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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스터 킴 Oct 20. 2019

자전거 라이딩의 참 매력

풍차 마을, 크뢸러 미술관, 암스테르담, 세종시에서

"엄마, 자전거에 브레이크가 없어!"


아들 허니가 네덜란드 크뢸러 미술관에서 무상 대여해  자전거를 타면서 외치던 말이었다.


"페달을 거꾸로 돌려 봐."라는 말과 동시에 허니의 자전거는 신기하게도 멈췄다. 그렇다. 핸들에 브레이크가 없고 달리던 페달을 반대로 회전하면 멈추는 자전거였다.


벨기에 북부도 자전거가 많지만, 네덜란드는 자전거의 인프라나 종류도 다양한, 말 그대로 '자전거 천국'이다.    자전거는 우리에게 편리하고 친환경적인 교통수단이자 여가활동의 수단이기도 하지만, 안전이 담보되어야 그 혜택을 지속적으로 누릴 수 있다.



우리 가족이 벨기에 와서 간 첫 여행은 이웃나라인 프랑스 파리였으며 비록 접촉사고 해프닝도 있긴 했지만, 에펠탑에 올라가고, 바또 무슈를 타겠다는 나의 버킷리스트 한 가지를 성취한 여행이었다.


두 번째로 간 여행은 북동쪽의 이웃나라인 네덜란드였다. 시차 적응한 지 얼마 안 되어 암스테르담까지 가기는 좀 부담스럽다고 느꼈고, 대신 국경 너머 가까운 곳인 '로테르담' 이란 네덜란드 항구도시가 직감적으로 훅 댕겼다.

 어디선가 들어 봤던 도시라 무작정 호텔을 1박 예약하고 주말에 일어나자마자 가족과 출발했다. 탁월한 선택이었다고 생각한 것은 분명 도착하자마자였다.


 큐브하우스에 들러 황당한 모양과 구조의 집 모양과 인테리어에 어안이 벙벙했고, 아이들의 창의력 향상에도 도움이 되겠다 싶었다. 옆에 있는 펜슬 하우스까지 보고 주변을 둘러보니 오히려 평범한 건물들이 비정상적으로 보이기 시작했다. 그만큼 다양한 콘셉트의 정형적이지 않은 건물들이 이 도시를 다르게 보이도록 하고 있었다.


 그 유명한 마켓 홀도 건축물 구조가 특이하고 천장의 그림들을 보면서 난 네덜란드 사람의 뇌 구조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유럽 촌놈인 우리는 마냥 신기했고 하룻밤을 묵은 후 우리는 킨데르데이크 풍차마을로 향했다.


 주차하고 나오는데 입구 주변에 자전거 대여소가 보였다. 풍차마을이 걷기에는 좀 길어 각자 한 개씩 빌려 풍차길 따라 라이딩이 시작됐다.

 좋은 날씨, 로맨틱한 음악소리, 코 끝을 스쳐가는 바람, 중간에 로컬푸드의 달콤함을 맛보고, 관광객의 따뜻한 미소까지 오고 간다...

 풍차마을의 붉은빛 노을을 바라보며 오감의 충만함에 사로잡혀 자연에게 숙연해지는 하루였다. 자전거가 없었다면 이 힐링의 여운이 많이 반감됐을 것이란 생각이다.


 자전거 라이딩의 묘미를 알게 된 우리는 크뢸러 미술관에 갔을 때에도 자전거를 타고 숲  오솔길을 탔다. 한적한 길 위에서 뒤따라오는 아이들의 부르는 목소리가 숲 속의 새소리처럼 평화롭다.


 "아빠, 같이 가. 거기서 기다려."


 나는 결국 맨 뒤로 빠졌고, 뒤에서 본 가족들의 라이딩 풍경은 더없이 아름다웠다.

 자전거는 탈 때마다 다른 풍경과 다른 느낌을 가져다주는 매력이 있다. 어떤 때에는 나비같이 가벼운 느낌, 어떤 때는 '어떻게 살아야  할 까?'라는 생각에 무거운 라이딩이 되기도 한다. 또한 어린아이들이 내는 과속 속도에 피식하고 웃음이 터질 때도 있다.


  암스테르담은 정말 복잡한 도시였다. 차가 많아서도 아니고, 사람이 많아서도 아니다. 자전거가 많고 다들 숙련도가 높고 엄청 바빠 보여 보행자에게 위험해 보였다. 베트남의 오토바이 숫자만큼 많아 보였다. 특히 자전거 전용도로와 보도가 구별되어 있는데도 전용도로로 걷다가 인상 찌푸린 라이더가 지나가는 것을 여럿 보았다.


 "이 봐. 여기는 암스테르담이야. 조심하라고. 아이들 손잡고 다녀야 해" 라며 반복 강조했다.


 결국 여행 온 여섯 살짜리 조카는 자전거에 치이고 말았다.  차를 운하 옆에 주차한 후, 좁은 길을 순간 건너가는데, 과속하는 자전거가 내 옆을 스쳐갔는데 조카는 내 뒤를 따라오고 있었던 것이다.

 자전거를 타고 있던 50대 중반 여성은 빠른 속도에 넘어져 울고 있었고, 조카도 놀래서 큰 소리로 울고 있었다. 나는 양쪽의 부상 여부를 확인하였다. 다행히도 조카는 다친 곳이 없었으나, 그녀는 무릎이 까져 피가 흘렀다.

  나는 그녀에게 괜찮냐고 물으며 좁은 곳에서 속도를 내면 되겠냐고 따지려는 순간, 뒤따라왔던 자전거 라이더 2명이 오히려 나에게 따지기 시작했다.


 네덜란드는 자전거가 보행자보다 우선이라고, 내가 아이를 케어하지 않은 게 사고의 원인이라고. 순간 어디선가 들은 기억이 다. 네덜란드에서는 교통법상 트램, 자전거, 사람, 자동차 순서라고....


 어쨌든 최근에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시민은 관광객의 감소를 위한 정책으로 선회하고 있다고 한다. 적정 수준 이상의 관광객을 초과하면 사고도 많고, 거주 시민의 생활 불편이 커지기 때문이다.


 지금은 한국에 돌아와 세종시 방축천에서 주말에 자전거를 탄다. 집에서 버스까지의 거리나 출퇴근 시에도 자전거가 일정 부분 커버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세종시는 자전거 통행 활성화를 목적으로 설계된 도시인데도 아직은 기대만큼 그다지 자전거 마니아가 많지는 않다. 심지어 초등학생은 자전거로 등하교 금지가 되어 있는 경우도 많다고 들었다.


 아직은 우리 인식에 자전거와 오토바이는 위험하다는 생각이 지배적인 것일까?

  자전거는 교통사고 위험만 없다면 참 매력이 많은 교통수단이란 생각이다. 오늘도 난 생각할 겨를 없이 아들의 주말 축구경기를 보기 위해 자전거의 페달을 힘차게 밟고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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