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에게 마음이 지닌 가치의 소중함을 알게 해 주세요

유리알처럼 깨지기 쉬운 아이들의 마음이 어른들의 장삿속에 다치지 않기를.

by 엄지
1738177945130.jpg 애니 디어브라더/ TV에서 방영했던 디어브라더, 간직하고 싶은 장면을 코팅해 보관했다.


아이가 눈에 보이는 것보다, 보이지 않는 마음이 지닌 가치를 더 소중하게 여기길 바란다. 눈에 보이지 않는 애정과 진정한 노력은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귀중한 것이며, 그것은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가치이기 때문이다.


지금은 절판되어 구하기 힘든 웹 소설을 찾기 위해 자주 가는 일산의 대형 중고서점을 방문했다. 며칠 전부터 딸이 간절히 보고 싶어 했다. 도착하자마자 웹 소설 진열대를 이 잡듯이 찾아보고, 매장에 있는 컴퓨터 검색창에 낱글자 제목, 두 글자 제목을 입력해 집요하게 찾아봐도 는 원하는 웹 소설을 찾을 수 없었다. 딸의 절망하는 얼굴이 내 머릿속을 복잡하고 어지럽게 했다. 간절히 갈망하는 얼굴로 서점 직원에게 문의까지 해보았으나, 현재는 구할 수 없는 것으로 결말이 나서야 서점을 나섰다.


서점 문을 나서자마자 딸의 눈에 눈물이 차오르고 있었다. 딸의 눈물에 당황스러움과 안쓰러움이 교차했다. 일러스트레이터, 웹툰 작가를 꿈꾸는 딸을 응원하고 싶은 마음에 기필코 구해주고자 하는 사명감에 출간된 책 출판사와 재작년에 경기콘텐츠 진흥원에서 연 ‘K-콘텐츠 IP 융복합 제작지원 사업’에 일환으로 웹 소설 단행본 굿즈 제작 프로젝트로 단행본을 제작한 적이 있다는 인터넷 기사를 보고, 설 연휴가 끝나는 대로 경기콘텐츠 진흥원에 연락을 취해 봐야겠다는 다짐까지 했다. 그러나 딸의 눈물은 멈출 줄 모르고 흘러내렸다. 확신에 찾던 눈물의 의미가 종잡을 수 없는 눈물로 바뀌어 일단, 딸을 달래고 어르며 집으로 돌아왔다.


모처럼 만에 긴 연휴로 가족과 함께 한 서점 나들이의 끝이 즐겁게 끝나지 않은 것에 마음이 착잡했다. 그날 저녁 기분 전환을 하자는 의미로 딸이 좋아하는 회를 사와, 평소와는 대비되는 과한 저녁상을 차렸다. 남편도 거들며 딸 편에서 달래려 식사를 하던 중, 웹 소설을 구하지 못한 것에 대해 속상함도 있었겠지만, 혹여 다른 이유도 있나 캐물었다. 그러자 그제야 털어놓는 눈물의 근원은, 중고서점에 진열대에 있었던 평소 갖고 싶어 하던 아이돌 포토카드였다. 순간, 나는 화가 났다. 고작 눈물의 근원이 아이돌 포토카드란 말이야.


1738177949490.jpg 어릴 적 좋아했던 미드 에어울프/ 어릴 적 좋아했던 맥가이버 에어울프 가수 아하 등을 모아 놓은 파일 집


올해 중학생이 되는 딸은 사춘기다. 유리알처럼 깨지기 쉬운 여리디 여린 감성을 가진 딸. 착하고 여린 감성을 지켜주고 싶고, 깨트리고 싶지 않은 건 모든 엄마의 마음이다. 하지만 나 또한 갱년기이다. 순간, 실망과 고작 아이돌이야, 하는 마음에 끓어 오르는 화를 주체하지 못하고, 버럭 딸에게 화를 내고 말았다.


“당장 뚝 그치지 못해!!!”


딸은 엄마에게 얘기해봤자, 보나 마나 안 사줄 게 뻔했고, 갖고는 싶은 마음에 눈물을 하염없이 흘렸던 것이다. 중고서점 임에도 아이돌 포토카드 4묶음에 16,000원이다. 도대체 그 포토카드가 뭐길래. 눈물 바람을 흘려야 했고, 고작 명함 사이즈 만한 플라스틱 조각에 아이돌 사진 찍어놓고, 16,000원씩 받아야 한단 말인가.

