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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스터 킴 Jul 08. 2021

불안정과 불확실성의 시대에 살아가는 비둘기 새끼들

우리의 현재 모습은 어떠한가...

오송역에서 서울역 가는 ktx 기차.


평소 출장과 같이 마스크 깊게 조여 누르고 플랫폼 위를 터벅터벅 걸어가며 13호차 게이트 앞에 서 기다리고 있는데... 아니, 이게 무슨 소리야?


평소와 다르게 병아리 소리와 참새 소리가 섞인 듯한 불안정한 목소리가 끊임없이 머리 위에서 재잘거린다.

난 위를 올려다보고 자리 이동해서 다시 쳐다보았다.

비둘기 부부가 새끼들 몇 마리를 부화했는데 하필이면 ktx 철도길 위 지붕의 아슬아슬한 철 난간이 비둘기 부부의 보금자리였다.

부부는 수도 없이 날갯짓을 하며 철도길 아래로 떨어지지 않도록 새끼들을 보호하고 있었다.

약 삼십 분 간격으로 멈췄다 지나가는 ktx 기차도 있지만 정차하지 않고 빛의 속도로 쌩 지나가기도 한다.

그때는 비둘기 부부가 필사적인 날갯짓으로 새끼들의 공포감을 진정시키려 애를 쓴다.

미끄러지기 수운 구조물의 비둘기 보금자리

너무 안타깝다. 언제 떨어질지 모를 일이다.

가끔 아빠 비둘기는 먹이를 찾으러 몇 킬로씩 날아다닐 텐데..

엄마 혼자 새끼들 돌봄이 가능할까?

엄마는 보금자리 청소도 하고 새끼들 용변을 치우기도 하고 기차가 지나가면 소음을 줄이려고 날개로 감싸는 둥 나름 바빠 보인다.

평소 생각에 비둘기는 지저분하고 처절하게 먹이를 구하러 다니고... 그래서 밉상이었는데, 오늘따라 마음이 애잔하고 아프다.

겉으로는 평화의 상징이란 이미지가 씌워있지만, 실상은  빈곤으로 점철된 처절한 우리의 삶과 너무 닮은 구석이 있다.


 서울에 집을 전세로도 살 수 없고, 수도권에 보금자리도 간신히  청약 당첨이 아니면 쉽지 않은 요즘의 청년층의 주거 불안정과 일자리의 불확실성이 생각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누군가는 저런 위험한 보금자리에서 처절하게 새끼들을 보호하려고 밤새 날갯짓을 하고 있지는 않을까....

저런 철길 위에서 키우다가 떨어져 자식들이 낙오자가 될까 봐 아예 혼인 신고와  출산을 포기하는 신혼부부도 있지 않을까...


사색이 흘러가는 도중에 어느새 서울역 행 ktx는 도착했다.

발걸음이 무거웠지만 일단 탑승했다. 창가로 비둘기 부부와 새끼들을 바라보며 나약하지만 소박한 결심을 해 본다.


오송역장님이나 소방서에 이야기해서 불안정과 불확실성에 사는 저 비둘기 가족에게 기본적인 삶이 보장되는 곳으로 옮겨달라고 당부할 생각이다. 그때까지 그들은 처절한 날갯짓으로 깃털이 계속 빠지고 있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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