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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음미하다 Jul 22. 2019

핸드앤몰트의 '모카 스타우트', 크래프트 맥주인가요?

핸드앤몰트의 맥주가 오비 공장에서 생산되는 것은 무엇이 문제인가

품질 좋은 크래프트 맥주를 만들던 한국의 브루어리 '핸드앤몰트'는 2018년 오비맥주를 소유한 세계적 맥주 대기업 AB인베브에 인수되었습니다. 그 후 '핸드앤몰트'에 나타난 가장 큰 변화는 바로 그들의 '모카스타우트' 맥주가 오비공장에서 생산되기 시작했다는 것, 그리고 그 맥주를 편의점에서 만나볼 수 있게 되었다는 점입니다.


이에 대하여, 과연 오비공장에서 생산한 맥주를 크래프트 맥주라고 할 수 있느냐, 결국 '핸드앤몰트', '크래프트'라는 외피를 쓴 대기업의 맥주가 될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있지요. 반면, 기존 '핸드앤몰트' 공장에서 생산하던 맥주와 크게 맛 차이를 모르겠다, 좋은 맥주를 싸게 접할 수 있게 된 것이 무슨 문제냐는 의견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오비공장에서 '모카 스타우트'를 생산하는 것은 잘못된 것일까요?


저는 이 문제의 핵심은 결국 '크래프트 맥주란 무엇인가'를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대기업이 인수한 크래프트 맥주도 여전히 크래프트 맥주라고 할 수 있는가' 하는 질문 또한 결국 크래프트 맥주를 어떻게 정의하느냐는 문제의 한 갈래고요. 구스아일랜드, 발라스트 포인트, 코나 브루잉, 라구니타스, 앵커브루잉, 그리고 핸드앤몰트. 생각보다 훨씬 많은 크래프트 맥주가 대기업 소유입니다.


순진한 생각이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이 부분에서 가장 중요한 고려 사항은 창업자의 의지가 여전히 경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라고 생각합니다. 일단 핸드앤몰트는 지분 100%를 양도했기 때문에 법적으로 창업자가 경영권을 행사하기는 어려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인수 당시 인터뷰를 보면 도정한 대표님은 "'크래프트 맥주의 대중화'를 위해 인베브에 지분을 넘겼다"고 했고, (겉으로만 보기에) 편의점에 핸드앤몰트 맥주가 들어간다는 것은 당시 의도했던 대로 이루어진 결과라고도 볼 수 있겠지요. 또한 오비에서 모카 스타우트를 출시했을 때도 도정한 (현재 이사)는 "이번 500ml 캔 출시로 다양한 장소에서 많은 소비자들이 모카 스타우트의 매력을 경험하길 바란다"는 코멘트를 했고요. 물론 회사 속사정이 어떤지는 당사자가 아니면 알 수 없고, 이 부분에 대해 일반 소비자가 전혀 알 수 없다는 것은 소비자의 알권리 측면에서 불합리한 부분입니다. 그러나 보도자료만 봤을때는 이번 출시가 창업자의 의지에 반한 인베브의 무리한 권한 행사라고 단정하기는 좀 어렵지않을까 생각합니다.  


인베브가 초기에 창업자 셀리스에게서부터 호가든 브루어리를 인수할때는 무시무시했지요. 돈이 궁한 셀리스에게 급전을 제공하는 척 하며 50% 이상의 지분을 획득해 그야말로 셀리스를 '밀어내고' 호가든을 소유하게 되었습니다. 그 후 호가든 지역의 생산 공장을 폐쇄하려다 지역 주민의 극심한 반대에 백지화되기도 했고요. 이런 전력이 있기 때문에 의심의 눈초리를 거둘 수 없는 것이 사실이지만, 그 후 인베브가 인수한 수많은 크래프트 브루어리에서 이런 일이 또 일어나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https://www.marketwatch.com/story/the-deal-that-shook-craft-beer-five-years-ago-is-still-reverberating-2016-04-21


위 링크는 구스 아일랜드의 시작부터 함께 했던 브루마스터 그래그 홀과 창립자 존 홀이 구스가 인베브에 인수된 후 5년이 지난 2016년에 한 인터뷰 내용입니다. 구스에 대해 언급한 부분만 요약하면, "인베브가 인수 당시 약속한 것은 지난 5년 동안 거의 다 지켜졌고, 인베브가 인수한 다른 크래프트 브루어리도 대체로 좋은 경험을 하고 있을 것이다. 구스 맥주가 버드와이저 공장에서 생산되기도 하지만, (원래 구스의 공장인)시카고의 공장과 시설에도 지속적인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 라고 합니다.


