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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쑥쑥 Jun 08. 2016

수족관을 벗어나 세상 밖으로

~2002 과거의 영화를 만나다



  '인현의 집'의 노라와 같은 삶을 사는 서현. 서현은 좋은 집에서 좋은 남편과 함께 아들을 낳고 좋은 며느리로서 좋은 아내로서 좋은 엄마로서 살아간다. 그런 그녀에게 우인이라는 바람이 불어온다. 

정사(1998), 감독 이재용


  서현은 동생 지현의 예비 약혼자인 우인과 함께 동생 부부가 살 집을 알아보러 다니게 되고 그 과정에서 둘을 점차 가까워진다. 거침없이 다가오는 11살 연하의 우인. 이래선 안된다는 걸 머리로는 알지만, 잔잔한 수족관에 던져진 돌멩이는 끊임없이 서현의 마음을 일렁이게 만든다. 

  우인의 기습 키스로 인해 서현은 우인을 피하고, 애가 탄 우인은 그녀의 집에 찾아간다. 서현의 남편과 술자리를 가지던 중 우인은 서현의 남편에게 묻는다.


  "행복하십니까?"


  서현의 남편은 허허허 웃으며 거실의 수족관을 가리키며 말한다.



 "아, 행복이 별거야? 저 수족관을 좀 봐. 저게 행복이지. 물결은 잔잔하고 온도 딱 맞고 먹을 건 언제든지 계속 공급되고. 아무 걱정 없이 그저 설렁거리고 헤엄만 치며 되는 거. 그게 행복 아닌가?"


  수족관 너머로 얌전하게 앉아 남편과 우인이 먹을 과일을 깎는 서현의 모습이 잡힌다. 그렇다. 그녀는 남편이 관리하는 수족관의 물고기와 같다. 항상 평화롭고 뜨겁지도 않은 미지근함 속에서 그렇게 흘렁흘렁 살아간다.

  서현의 남편은 서현에게 묻는다.


 "안 그래? 이 사람(우인)이 우리 행복하녜. 어때, 당신 행복해?"


  서현의 대답은 나오지 않고 커트되어 바로 다음 장면으로 넘어간다. 이 화목한 가정에서 그녀의 답은, 마음

은 중요치 않다는 것일까? 그녀의 대답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수족관 물고기 같은 그녀의 삶에 우인이란 돌멩이가 던져진다. 



  서현은 우인과의 정서를 거듭하며 수족관에 실선 같은 금들을 만들어나간다. 서현은 아들의 학교에서, 시댁의 제사에서, 남편의 미지근한 옆자리에서 뛰쳐나와 우인에게로 찾아간다. 영화 후반부, 서현은 아들의 농구 시합을 지켜보다 우인에 대한 그리움을 참지 못하고 그에게 전화를 건다. 그리고 달려온 우인과 학교 과학실에서 정사를 나눈다.



  서현은 우인과 따뜻한 정사를 나누면서, 살아있으나 멈춰있는 그녀의 삶에 균열을 만들어 스스로 호흡하고 움직이며 자신에 대한 주체성을 찾아나간다. 그리고 마침내 그녀가 갇힌 수족관은, 깨지고 만다.



  서현은 우인에게 헤어짐을 고하지만, 더 이상 남편 곁에 남아있는 삶을 선택하지도 않는다. 그녀는 남편에게 떠나겠다고 말한다. 그때 지현이 서현의 집을 찾아온다. 우인이 사랑하는 사람이 생겼다며 미국으로 혼자 떠나겠다고 고백하자, 힘든 마음에 서현을 찾아온 지현은 둘의 말을 듣고 서현과 우인의 관계를 알게 된다. 지현은 분노하지만 서현은 묵묵히 감내한다.

  짐을 싸서 떠나는 서현. 그녀가 선택한 곳은 우인이 어린 시절 살았다고 말해주었던 브라질이다. 그녀는 그렇게 비행기에 몸을 싣고 떠난다. 그리고 그녀의 뒤편에는 미국이 아닌 브라질로 행선지를 바꾼 우인의 모습이 보이며 영화는 끝난다.


  수족관이 부서지면 그 안에서 유유히 헤엄치던 물고기는 더 이상 살지 못한다. 그러나 사람은 물고기가 아니다. 이 삶을 벗어나면 살지 못할 거라고, 또 다른 삶은 없을 것이라며 자신을 속박하며 사는 것이다. 지금 우리도 이와 같이 사는 것은 아닐까? 잔잔한 물결과 딱 맞은 온도 속에서 언제든지 공급되는 먹이를 받아먹으며 아무 걱정 없이 그저 설렁거리고 헤엄만 치는 삶을 행복한 삶이라고 생각하고 있지는 않은가? 아니면 이미 누군가가 관리하고 정해놓은 공간 안에서 그렇게 살아가고 있을지도 모른다. 


  서현은 수족관이라는 정체되어있는 삶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세상을 향해 나아갔다.

  나도 나만의 세상을 향해 나아가고 싶다.




(이미지 출처: 네이버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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