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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부하는 아빠 Jan 20. 2023

20. 대화가 필요해


"아빠 말 듣고 있니?"


아들들과 대화할 때 가끔씩 묻고 싶은 말이다. 


중1인 큰아들.  

오래 대화하기 힘들다. 

내가 말하다 잠깐이라도 빈 틈이 생기면 

어느새 핸드폰으로 눈이 간다.


"아빠랑 이야기할 때는 핸드폰 놓고."


라고 말하면 잠시 핸드폰을 내려놓는다.

잠시 후에 자기 얼굴을 내 앞으로 쓱 밀면서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나를 본다.


이제 대화 좀 하려나 싶어 잠시 기대했었다.


아들은 "응, 알았어. 가도 되지?" 

말하고는 방으로 들어간다.


아들의 뒷모습에게 

소리 없는 아우성도 치고 쉐도우 복싱을 하지만

나 혼자만의 몸부림이다.


초4인 둘째 아들. 

내 이야기가 좀 길어지면 하품을 한다. 

누가 봐도 딱 알 것 같은 거짓 하품.


눈은 동그랗게 뜨고서 입만 병아리처럼 벌어진다.

그리고 80년대 영화처럼 과도한 손동작과 

더빙된 목소리로 "하~~"라고 말한다. 

여기서 더 무슨 말을 하겠는가.


"가서 마인크래프트 마저 해."라고 말하면

용수철 인형처럼 툭 튀어 나간다.


괘씸하기도, 분하기도 하지만

아들들에게 뭐라고 할 수 없다.

나 역시 예전에 그랬으니까.


학교 선생님이셨던 아버지.

집에서도 늘 이런저런 설교를 하셨다.

국민학생이었던 나는

아버지 앞에서 거짓 하품을 하고는 했다.

몇 개월 뒤 아버지가 물어보셨다.


"너는 아빠가 말만 하면 졸리냐?"

DNA의 힘은 강하다. 


하지만 아빠로서 할 말은 해야 한다.

아들들이 침대에서 뒹굴대며 게임하고 책 볼 때

아들들 옆의 좁은 공간을 비집고 들어가서 

중얼중얼 말하곤 한다.


"아빠는 말이야...."



아들들이 꿈틀대며 엉덩이가 위로 올라온다.

그때 발로 살짝 눌러주면 풍선 바람이 빠지듯 

엉덩이가 다시 내려간다.



아직은 내가 누르고 있을 만하다.

언제 아이들 엉덩이가 화산처럼 폭발할는지 모르지만,

그때까지라도 좀 더 붙어 있고 싶다.



"아들들아 우리는 대화가 필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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