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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음성원 Jul 01. 2018

공유경제는 착한 도시를 만든다

공유경제에 대한 오해 그리고 현실

공유경제는 착한 도시를 만든다

공유경제에 대한 가장 큰 오해는 공유경제가 그 자체로 선한 의지로 작동되는 경제 모델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은 공유경제가 가진 자본주의적 특성을 발견할 때 마다 “그게 어떻게 공유경제냐"라며 과도하게 반응한다. 하지만 공유경제는 그저 저성장 시대, 공급이 수요를 초과하는 시대에 적합하게 설계된 자본주의일 뿐이다. 그런데, 공유경제는 분명히 선한 결과를 불러올 때가 많다. 이것은 다분히 결과론적인 것이며 의도와는 다른 것이다. 의도한 것이 아닌데, 공유경제가 선한 결과를 불러오는 경우가 많은 이유는 뭘까?


그것은 바로 저성장 시대의 특징에 따른 결과다. 이에 대해 이야기하기 앞서 개발시대를 돌이켜보자. 고용이 늘고 빠르게 성장하던 시대, 농업의 기계화로 인해 농촌의 일자리는 사라지는 동시에 2차산업 시대의 도래로 도시에 제조업을 중심으로 일자리가 크게 늘어나던 시대다. 생산성 향상과 함께 도시에 사람들이 몰리다 보니 항상 공급이 부족했다. 아무런 디자인도 가미되지 않은 빌라와 같은 상품이 나오더라도 집이 부족하다 보니 항상 분양에 성공했다. 상품 공급이 부족하다 보니, 제조업이 빠르게 발달하고 관련 분야의 고용이 크게 증가했다. 일자리를 얻고 소득이 생긴 도시인들은 소비를 빠르게 늘리기 시작했다. 소비가 늘어나면 제조업은 신나게 생산하고 경제는 더욱 발전했다. ‘소비는 미덕'이 되었다. 자연스럽게 과소비 풍조가 생기고, 그에 따른 쓰레기 문제, 환경 문제 등 외부효과가 나타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저성장 시대에 접어들면서 이런 현상은 자연스럽게 줄어들게 되었다. 일단 저성장은 소비여력을 줄이게 되었고 공급을 늘려봤자 소비가 이뤄지지 않다 보니, 기존에 이미 가지고 있는 자원을 다시 활용하는 데 집중하게 되었다. 효율을 중시하는 자본주의의 특성이 저성장 시대에 적합하게 작동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런데, 이 결과는 자연히 과소비 대신 재활용을 부흥시키고, 그것은 결과적으로 친환경적인 효과를 내놓을 수 있게 되었다.


레이첼 보츠먼은 자신의 저서 <위 제네레이션>에서 소비 만능주의를 비판하며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노트북을 구입해서 평균 2년 가량 사용하고 버린다. 노트북 1대를 만드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쓰레기 양은 노트북 무게의 4천배에 이른다.” 미국의 경제학자인 소스타인 번드 베블런이 1899년, 과시적 소비라는 용어를 내놨던 것과 달리 공유경제의 시대는 태생적으로 이 같은 과시적 소비와 반대의 길을 걷게 만든 것이다.


지난 2014년 서비스경영학회지에 실린 논문 ‘공유경제와 사회적기업: 우주 사례'의 논문(제15권 제4호 2014년 11월)에서 저자인 라준영씨는 이렇게 주장했다. “자원공유 비즈니스의 경우 자원을 대여하는 사람은 유휴자원을 활용하여 경제적 소득이 증가하고, 이용하는 사람은 비용을 절약하면서도 소비자 효용이 증대되며, 사회 전체적으로는 자원생산성을 높여 자원을 절약하고 추가생산에 따르는 각종 환경문제의 해소를 가져올 수 있다. 따라서 공유경제 원리는 사회문제 해결을 목표로 하는 사회적기업의 비즈니스모델로 활용될 수 있다.”


