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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음성원 Jul 15. 2018

밀레니얼을 위한 공간

<도시의 재구성>을 재구성하다(2)

아래는 제가 쓴 책 <도시의 재구성>을 재구성하여 다시 쓴 글입니다. 두 번째 이야기는 밀레니얼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밀레니얼이 어떤 트렌드를 만들어내는지, 그리고 이들을 위한 공간을 꾸미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내용을 담았습니다.

위워크는 수많은 스타트업이 등장하는 시대적 트렌드를 읽었고,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습니다. 숨어 있는 거대한 수요를 읽는 것은 공간을 어떻게 사용하느냐를 결정하는 데 가장 중요한 요소입니다.


저는 시대적 트렌드를 이끌어 갈 공간의 수요자를 밀레니얼로 봅니다. 밀레니얼이 공간을 소비하는 방식을 알아야 공간 운영에 성공할 수 있습니다. 에어비앤비와 위워크 등 최근 떠오른 유니콘 기업의 주 수요층은 밀레니얼입니다.

 

이들의 가장 큰 특징은 스마트폰에서 비롯됩니다. 애플의 스마트폰이 등장한 2008년 7~27살이었던 밀레니얼은 그들의 인생 속에 녹아 있는 스마트폰을 자신의 수족처럼 잘 활용합니다. 서울의 방에 누워서도 뉴욕 맨해튼의 록펠러센터나 하이라인의 풍경을 손쉽게 볼 수 있습니다. 누리꾼들은 윤식당2 방영 하루 만에 식당과 숙소를 모두 찾아내기도 했습니다. 인스타그램만으로 영업하는 식당도 많습니다.  


스마트폰을 든 밀레니얼은 소셜미디어로 모든 것을 공유합니다. 이들의 특징을 알아야 어떻게 정보가 확산되는지 알 수 있습니다. 과거 입소문과 언론매체가 더해 이뤄지던 정보의 확산과정에 견줘 훨씬 빠르고 광범위하게 이뤄집니다.


미국에 마크 쿠시너라는 유명한 건축가가 있습니다. 그의 회사는 뉴욕 파인 아일랜드에 있는 불에 탄 건물을 다시 지어 달라는 의뢰를 받았습니다. 그리고 그가 설계한 건물은 기존의 건물과 완전히 다른 것이었습니다. 이른바 역사성이 없는 건물이었던 거죠. 그는 이 간극을 어떻게 극복했을까요?


마크는 건물을 짓기 전부터 계속해서 완성 뒤 모습을 렌더링한 그림을 소셜 미디어에 올리기 시작했습니다. 가상의 그림을 통해 지역 사람들은 공유하기도 하고, 코멘트를 달며 욕을 하기도 했습니다. 새로운 렌더링 그림이 올라올 때 마다 그런 일은 반복되었습니다. 사람들은 건물 완공 전부터 계속해서 이곳을 찾아 사진을 찍고 소셜 미디어로 찍어 날랐습니다. 그 과정은 2년이 걸렸습니다. 그 2년의 시간 동안 이미 새 건물은 커뮤니티의 일부가 되었습니다. 완공되자 사람들은 새 건물에 모두 모였습니다. 그리고 이곳은 기념 사진을 찍는 주요 랜드마크가 되었습니다.



스마트폰과 소셜미디어를 통해 공유하는 것은 이처럼 굉장히 중요합니다. 한국에서도 당연히 소셜미디어가 중요한 구실을 합니다. 서울 한남동의 대림미술관의 사례를 보죠. 대림미술관 곳곳에는 사진 찍기 좋은 공간이 자연스럽게 마련되어 있습니다. 그곳에서 밀레니얼들은 '셀카'를 찍고 소셜미디어에서 공유합니다. 예전에 홍보가 매스미디어를 통한 일방적인 전달을 통해 이뤄졌다면 이제는 이처럼 수많은 대중, 롱테일(long tail)을 움직여야 하는 시대가 됐습니다.

디뮤지엄. 스마트폰을 이용해 작품의 사진을 찍는 모습.


디뮤지엄. 사진 찍기 좋은 공간이 곳곳에 마련돼 있다.