얼마 전에는 유명 피자 회사 이벤트로 유명 여자아이돌 가수의 포토카드를 주는 행사가 있어 등골 휘는 피자값을 지불하고, 딸이 원하는 포토카드를 사주기 위해 그 피자집 피자를 저녁 식사로 먹기도 했다. 썩 개운치는 않았지만, 그래도 딸의 입에 피자는 들어가지 않는가.


한번은 딸이 자주 찾는 한 유튜버가 10인 한정으로 자신의 사진을 포토카드로 제작해 준다는 이벤트를 한 적이 있었다. 사진 한 장에 만원 가까운 금액을 제시했으며, 당시 사달라고 조른 딸을 몹시 혼낸 적도 있었다.

딸이 어릴 적에는 소위 엄마들 등골 휜다는 의미로 등골 브레이커로 불리던 엄마들 손바닥보다 작은 차가 있었다. 손바닥보다 작은 변신 차 한 대가 2만 원 가까이 했다. 그래도 한때 딸이 갖고 싶다는데, 없는 돈에도 한 대 두 대 사주다 보니, 어느새 장난감 서랍에 한가득 쌓인 적도 있었다.


회사는 이윤을 목적으로 한다. 당연한 이치다. 장삿속에 휘둘리지 않고, 현명한 선택을 하는 것은 소비자의 몫이다. 하지만, 그래도 세상 물정 모르는 아이들을 상대로 지나치다 싶을 때가 종종 있다. 그것을 앎에도 유리알 같은 아이들 마음이 다칠까 또는 친구들 사이에서 혹은 어울리지 못할까 눈감고 지갑 열어 마음 접고 사주게 되는 것이 부모 마음이다. 회사는 그것을 표적으로 잡겠지 싶다.


저녁 식사가 모두 끝난 후, 딸을 조용히 서재로 불렀다. 그리고, 엄마도 사춘기가 있었고, 또한 지금의 너처럼 좋아하는 연예인이 있었겠지. 하며 40년이 넘게 간직해온 종합장 한 권과 파일 집, 코팅해 놓은 애니 그림을 내놓았다.


1738177674035.jpg 어릴 적 좋아했던 만화 캔디/ 어릴 적 좋아했던 만화 캔디 그림을 오려 종합장에 모아 40년이 지난 지금도 간직하고 있다.


종합장이라고 쓰인 곳에는 내가 어릴 적 좋아하던 캔디 만화가 그려진 그림을 따라오려 붙인 그림들이 종합장 한 권을 채우고 있었으며, 나머지 파일 집에는 당시 좋아하던 연예인 사진들이 파일마다 꽂혀있었다.

캔디 그림은 어느 포장지, 어느 노트 겉표지 또는 어느 메모지에서 오린 그림들이다. 파일 집에 연예인 사진도 친구한테 얻고, 잡지에서 오리고, 노트 표지로 쓰였던 사진들이다. 코팅해 놓은 애니는 스무 살이 넘어도 애니를 좋아해 당시 TV에서 상영하던 애니 그림을 소장하고 싶어 CD로 구워 컴퓨터로 복사해 소위 문방구에서 코팅했던 기억이 있다.


이것이 내 보물이 된 이유를 딸에게 말했다.

“이게 16,000원, 2만 원 주고 산 물건으로 보이니? 보다시피 엄마가 친구한테 얻고, 노트 겉표지로 쓴 것, 포장지로 쓴 것, 메모지로 쓰였던 것, 잡지에서 구하기도 하고, 복사해 정성껏 만들어 문구점에서 코팅해 만든 것들이야. 누가 엄마에게 이거 16000원이 아닌 16만 원을 준다고 해도 절대 팔지 않아. 왜냐하면, 엄마의 땀과 애정이 들여 모은 것들이기 때문이야.”


깐깐한 엄마를 둔 착하고 여린 딸은, 갖고 싶었던 포토카드를 돈이 아닌, 직접 손으로 그려 먼 미래에- 엄마처럼 소중히 간직하게 될- 자신의 보물이 될 소중한 포토카드를 만들었다. 엄마 눈에는 돈으로 산 것보다 더 멋지고, 간직하고 싶고, 앞으로 펼치게 될 딸의 꿈이 설렘과 기대로 가득 그려졌다.


-내 비밀은 이런 거야. 그것은 아주 단순하지. 오로지 마음으로만 보아야 잘 보인다는 거야. 가장 중요한 건 눈에 보이지 않는단다. - <어린 왕자 중에서>


1738177940786.jpg 딸이 직접 손으로 그려 만든 포토카드/ 깐깐한 엄마를 둔 마음 여린 딸은 자신이 좋아하는 만화를 직접 손으로 그려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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