에어비앤비의 사례를 들어보자. 에어비앤비에 호스트(집을 빌려주는 사람)로 등록한 개인은 유휴자산을 활용해 소득을 얻는다. 예를 하나 들어보자. 한 20대 호스트는 이태원에서 자취를 한다. 이태원은 임대료가 비싸지만, 오히려 더 비싼 집을 구했다. 방 3개 짜리, 월세 100만원이다. 방 2개는 에어비앤비로 외국인 친구들을 받았고, 매달 평균 수입이 100만원 정도 된다. 이렇게 공유로 청년 주거문제를 해결하는 사례는 이외에도 많다. 더욱이 외국인들과 교류하며, 세계를 무대로 교류를 하고 싶어하는 청년들의 욕구를 풀어준다. 최근 ‘외사친(외국인 사람 친구)'이라는 단어가 유행할 정도로 외국인과 교류하고 싶어하는 청년들의 욕구가 높이 올라와 있는 상태다. 에어비앤비는 이 네트워크와 경험의 욕구를 해소해준다. 서로 다른 나라의 문화를 알리고 배우며, 민간 외교관 구실을 하기도 한다.


일자리 문제에 대해서도 에어비앤비는 긍정적 사회적 역할을 하고 있다. 지난 2016년 한 해 동안 여행객을 한 번이라도 받은 호스트는 총 9800명으로 2015년의 5300명에 견줘 4500명 늘었다. 호스트가 되면 수입(2016년 한 해 호스트 수입을 일렬로 늘어세웠을 때 중간에 위치한 값, 연 400만원)을 벌어들이게 돼 사실상 일자리와 다름없는 구실을 한다. 지난해 한 해 동안 에어비앤비가 신규 일자리를 4500개 만들어낸 셈이다. 에어비앤비를 직업처럼 활용하는 사례는 최근 점점 늘고 있다. 에어비앤비 데이터를 활용한 컨설팅업체 NERA의 연구에 따르면 에어비앤비는 2016년 전세계적으로 73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했다.


이 뿐만이 아니다. 에어비앤비는 수많은 파생산업을 확산시킨다. 미국과 유럽 등에서는 이미 에어비앤비 호스트를 지원해주는 수많은 업체들이 생겨나고 있다. 침대보 빨래나 청소를 대행해 준다든가, 교통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지역 기반의 작은 업체들이 생겨나면서 일자리가 크게 확대된다. 스마트폰을 어려워하는 어르신 호스트를 도와주는 청년 창업가들도 늘어날 수 있다.


에어비앤비는 관광형 도시재생에 최적화된 수단이기도 하다. 인프라 투자 없이 농촌이나 쇠퇴한 동네에 외국인이 찾을 수 있는 ‘관문'을 열어줘 경제적 활력을 제공할 수 있다. 고령화로 쇠퇴하는 일본의 요시노라는 마을 주민들은 에어비앤비를 활용해 관광객을 끌어들이고 있다.


숙박공유는 올림픽 등 대형 이벤트가 있을 때 대안으로 활용되기도 한다. 1회성 이벤트를 위해 빌딩을 짓게 되면 이벤트 이후 공실 등으로 자원낭비와 환경악화 등의 부작용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에어비앤비는 다르다. 잘 이용하지 않던 자원을 더 쉽게 활용할 수 있게 해줘 효율을 극대화하며, 행사가 끝난 뒤 나타날 수 있는 공실 문제에 대한 우려도 없다. 세계관광기구(UNWTO)는 최근 낸 보고서에서 “(에어비앤비와 같은 숙박공유의 확대가) 좀 더 효율적이고 지속가능한 방식을 원하는 식으로 변화한 관광 수요를 충족시켜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2008년 설립 이후 에어비앤비는 프란치스코 교황 방문(필라델피아), 리우 올림픽(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등의 대형 행사가 벌어질 때 마다 지자체들과 협력하며 숙소 문제에 대한 해법을 제시해왔다. 2017년 8월 미국에서 벌어졌던 개기일식 우주쇼 때는 70마일(112.6km)에 이르는 ‘개기일식 통과선'에 위치한 도시에 사람들이 모였고, 수만 명의 관광객이 에어비앤비가 제공하는 독특한 숙박 기회를 경험했다. 당시 5만2,000명의 게스트가 에어비앤비를 이용했으며 호스트들에게 1100만 달러의 수입을 안겨줬다. 수입을 얻은 호스트 중 개기일식을 계기로 자신의 집을 숙소로 내놓은 호스트는 49%에 달했다.

https://press.atairbnb.com/airbnb-travelers-flock-to-u-s-towns-for-the-great-eclipse-of-2017/

유럽의 에어비앤비 호스트는 중요한 행사가 열리면 자신의 집을 빠르게 숙소로 전환해 소득을 올린다. 2016년 프랑스에서 열린 유럽축구선수권대회 당시 에어비앤비를 이용한 방문객이 34만 명에 달했다. 6개 경기(플레이오프 2경기 포함)가 열린 마르세유 지역에는 5만7000명의 관광객이 에어비앤비에서 숙박을 해결했다.


