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박의 진짜 묘미는 오후에 있다
이른 아침에 떠나는 차박 여행을 좋아한다. 일찍 일어난 새가 벌레를 잡는다지. 일찍 움직인 나는 시간을 잡았다. 아무도 없는 길을 조용히 걷고, 적당히 이른 점심을 먹는다. 현지 식당에서 제철 음식을 먹을 때는 기분이 그렇게 좋을 수가 없다. 때때로 간편식을 준비해 오기도 하는데, 요즘에는 밀키트나 봉지 음식도 상당히 잘 나오니 차박식으로 가볍게 해 먹기 좋다.
차 안에서 거나하게 음식을 해 먹지 않는 건, 먹기는 좋아해도 만드는 데엔 소질이 없기 때문이기도 하고, 여행을 갔다면 그 지역의 명물 음식을 반드시 먹어줘야 한다는 신념 같은 게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선택과 집중. 효율적인 게 좋다. 여행에서는 내가 좋아하는 활동을 하는 데 시간을 더 할애하는 편이다. 미키와의 트레킹, 수영이나 요가 같은 것들. 음식은 전문가의 손맛을 찾아 맛있게 먹어주면 될 일이다. 사정이 여의치 않으면 간편식으로 즐기면 된다.
무엇보다 이른 아침은 여유로이 움직이기 좋다. 교통체증을 피하고, 현장에서도 사람들이 비교적 덜 붐비는 한가로움을 누릴 수 있다. 아무도 밟지 않은 눈밭을 비밀스럽게 걷기. 고요한 호수에서 피어오르는 물안개 감상하기. 사람들의 소음 없이 온전히 자연의 소리 듣기. 그렇게 이른 부지런함 후에 맞이하는 오후는 얼마나 달콤하고 나른한지.
아직 사람 없는 식당에서 이른 점심을 배불리 먹은 후, 나만의 비밀스러운 공간에서 게으른 시간을 보낼 차례다. 소꿉놀이하듯 과일을 잘라 티타임을 갖거나 한낮의 시에스타를 즐기는 게 그렇게 짜릿할 수가 없다. 그런 오후는 마치 나에게만 허락된 시간인 양 신이 난다. 책을 보거나 미뤄둔 넷플릭스 시리즈를 감상하기도 하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고 미키랑 누워 빈둥거릴 때가 훨씬 많다.
누워서 가만히 트렁크 밖 풍경을 보고 있으면 시간의 결이 다르게 느껴진다. 따스한 햇살, 반짝이는 윤슬이 거기에 있었다. 조용히 속삭이는 새들의 지저귐이나, 배경음으로 깔리는 지나가는 사람들의 웅성임조차도 그 시간엔 오후 너댓 시의 황금빛 햇살만큼이나 다정하다.
가끔 미키가 하품을 하거나 몸을 뒤척이는 소리가 들린다. 책장을 넘기던 손을 멈추고 녀석의 등을 쓰다듬어준다. 그러면 미키는 눈을 감고 두어 번 코를 씰룩거리다 다시 잠에 빠진다. 이런 순간이 좋다. 별것없는, 어쩌면 하찮은 순간들이 주는 아주 보통의 오후. 문득 인지하지 못하는 사이에도 곁에 머물러 있는 다정함이랄까. 너무 당연해서 그 존재를 잊어버리곤 하는 것들. 그 속엔 언제나 다정함이 숨어 있었다. 지나고 나면 문득 떠오르게 될 보석 같은 순간들. 힘든 시간이 찾아올 때 다시 일어설 힘이 되어주는 그런 나날들.
오후 세 시쯤, 해가 가장 따뜻할 때 트렁크 문을 살짝 열어둔다. 바람이 들어와 머리카락을 간지럽힌다. 나른한 공기와 함께 풀 냄새, 나무 냄새가 스며든다. 그 냄새를 맡으며 생각한다. 이렇게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이 사치라면, 나는 이 사치를 포기할 수 없다고.
