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은 가끔 가족 시트콤을 찍는게 아닌가 싶을 때가 있다. 큰아들이 초등학교 3학년 쯤 영국문화원을 다닐 때였다. 퇴근 후 집에 온 나에게 아내가 큰아들 영어 숙제 때문에 우리 모두 뒷산에 가야 한다고 말한다.
큰아들이 영국문화원에서 ISS를 배웠고, 오늘 밤에 봐야 한다는 것이었다. IS로 불리우던 이슬람국가때문에 전 세계가 시끄러울 때였다. 영국문화원이기에 사회 문제에 대해서도 가르쳐주나 싶었다. 아이들에게는 어려운 내용이니 편견이 생기지 않도록 아빠가 자세하게 가르쳐 줘야 할 것 같았다. 아들을 테이블에 앉혀 놓고 말했다.
아빠: 큰아들, 요즘에 종교 문제로 여러 일들이 있어. IS라고 이슬람 국가라고 불리우는 단체가...중얼중얼...
한참을 듣던 큰아들이 말한다.
아들: ISS는 International Space Station로 우주정거장이란 말이야. 오늘 밤에 볼 수 있대. 빨리 나가.
영어가 짧았다. ISS를 IS로 알아들었다. 아들에게 사회문제를 가르쳐 주는 것보다 영어 공부를 먼저 해야겠다.
온가족이 부랴부랴 밖으로 나왔다. 앱으로 ISS가 지나가는 위치를 찾아 밤하늘을 보고 있었다. 밝게 빛나는 점 하나가 보였다.
나는 당연히 ISS로 생각해서 온 가족이 고개를 들고 쳐다 보면서 우주의 신비 등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몇 분 동안 말했음에도 ISS는 그 자리에 그대로 있었다.
아빠: 우주 정거장이라 하늘에 그대로 있나 보다.
아들: 선생님이 움직인다고 했는데, 이상하네.
아니나 다를까 앱을 찾아보니 벌써 우리 위를 지나 딴 곳으로 가고 있었다. 우리는 그냥 이름 모를 별을 보고 있었다. 부랴부랴 ISS를 찾아 뒷동산을 뛰어 다녔다.
어찌어찌하여 ISS를 보고 뒷산에서 내려오던 길. 밤에 온 가족이 다니는게 좋았던 아내는 밝은 보름달을 보며 흡족해 한다.
아내: 오늘 따라 달이 참 밝네.
아빠: 거러게, 달이 엄청 크다.
아들: 엄마, 그거 가로등이야.
온 가족이 말없이 조용히 내려왔다. 난 이런 우리 가족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