2016년 리우 올림픽 때는 에어비앤비가 공식적인 대안 숙박 공급자로서의 역할을 했다. 세계경제포럼과 MIT의 연구에 따르면 리우 올림픽 당시 4만8000개의 숙소가 공급됐고, 8만5000명이 이용했다. 당시 리우에는 50만 명이 모였던 것으로 추정된다. 대부분의 리스팅은 올림픽을 앞두고 에어비앤비 플랫폼에 등록됐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만약 에어비앤비가 없었다면 방문객 수용을 위해 257개의 호텔이 건설되었어야 했다.


수백만 명의 게스트들에게, 만약 일반적인 숙박업소에서 묵었다면 놓쳤을지도 모르는 커뮤니티와 문화를 경험할 수 있게 해줄 뿐만 아니라, 이전까지는 관광의 혜택을 보지 못하던 지역에도 그 기회를 제공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에어비앤비의 숙소 중 4분의 3은 전형적인 관광지가 아닌 곳에 위치해 있다. 아울러 게스트(관광객)는 그들의 전체 소비액 중 50% 정도를 자신이 묵는 숙소 주변에서 쓴다.


사회적기업 육성법은 사회적기업에 대해 “사회(공공)서비스 또는 일자리를 제공하며 취약계층과 지역주민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사회적 목적을 추구하면서 생산, 판매, 서비스 등 영리활동을 하는 기업 및 조직”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일자리를 제공하고, 작은 골목까지 경제적 파급효과를 일으키는 도시재생의 효과 등을 갖춘 에어비앤비는 사실상 사회적기업으로서의 특징을 갖추고 있는 셈이다. 거꾸로 보면, 저성장시대를 배경으로 등장한 공유경제는 사회적기업이 활용하기에 매우 적합한 시스템이라고도 말할 수 있다.



재난을 극복하는 공동체의 힘

지난 2012년 미국 역사상 최악으로 평가받았던 허리케인 샌디가 뉴욕시를 덮쳤을 때의 일이다. 뉴욕 브루클린에서 에어비앤비 호스트로 오래 활약해온 셸(Shell)은 홍수 탓에 많은 이재민들이 집을 버리고 대피해야만 했고 며칠 동안 집에 돌아갈 수도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셸은 자신이 에어비앤비 숙소로 내놓고 있는 공간을 공짜로 내놓기로 했다.

셸(왼쪽 세 번째)이 자신의 에어비앤비 리스팅(숙소)에서 게스트 및 친구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자료 에어비앤비

셸의 행동은 에어비앤비 커뮤니티에 확산되기 시작했고, 1442명의 호스트가 자신들의 숙소를 내놨다. 당시 피해지역 주변에는 2000개 이상의 리스팅이 있었다. 셸은 당시의 심정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뉴욕에서 사람들은 잘 교류하지 않아서 고립된 듯한 느낌을 받기도 했어요. 그런데 허리케인 샌디 때 게스트를 초대해보니 커뮤니티의 느낌이 제 집 안으로 들어온 느낌이었습니다.”


평상시에는 느끼지 못했던 동네의 인간미를 재난 상황을 계기로 절실하게 느끼게 된 셈이다. 에어비앤비는 대형 재난 상황에 공짜로 집을 내놓을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을 구축해 셸과 같은 사람들을 도왔고, 2013년부터는 ‘오픈홈'이라는 이름의 재난 대응 시스템을 가동하고 있다. 허리케인 뿐만 아니라 화재, 홍수, 지진 등 다른 재난 상황에도 언제든 대응할 수 있도록 했다.

에어비앤비 숙소 제공 프로그램 화면 캡쳐. Airbnb.com/openhomes

이 경험은 지금까지 사람들이 막연히 가지고 있던 인간 본성에 대한 고정관념을 깼다. ‘사람들이 근본적으로 따뜻한 마음을 가지고 있기는 할까?’ ‘실제로 따뜻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이 삭막한 도시에서 서로를 믿고 커뮤니티를 구현해낼 수 있을까?’ 이런 질문들은 책상 위에서 고민하는 많은 사람들을 괴롭혀왔지만,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연결하는 플랫폼의 등장은 생각지 못했던 놀라운 결과를 보여줬다.


