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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쑥쑥 Apr 09. 2016

~2002 과거의 영화를 만나다


  10살, 처음 영화를 보던 그때의 떨림을 아직도 기억한다.     


  아이들과 옹기종기 모여 앉아 흰색 천에서 쏟아져 나오는 빛을 마주했던 그 이후로, 영화는 내 삶의 한편을 차지하는 말동무가 되었다. 영화는 꿈의 세상 같기도 했고 현실의 세계 같기도 했으며 앨리스가 빠졌던 이상한 나라 같기도 했다. 수다쟁이처럼 끊임없이 그 속의 이야기를 내게 건넸다. 그 속살거림을 들으며 온갖 감정이 넘실거리는 우리의 세상에 대해 배웠다.          


  내가 한 가지 무심했던 것은, ‘최신’이란 글자에 눈이 팔려 그동안 수없이 지나쳐갔던 영화들을 돌이켜 생각해보려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말로는 영화를 좋아한다면서 정작 지난날 봐온 영화들의 폭이 너무 좁았다는 자각에 부끄러운 마음마저 들었다.

  유명한 영화들에 대해서 많이 들어는 봤지만 찾아본 적은 그리 많지 않다. 이미 현란한 화면과 선명하고 부드러운 색채에 익숙해져 버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터널 선샤인>, <비포 선라이즈> 등 명작이라 불리는 영화들이 다시 극장에 걸리는 것을 보면서 좋은 영화라면 시간조차 덮어버리지 못하는 그만의 의미가 있을 것이란 생각이 문득 들었다.

  내 안에 자리 잡은, 옛날 영화는 고루할 거라는 편견을 깨고 싶었다.

  누군가에겐 설렘을 줬던 추억의 영화가 내게는 무감했듯이, 내 마음을 번지게 했던 영화도 이미 다른 이에겐 지루한 옛날 영화가 됐을 것이다.     

  그래서 과거의 영화를 만나보려고 한다. 내가 처음 영화를 보기 시작한 2002년, 그때에 세상에 나온 영화들을 시작으로 과거로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려 한다.     


 주위는 부예지고 그 안의 세상만이 마음 끝까지 아득하게 차오르던, 그때처럼 나를 뒤흔드는 영화를 만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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