서두를 필요도, 무언가를 해내야 할 필요도 없이. 그냥 여기 있는 것만으로 충분한 시간. 미키의 고른 숨소리, 창밖의 햇살, 손끝에 닿는 따뜻한 커피잔. 이 모든 것에 다정을 담아 오늘의 오후가 빚어진다. 해가 서쪽으로 기울기 시작하면 천천히 몸을 일으킨다. 이내 미키도 기지개를 켜며 따라 일어난다. 이제 저녁을 준비할 시간이다.
[미키의 킁킁 차박] *날씨: 아직 차갑지만 햇살만은 봄을 앞질러 온 오후
오늘은 조금 특별한 냄새가 났다. 차에 오르자마자 창문 너머로 바람이 달라진 걸 알았다. 겨울 냄새인데, 어딘가 모르게 부드러워진 그런 냄새. 나는 코를 높이 들어 한참 읽어냈다.
밖으로 나오니 햇볕이 등을 따뜻하게 눌러줬다. 그런데 귀 끝은 여전히 시렸다. 이상하게 반반인 날이었다. 엄마도 패딩을 입고 나왔지만 금방 소매를 걷어붙이더니 나중엔 그냥 손에 들고 걸었다. 나는 그 틈에 더 신나서 앞으로 달렸다.
풀밭 아래서 뭔가 꼼지락거리는 냄새가 났다. 아직 땅 밖으로 나오지 않은 것들의 냄새. 겨울 내내 숨어 있다가 슬슬 기지개를 켜는 것들. 나는 그 자리에 코를 박고 한참 서 있었다. 엄마가 줄을 당겨도 조금만, 조금만 더. 이건 정말 중요한 냄새니까.
차로 돌아와 트렁크에 자리를 잡았다. 엄마는 따뜻한 물을 따라줬고 나는 벌컥벌컥 마셨다. 그리고 엄마 허벅지에 턱을 올리고 눈을 감았다. 햇살이 트렁크 안으로 비스듬히 들어와 딱 내 배 위에 얹혔다. 포근했다. 겨울인 듯 봄인 듯, 그 사이 어딘가의 오후였다.
[차박 팁] *나만의 스텔스 차박 세팅법
스텔스 차박이란 차 안에 있는지 밖에서 알아채기 어렵게 세팅하는 방식이다. 복잡한 장비 없이도 충분히 차박을 구현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암막 커튼 혹은 윈도우 커버
가장 기본이자 핵심이다. 시중에 차종별 맞춤 윈도우 커버가 판매되고 있으니 자신의 차에 맞는 제품을 미리 준비해두면 좋다. 앞 유리와 옆 유리, 트렁크 유리까지 빈틈없이 가려야 내부 불빛이 새어나가지 않는다. 직접 은박 단열재를 재단해 만드는 방법도 있는데, 비용도 저렴하고 단열 효과까지 겸할 수 있어 차박 마니아들 사이에서 즐겨 쓰이는 방법이다.
빛 관리
차 안에서는 랜턴보다 따뜻한 색감의 소형 LED 무드등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 밝기를 낮게 유지하면 외부에서 보이지 않으면서도 내부는 충분히 아늑하다. 스마트폰 화면 밝기도 낮춰두는 것이 좋다.
소음 줄이기
스텔스의 완성은 소리에 있다. 음악은 이어폰으로 듣고, 창문을 여닫을 때도 천천히 조심스럽게 한다. 주변 소음에 민감한 반려동물과 함께라면 짖음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미리 충분히 산책을 시켜 에너지를 소진시켜 두는 것도 방법이다.
주차 위치 선택
아무리 완벽한 세팅도 눈에 띄는 자리에 있으면 소용없다. 가급적 다른 차들 사이에 자연스럽게 섞이는 자리를 고른다. 가로등 바로 아래는 피하되, 너무 외진 곳도 안전상 좋지 않다. 적당히 사람이 있으면서도 조용한 자리가 이상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