러시아의 사상가 표트르 크로포트킨은 1902년 내놓은 저서 <상호부조론>에서 협동적인 동물(인간) 집단이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생존에 더 뛰어난 능력을 갖는다고 소개하며 공동체의 힘을 강조했다. 최정규 경북대 경제통상학부 교수는 <한겨레>에 쓴 ‘공유지의 비극을 해결하는 제3의 길'이란 글에서 이 책에 나온 문구를 다음과 같이 소개했다. “공동체적 해법이야말로 인간 본성에 가장 걸맞는 사회 문제에 대한 해법이며 상호부조적 감정이야말로 수십만년에 걸친 집단생활을 통해 배양된 것이다. 상호부조의 감정은 거스를 수 없는 법이다."


네덜란드 태생의 동물행동학자이자 영장류학자인 프란스 드 발 역시 최근 낸 저서 <공감의 시대>에서 “(인간은) 자원을 공정하게 배분해 사회의 평화를 유지해 이익을 얻고, 이에 공감이 결합하며 결과적으로 평등성과 연대가 강조되는 작은 집단 사회를 향한 길을 걷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개인과 집단적 이익의 균형을 잡는 방법을 알아내야 한다. 그것은 미국 시민들이 허리케인 카트리나의 희생자를 볼 때와 링컨이 족쇄를 찬 노예들과 마주했을 때처럼 우리를 다른 이들에게 연결하고, 이해하고, 그들의 상황을 우리 자신의 상황으로 만드는 능력이다. 이 타고난 능력을 불러내는 것은 어떤 사회에서도 이익이 될 수밖에 없다.”


어린이들이 동성 부모의 행동을 따라하고, 하품이 전이되며, 행복한 표정을 보면 편안하고 화난 표정을 보면 불편해지는, 프란스가 “흉내의 기술" 등으로 소개한 바로 그 공감의 힘은 온라인 플랫폼이 만들어 준 네트워크를 통해 빠르게 확산될 수 있었다. 셸의 행동은 공감대를 가진 다른 다른 사람들에게 그대로 전이되었고, 빠르게 확산됐다.


허리케인 하비와 어마 등 올해 유독 피해를 많이 입고 있는 지금, 미국에서는 에어비앤비 커뮤니티가 만들어내는 공동체의 힘을 경험하고 있으며, 멕시코의 지진과 폭풍, 일본의 태풍 탈림, 런던에서의 테러 등에서도 오픈홈 프로그램이 가동되고 있다.


마음을 쉽게 전달할 수 있는 플랫폼 기술의 존재는 마음 속 깊이 있는 본성을 깨워 쉽게 구현할 수 있게 도와줬다. 플랫폼은 또, 혹시라도 집안 시설이 망가질 경우 보험으로 보장해주는 도움을 주기도 한다. 플랫폼 기술이 “자기에게는 크게 방해가 되지 않지만 상대방에게는 상당히 큰 도움을 주는, 이른바 ‘저비용 이타주의'”(프란스 드 발, ‘공감의 시대')가 발현되는 상황으로 만들어준 것이다.


테니스 선수가 바닥에 주저 앉은 다른 선수를 손으로 잡고 일어설 수 있도록 도와주는 행위와 같은 저비용 이타주의는 비용이 크지 않아 우리 사회에서 손쉽게 찾아볼 수 있다. 삭막한 도시를 바꾸는 것은 작은 기술의 도움만으로 충분하다.


동시에 우리는 온라인으로 연결된 커뮤니티가 언제든지 오프라인의 공동체로 전환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에어비앤비가 등장하면서 모두가 손쉽게 연결되는 플랫폼이 마련됐고, 보험 등에 따른 지원을 바탕으로 이타주의의 비용을 매우 낮아졌기 때문이다.


호스팅의 경험은 공동체에 대한 생각을 기존에 했던 것과 다르게 만들 수도 있다. 지난해 에어비앤비가 한국의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한 호스트는 이렇게 말했다. “에어비앤비 호스트를 한지 1년 정도밖에 되지 않았지만, 유럽∙아시아∙미주 각 지역에 친구가 생겼습니다. 사람이 가장 값진 경험이 아닐까 싶어요.”


우리는 어쩌면 세상에 펼쳐진 문화적 장벽들을 조금씩 허물고 있는 중인지도 모른다. 보호무역이나 테러 등의 문제들은 서로 다른 문화 간의 이해도 차이에서 온다. 그런 맥락에서 보면, 플랫폼 기술은 확실히 긍정적인 면이 있다.


음성원 도시건축전문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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