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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부하는 아빠 Jan 10. 2023

12. 둘째와의 대화

초등학교 4학년 둘째와 얘기하면 

가끔 얄미울 때가 있다. 


둘째 : "아빠, 케이블 방송에 나왔었지?"

아빠 : "봤어? 아빠, 잘 생겼지?"

둘째 : "그건 아니고..."


아빠 : "친구들이 놀자고 하는데 안 가도 돼?"

둘째 : "오늘은 싫어.."

아빠 : "오~~ 오늘은 아빠랑 있고 싶어서 그러는구나?"

둘째 : "그건 아니고, 내가 귀찮아서.."


마지막 말들을 바꿔주고 싶다. 

사회생활 잘하려면 상대방을 배려하는 말을 

해줘야 한다고 말해주고 싶다. 


"잘 생겼어", "응"이라고 말하는 게 

어렵지 않으니까. 

그럼 상대방이 좋아할 거고, 다음 대화로 넘어가기 

쉽다고 말해주고 싶다.


둘째는 초등학교 4학년이다.

하고 싶은 것도, 하고 싶은 말도 많은데, 

벌써 나보다 남을 먼저 생각하라고 

말해주고 싶지 않다. 

둘째에겐 거짓말일지도 모르는 말을 

남을 생각해서 좋게 말하라고 

어른의 기준으로 고쳐주고 싶지 않다.


솔직한 말을 툭툭 던지고, 

싫을 때는 눈썹 사이에 지렁이 세 마리 넣고

입을 쑥 내미는 아들.


나는 이런 둘째가 좋다. 

얄미워서 "아빠 삐졌어."라고 발로 툭툭 쳐도 

씩 웃는 그런 아들. 


때가 되면 아들이 필요한 걸 스스로 익히지 않을까?

어쩌면 필요하지 않을 수도 있는 기술들을

내 기준으로 가르쳐 주고 싶지 않다. 


지금 이대로 너답게 자라다오. 

아빠는 그것도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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