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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의선 Nov 14. 2022

맨먼스 미신

IT업계에서는 프로젝트 전체의 개발물량을 측정하는 방법으로 맨먼스(man-month, M/M)라는 단위를 사용한다. 


맨먼스란 개발자 한 사람이 한 달 동안 작업할 수 있는 물량을 의미한다. 만약 어떤 프로젝트의 맨먼스가 60M/M이라고 하면 개발자 5명이 12개월, 그러니까 5X12=60으로 1년 동안 작업할 수 있는 물량이 된다. 반대로 개발자가 12명이라면 5개월이면 끝낼 수 있다는 말도 된다.


그렇다면 맨먼스는 작업량을 재는 효과적인 단위일까?

맨먼스 미신이라는 제목을 보고 눈치챘겠지만, 대개는 그렇지 않다.



M/M는 현실을 고려하지 않는다. 즉, 개발자 모두가 평균적인 사람이라고 가정한 작업 물량이라는 뜻이다.

예를 들어 홈페이지를 개발한다고 하자.

어떤 사람에게는 1달이 걸릴 수도 있지만, 어떤 이에게는 일주일 만에 완성되는 물량일 수도 있다.


IT는 지식 산업이다. 한 가지 제품을 대량으로 생산하는 제조업이라면 대략이라도 들어맞을 수 있겠지만, 개발자 10명이 와도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를 단 한 명이 손쉽게 풀어내는 IT산업에서는 소용이 없다.


애초에 가정 자체가 잘못되었으므로 숫자 자체도 의미가 없다.


맨먼스 단위로 작업량을 잰다는 것은 위험하고도 기만적인 미신과 같다. 거기에는 사람과 일정이 서로 교환 가능하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사람과 일정이 교환 가능한 유일한 경우는, 어떤 일을 여러 사람에게 나눠줄 수 있으면서 서로 간에 소통할 필요가 없는 경우다. 이것은 밀을 수확 하거나 목화를 따는 일에는 들어맞겠지만, 시스템 프로그래밍에는 대략이라도 해당되지 않는다.  -맨먼스 미신, 프레더릭 브룩스-



그럼에도 맨먼스가 우리의 일상 속에서 현재까지 계속 사용되는 이유는 그저 관리자들의 눈에 보기 좋기 때문이다. 관리자 입장에서는 사람을 기계 부품으로 취급하는 편이 편하다. 그들은 어떤 한 명의 개발자라도 똑같은 다른 개발자로 대체할 수 있다고 믿으며 핵심 인력이란 존재하지 않는다고 스스로를 세뇌한다.



피터 드러커는 '측정할 수 없으면 관리할 수 없다'는 말을 남겼지만 이 또한 측정의 정확도가 받쳐주지 못한다면 제대로 관리할 수 없다는 뜻도 된다.


물론, 진보한 기술에 대비하여 이러한 물량 측정 기법은 상대적으로 덜 발달한 것도 사실이고, M/M을 대체할 수 있는 어떤 새로운 기법이 나타난 것도 아니다. 따라서 M/M을 참고만 하되, 개발자의 능력과 프로젝트의 난이도, 커뮤니케이션 채널, 이 외에 수많은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일정을 계획해야 한다.


맨먼스에 집착하는 관리자는, 외국인들에게 그들이 잘 먹지 못하는 음식을 대접해 놓고 '이게 더 맛있어서요'라고 대답하는 어리석은 요리사와 다를 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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