물론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늘 소비자의 감시가 있어야 기업이 사회 윤리에 보다 신경을 쓰는 것이 사실이고, 이것을 지속적으로 환기하는 것은 정말 중요합니다. 대기업이 인수한 크래프트 맥주가 크래프트냐 하는 것은 미국에서도 아직 끝나지 않은 논쟁이고, 그 논쟁의 핵심은 '경영권'과 '맥주의 맛'이라고 생각해요. 이번 일과는 다소 다른 내용이지만, 개인적으로 저는 오비맥주가 비난 받아온 지점은 너무나 맥주 유통의 문제가 많아 유통단계에서 맥주 맛이 크게 손상되어 왔다는 점, 맥주의 맛보다는 유통 구조의 장악을 통해 손쉽게 시장을 유지해 왔다는 점, 결과적으로 신제품 개발을 너무 게을리 했다는 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오비맥주를 비난하기 앞서서, 우리의 크래프트는 무엇인가를 규정하는 것이 우선이지 않을까요? 그래야 대기업 맥주와 다른 크래프트의 철학, 생산 공정, 맥주 맛도 명확히 설명할 수 있겠지요. 벨기에의 트라피스트 맥주는 '어센틱 트라피스트',미국 크래프트는 '인디펜던트 크래프트' 씰을 만들어 누가 트라피스트고 누가 크래프트인지를 소비자에게 인식시키는 운동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물론 그 과정에서 위드머 브루잉같이 단 몇% 지분 차이로 '인디펜던트 크래프트' 씰을 사용할 수 없게 된 브루어리는 이에 큰 불만을 가지게 되었지만요. 그러나, 맥주를 만드는 브루어리에서조차 스스로를 정의하지 못하면, 어떻게 소비자가 크래프트 맥주와 대기업 맥주 사이에 명확한 선을 그을 수 있을까요?


또한, 시에라 네바다와 같은 크래프트 맥주의 거두가 중심을 잡고 연대를 이뤄가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시에라 네바다 창립자 켄 그로스만은 '내 눈에 흙이 들어가기 전에는 어느 누구에게도 지분을 넘기지 않겠다'고 공언했지요 (출처는 기억이 나지 않네요;; 브루어리 투어에서 들었던 것 같기도 하고요). 만약 100% 독립자본의 크래프트 맥주라는 대안이 없어지면 인베브 같은 대기업은 빠르게 과거로 회귀할 수도 있으니까요.


끝으로, 결과적으로 호가든, 스텔라 아루뚜아, 레페를 앞세운 인베브의 전략은 벨기에 맥주를 전 세계에 알리고 '벨기에 맥주는 맛있다'라는 이미지를 형성하는데 (맥주 평론가인 마이클 잭슨과 함께) 부정할 수 없는 공헌을 했고, 자신만의 힘으로는 해외 홍보와 유통이 어려운 구덴 카를로스 같은 작은 벨기에 브루어리도 이 해택을 보았습니다. "Beeronomics: How Beer Explains the World (저자:Johan F. M. Swinnen, Devin Briski)를 보면, 구덴 카를로스 양조장 경영자가 이런 취지로 인터뷰한 내용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오비맥주, 그리고 인베브가 우리의 크래프트 맥주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습니다. 그 결론은 바로 우리 소비자가, 크래프트 맥주 브루어리가 만들어 나가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래는 이 문제를 다룬 서울 신문 기사입니다.


https://seoul.co.kr/news/newsView.php?id=20190719039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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