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 그 자체만으로도 예술이다.

느려도 돌아가도 때론 실수해도 우리들의 아름다운 청춘.

by 엄지
1747484739136.jpg 홍대의 거리 징크판넬 건물/알록달록한 색을 칠하고 레터링 글자와 그림 그래픽을 입혀 마치 예술작품처럼 보인다.


주말을 맞아 딸이 좋아하는 애니 전시회를 보러 홍대를 갔다. 한층 기온이 오른 날씨로 홍대 거리는 젊음의 열기로 활기가 넘쳤다. 짧은 카디건 차림의 반쯤 어깨를 훤히 드러낸 패셔니스트, 와이드 청바지에 배가 훤히 드러난 힙한 옷차림의 어린 여학생들, 파란색 레게머리를 한 흑인 여성과 그 외에 다양한 국적의 다양한 피부색을 가진 외국인들까지 한마디로 핫한 젊음의 거리다웠다.


공장외장재로 많이 쓰이는 징크판넬로 지은 거리의 건물조차도 알록달록한 색을 칠하고 레터링 글자와 그림 그래픽을 입혀 마치 예술작품처럼 보인다. 징크판넬 옆에 얼키설키 얽힌 전봇대 전깃줄마저 카메라에 담고 싶도록 감각적으로 보이는 건 젊음의 거리가 가진 매력적인 분위기 탓일지도 모른다.


지하철을 나와 홍대 정문으로 들어가는 거리를 올라가다 보면, 커다란 하얀 천막이 눈에 들어온다. 천막 아래는 유명 애니 캐릭터 뺏지와 이니셜을 이용해 만드는 키보드 키링, 히피 팔찌, 귀여운 초소형 도자기 인형, 캐리커쳐를 그려주는 거리의 화가들이 봄을 맞아 이 거리를 찾는 손님들을 맞이하고 있다. 그중 청소년들 사이에 유행한다는 이니셜을 이용해 만드는 키보드 키링을 딸이 갖고 싶어 해 하나 구매했다. 구매한 키보드 키링은 누르면 딸깍딸깍 소리가 난다. 누르는 재미와 독특한 소리로 꽤 인기가 있는 듯하다. 키링을 받고, 딸이 좋아하는 모습을 보니 생각보다 비싼 금액에도, 핫한 거리의 풍경과 분위기에 지갑을 저절로 열게 한다.


1747484673527.jpg 거리의 행사장/ 이니셜 키보드 키링, 히피 팔찌, 귀여운 초소형 도자기 인형, 캐리커쳐를 그려주는 거리의 화가들이 봄을 맞아 이 거리를 찾는 손님들을 맞이하고 있다


거리를 걷다 보면, 유독 눈에 많이 뜨이는 사주, 타로 카페. 홍대뿐만이 아니라 대학가 근처에는 유독 사주, 타로 카페 많다. 아마도 20대라는 말로만 들어도 설레는 ‘젊음’이라는 세상에서 가장 큰 무기가 있음에도, 마치 긴 어두운 터널처럼 느껴지는 미래를 스스로 설계해 나아가야 하는 불안한 시기라 그렇지않나 싶다.


기분 좋은 구매 후, 딸과 함께 젊음의 열기가 찬 인파 속으로 걸었다. 봄이지만, 봄을 잊은 더위와 쨍한 햇볕에 걱정이 됐지만, 다행히 선선한 바람이 불어와 걷기에 안성맞춤인 날씨였다.


수많은 인파를 뚫고 흥겨운 노랫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노랫소리를 따라 달음박질했다. 세 명의 젊은 남성 3인조 그룹으로 보이는 가수들이 버스킹을 하고 있었다. 버스킹을 하는 가수들 옆으로 그들의 그룹 이름이 크게 박힌 홍보형 현수막이 눈에 들어왔다. 생소한 이름과 낯선 얼굴들에 관심이 다소 멀어졌지만, 열정이 가득 담긴 노랫소리와 그 열정에 화답하듯 따라 부르는 젊은 관객들의 목소리가 어우러져 거리 전체가 그들의 공연장임을 자처했다. 단 한 번도 방황과 혼돈의 시절이었던 20대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그러나 오늘 그 젊음이 부러웠고, 주머니는 얇았지만, 젊음의 열정만은 가득했던 그 시절로 돌아가고 싶었다.


잠시 뒤, 솔로 버스킹 가수가 왔다. 익숙한 유명 가수들의 노래로 버스킹 하는 공연장은 여전히 사람들로 붐볐다. 부슬부슬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가는 비는 굶은 비로 금세 바꿨다. 갑자기 내린 비에 버스킹 하는 가수의 주위는 사람들의 움직임으로 분주했다. 급하게 근처 가게 차양 아래로 피하는 사람들, 가방에서 준비해온 우산을 부랴부랴 펴는 사람들, 우왕좌왕 어디론가 급히 뛰는 사람들. 낯선 가수 노랫소리와 관객들의 소리가 어우러져 그들만의 멋진 공연장을 방불케 했던 곳은, 내린 비로 흩어진 사람들로 인해 무대 위에 덩그러니 가수만이 홀로 남아 휑한 모놀로그 극을 보고 있는 듯했다.


비를 피해 버스킹 근처 카페에 자리한 우리는 가까운 거리에서 그 모습을 안타깝게 보았다. 거리를 메우던 가수의 노랫소리도 굵은 빗소리에 잦아들며 묻혔다.


솔로로 노래하던 버스킹 가수 주위로 관계자인 듯 보이는 사람들이 우산을 들고 와 씌워졌다. 버스킹 가수는 우산 속으로 비를 피하나 싶더니, 금세 다시 우산 밖으로 나와 마이크를 들고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비는 계속 내렸고, 가수 공연을 지켜보던 청중들도 빠져나가 몇몇 사람들만 남아 있었다.


1747591834441.jpg 버스킹 공연하는 모습/버스킹 가수의 열정보다 더 열정적인 이들이 있었으니, 버스킹 가수와 함께 비를 맞으며, 열정적인 호응을 보내는 이들은 바로 ‘청춘’들이었다.


버스킹 가수는 내리는 비를 맞으며, 다시 노래를 불렀다. 요즘 핫한 이무진 가수의 ‘신호등’이다. ‘신호등’은

이제 막 성인이 된 청춘의 심정을 담은 곡이다. 부모라는 안전한 울타리를 벗어나 복잡한 혼돈의 거대 ‘사회’라는 낯선 무대에서 끊임없이 부딪치며 혼란스러웠을 청춘들.


열정적인 버스킹 가수의 노랫소리에 화답하듯, 잠시 뒤 빠져나갔던 청중들이 하나둘씩 버스킹 가수 앞으로 다시 모여들었다. 우산도 벗어 던진 버스킹 가수. 버스킹 가수의 노랫소리와 청중들의 화답, 바로 한국식 떼창은 다시 무대를 그들만의 공연장으로 만들었다. 우산을 쓰며 공연을 보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그 옆 버스킹 가수의 열정보다 더 열정적인 이들이 있었으니, 버스킹 가수와 함께 비를 맞으며, 열정적인 호응을 보내는 이들은 바로 ‘청춘’들이었다.


붉은색 푸른색 그 사이 3초 그 짧은 시간/ 노란색 빛을 내는 저기 저 신호등이

내 머릿속을 텅 비워버려 내가 빠른지도/ 느린지도 모르겠어 그저 샛노랄 뿐이야.

-가수 이무진의 노래 <신호등>-


느려도 돌아가도 때론 실수해도 우리들의 아름다운 청춘, 청춘, 그 자체만으로도 예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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