이 소셜미디어의 빠른 전파 속도 때문에 이제는 '핫플레이스'도 아주 빠르게 형성됩니다. 2000년대 초 홍대가 클럽문화를 통해 알려지기 시작하고 전국의 젊은이들이 모여드는 핫플레이스가 되기까지 거의 10년 가까이 걸쳐 이뤄졌다면, 이제는 훨씬 빨라졌습니다. 연남동은 '연트럴 파크'로 불리는 경의선 숲길이 조성된지 2~3년 만에 서울의 핫플레이스로 등극했습니다.


밀레니얼은 또한, 자동차를 이용하지 않는 경향이 큽니다. 예전에 방배동 카페거리는 자동차가 중요한 접근 수단이었죠. 이제는 아닙니다. 대중교통을 이용해 목적지를 찾는 밀레니얼들은 자동차도 들어갈 수 없는 비좁은 골목길을 즐기며 걷습니다. 이들이 자동차와 멀어진 이유는 다른 데 있지 않습니다. 포브스에 따르면 도심을 좋아하는 밀레니얼들은 도심에 있는 직업을 택합니다. 그러다 보니 자동차로 통근하기보다는 대중교통이 더 편리합니다. 물론 그렇다고 자동차를 사기 싫은 것은 아니죠. 실은 저성장이라 돈을 잘 못 벌어서 자동차를 사지 못하는 경우가 더 많겠군요. 어찌됐든 자동차와 멀어지는 것은 전반적인 트렌드인 것 같습니다. 대중교통이나 차량공유 서비스가 잘 갖춰져 있어 대체수단이 충분해진 것도 중요한 이유겠네요. 걷는 것에 익숙한 이들은 걸음걸이에 알맞은 스케일, 이른바 '휴먼 스케일'의 동네를 선호하게 됩니다. 걸음걸이의 속도로 지나갈 때 2~3초 마다 다른 매장이 등장하는 다양성을 느낄 수 있는 골목길, 고개를 하늘 끝까지 쳐들지 않아도 건물의 꼭대기를 볼 수 있는 안온한 느낌의 거리를 찾기 시작합니다. 핫플레이스의 거리들은 대부분 작은 골목길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떠올려 보세요.


익선동 풍경. 자동차가 들어오기 어려운 작은 골목길이 눈에 띈다.

밀레니얼들에게 아파트 단지는 고향입니다. 둔촌주공아파트 재건축이 코 앞으로 다가오자, "얼마 후면 재건축으로 사라질 고향의 풍경과 추억을 기록하겠다"며 '안녕, 둔촌주공아파트' 잡지 프로젝트도 진행 중입니다. 대부분 아파트 단지에서 태어나 규격화된 모던 양식만 보던 이 젊은이들에게는 1970~80년대 식의 주택이라든가 한옥, 자개로 꾸며진 장농 등을 보면 '이국적'인 느낌일 수밖에 없습니다. 1960~70년대에 힘든 시절을 보낸 베이비부머들이 무조건 깨끗한 모던 양식만을 찾고 좋아하던 것과 다를 바 없는 것이지요. 그러니 북촌과 서촌, 익선동 같은 한옥마을이 뜨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또 을지로의 커피한약방이라든가, 연희동의 연희동 탭룸 같이 자개를 이용한 인테리어도 크게 늘고 있습니다. 프릳츠처럼 70년대 양옥집을 개조해 레트로 디자인을 적절히 담아내 성공한 사례도 있습니다.

안녕, 둔촌주공아파트


연희동 탭룸

같은 이유로 옛 건물을 리모델링하는 사례도 최근 들어 급증했습니다. 밀레니얼이 좋아하는 감성을 끌어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저 옛 것을 그대로 쓴다고 다 좋은 것은 아니겠죠. 적절히 새 것을 섞어야 합니다. 옛 모습은 깨끗한 새 것과 함께 보여져야 깨끗하고 세련돼 보이기 때문입니다. 옛 것과 새 것이 조화된 디자인은 이제 골목길에서 하나의 트렌드를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음성원 도시건축전문작가


그저 옛 것이기만 해서는 환영받지 못한다. 그냥 그대로 둘 경우 그저 지저분하고 촌스러운 건물로 느껴질 수도 있다.


같은 건물이지만, 오른쪽 건물에는 깔끔한 섀시와 함께 건물 상단에 노출 콘크리트로 한 층을 덧붙였더니 훨씬 세련돼 보이는 동시에 옛 것의 감성도 도드라져 보인다.


지저분한 옛 건물에 유리와 철물을 덧붙여 세련된 느낌을 만들어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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