동을 시도한 데에는 이외에 몇 가지 이유가 더 있다.


첫째로 성장이 멈춰있었다. 이것은 나 개인도 조직도 마찬가지였다.

비대면 사업의 성장과 금융당국의 규제덕분에 회사의 수익과 고용이 비례해서 성장하지 못하고 인사적체만 심해져 갔다. 조직장 할 사람은 많은데 자리는 점점 한정되어 가니 경쟁이 치열해져 갔다. 이러한 상황을 방치하게 되면 사내정치 심화등 부작용이 점점 심해지게 된다. 


이 상황을 타개할 방법은 하나뿐이다. 신사업 또는 기존사업의 확장을 통해 자리를 늘리는 것이다.

사내 벤처시도를 통해 사업화가 되고 수익이 발생하기 시작하면 양질의 신규 고용이 창출된다. 당근마켓, 팀블리인드도 모두 이와같은 방식을 따랐다.


따지고 보면 회사 입장에서는 신사업을 통한 성장만이 현 상황을 뒤집을 수 있는 유일한 카드였다.



둘째로는 젊은 조직에서 일해보고 싶었다.


젊은 사람들 비율이 일정 수준을 넘어서게 되면, 확실히 활기차고 동적인 분위기가 형성된다. 

그들은 일한 경험이 짧고 서투르고 거칠지만 그들만의 역동성이 있다. 새로운 것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며 이것이 조직의 발전을 가속화한다.


사내벤처에서 이들과 일하면서 나 스스로도 젊어짐을 느낀다. 이전 조직에서 막내급이었던 내가 여기서는 최고참이 되었으니 변화를 느끼는 것은 당연하리라.


이런걸 보면 인정하긴 싫지만 직원 연령이 조직의 성장에 미치는 주요 요소인것은 확실해 보인다. 



마지막 이유는 변화를 대하는 태도를 바꿨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선뜻 변화하지 못하는 이유는 변화를 통해 성공이 보장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미 조직 내에서 자리를 잡은 경우, 그리고 나이가 많은경우에는 내려놓고 새로운 시도를 한다는 것 자체가 어려운일이다. (그러고 보면 이직을 밥먹듯 하는 IT업계 종사자들은 참 존경스러운 사람들이다.)


하지만 조금만 생각을 달리 해보면, 변화하지 않으면 나는 더욱 성장하고 성공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게 되는 셈이다. 게다가 좋게 보면 월급도 꼬박꼬박 받는 안정성을 누리면서 마치 벤처회사를 창업한 것과 같은 경험을 하는것이니 은퇴 이후의 삶에도 도움이 될 수도 있었다.


따지고 보면 이는 가치관의 문제이기도 하다. 변화는 없지만 안정된 삶을 선택할 것인가, 변화는 크지만 역동적인 삶을 선택할 것인가. 


회사를 나온것도 아닌 작은 변화이지만 나는 점점 이런 변화에 적응하며 살기로 했다.

IT를 내 인생의 업으로 선택한 이상 다양한 경험이야말로 앞으로 남은 직장생활과 나의 전체적인 삶에 도움이 될 것으로 확신하기 때문이다.


아마존에서는 무언가를 하지 않음으로써 느끼는 안락함으로 인해 No라고 반응하는 것을  '제도적 No'라고 부른다고 한다. 의사결정의 기로에 서 있을때 아래 내용을 항상 기억하면서 살기로 했다.


제프와 아마존의 리더들은 '제도적 NO'에 관해 종종 이야기한다. 
'제도적 NO'는 큰 조직에서 선량한 사람들이 새로운 아이디어에 거의 반사적으로 '아니오'라고 말하는 경향을 가리킨다.

'제도적 NO'는 보통 생략의 오류로 번진다. 즉, '하지 않아도 괜찮다. 굳이 할 필요는 없다'라는 오류에 빠지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리더들은 현재의 경로를 유지하면서 안락함과 확실성을 느낀다. 단기적 확실성의 대가가 미래의 불안정성과 가치를 파괴할지라도 말이다.

'제도적 NO'에서 비롯한 생략의 오류를 발견하는 건 무척 까다로울 수 있다.
무언가를 '하지 않는 것'에 대한 비용을 평가할 도구가 별로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무언가를 하지 않음으로써 치러야 할 비용이 너무 비싸다는 걸 깨달았을 때는 이미 늦어버린 경우가 많다. '제도적 NO'는 조직의 모든 계층에 침투할 수 있다. 

이것이 회사의 최고 성과자를 현재의 프로젝트에 계속 묶어두려 하는 이유다. 위험은 크지만 보상이 확실한 실험에도 참여하지 못하게 하는 이유다. 특히 그 보상이 관리자가 물러난 후에 생길 보상이라면 더욱 그렇다.    -< 순서 파괴, 콜린 브라이어/빌 카 > 중에서


작가의 이전글 내가 나이키를 좋아하는 이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