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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은하게 Jun 23. 2021

프리랜서로 살기로 결심한 이유

나의 팔 할은 여행이 키웠다 @강릉, 부산

코로나 이후 확실히 예전보다 국내 여행을 많이 다니고 있다. 그동안 여행은 무조건 해외여행이라고 생각했는데, 최근에 국내 여행을 다니며 그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 내가 생각하는 국내 여행의 가장 큰 장점은, '지금 살고 있는 서울 말고 여기 와서 살면 어떨까?'라는 상상을 구체적으로 할 수 있다는 것.


최근 2주 연속 주말을 이용해 2박 3일로 강릉과 부산을 각각 다녀왔다. 그동안 내가 바다를 좋아한다는 건 알았지만, 이번에 내가 단순히 바다를 좋아한다기보다, 바다와 함께하는 삶을 꽤 간절히 '열망'한다는 걸 깨달았다. 왜 수많은 서퍼들이 안정적인 직장과 도시 생활을 포기하고, 해변에 서핑 샵을 차려 바다와 함께하는 삶을 택하고 있는지도 갑자기 너무 이해가 되었다.


너무 맑았던 강릉 바다


바다에 들어가면 물고기가 된 듯 자유로움을 느낄 수 있고, 몇십 번, 몇 백번이고 파도를 보고 느끼고 온 날 밤, 침대에 누워서 눈을 감으면 눈앞에 파도가 끊임없이 아른거려서 파도 속에서 잠드는 그 황홀함이란. 여름엔 한 달에 한두 번이라도 바다에 들어가야겠다고 막연히 생각했는데, 6월에 벌써 두 번을 다녀오니 매일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강릉과 부산에서 진지하게 생각했다, 바다 근처에 살 수는 없을까?


이렇게 최근의 여행에서 느낀 건, 어쩌면 나이가 든다는 것의 가장 큰 장점은,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이 나를 기쁘게 하는지 점점 더 잘 알게 된다는 거. 그리고 여행을 가면 하고 싶은 것만 할 수 있는 자유가 일상에서보다 조금 더 주어지기 때문에, 내가 뭘 원하는지 조금 더 솔직해질 수 있고, 이를 통해 나 자신을 조금 더 잘 알 수 있다. 그리고 우리는 생각보다 자신에 대해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나를 너무나도 행복하게 한 위스키에서 해운대 한 잔~ 크으....


예를 들어 2년 전 수영에 푹 빠진 시기가 있었는데, 새벽 수영을 마치고 출근하는 통근버스에서, 퇴사하고 매일 아침 수영하고, 회사가 아닌 집이나 작업실로 가서 조금 쉬었다가 점심을 먹고, 오후에는 커피 마시면서 책 보는 삶을 살고 싶다는 생각을 거의 매일 했다. 그리고 작년 10월 퇴사 후, 정말로 내가 꿈꾸던 삶 그대로 살게 되었는데, 생각보다 행복하지 않아서 깜짝 놀랐다.


일단 수영 강습이 아닌 자유수영으로는 모닝 수영을 꼭 가야겠다는 의지가 활활 타오르지 않았고, 수영장 가서도 생각보다 재미가 없었다. 그리고 시간은 많지만 금전적으로 여유롭지 못한 백수는 매일 맛있는 점심을 사 먹기가 부담스러웠다. 당장 내 진로가 고민되니 전에는 그렇게 좋아하고 틈틈이 읽으려고 노력했던 책들이 눈에 하나도 들어오지 않았고, 이렇게 '여유로운' 하루를 마치면 '오늘도 행복했다!'가 아닌 '오늘도 낭비한 거 같아ㅜㅜ'의 심정으로 잠자리에 들기 일쑤였다.


그래서 이번 6월의 여행을 통해 내가 깨달은 내가 생각하는 완벽한 하루를 정리해본다:



< My Ideal Day >


07:00 아침 햇살에 자연스럽게 눈을 뜬다.

             블루투스 스피커로 좋아하는 음악을 튼다.

07:30 침대에서 스트레칭 하기

08:00 커피나 차를 한 잔 마시면서 독서 타임

           (일정이 빠듯한 일이 있다면 이때 하자!)

09:00 바다에 들어가 파도와 수영을 즐긴다.

            (바다에 못 들어간다면 등산을 가자!)

11:00 식당이 붐비기 전, 조금 이른 점심을 먹는다.

           (집에서 예쁘게 차려 먹어도 좋겠다!)

12:00 피곤하다면 낮잠을 한숨 자고 일어나고,

            컨디션이 괜찮다면 바로 카페에 간다.

13:00 집중해서 일을 한다.

19:00 저녁은 좋아하는 사람과, 맛있는 음식과 술을 먹는다. (사랑해요 alcohol♥)


*상황에 따라 수영과 일의 스케줄을 바꿔 오전에 일하고, 오후에 수영 가는 것도 좋겠다!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를 몇 가지 꼽아보자면:


1. 일은 꼭 있어야 한다! 맨날 놀기만 하면 재미없다.


백수로 6개월이나 살아보기 전엔 몰랐다, 일, 또는 성취감의 중요성을.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하루하루 일 없이 한량처럼 살면, (적어도 나는) 하나도 행복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출근하는 건 싫다. 지금 하루 4시간 출근하는데, 회사에서 하는 일은 오히려 아주 편하고 힘든 일도 없고 사람들도 좋고 스트레스 전혀 없는데, 나는 주 5일 특정한 곳으로 내가 가야 한다는 자체가 싫다. 그리고 평일 여행의 여유로움, 절대 포기할 수 없어! 그래서 비록 일에서 자유로울 수 없더라도, 몸이라도 자유로운 프리랜서가 좋다.


2. 나는 생각보다 먹는 걸 중요하게 생각한다. 맨날 맛있는 거 먹고 싶다!


입맛이 까다롭지 않은 편이고, 뭐든지 가리지 않고 잘 먹어서 나는 내가 먹는 걸 중요하게 생각하는 줄 최근까지도 몰랐다. 하지만 의외로(?) 나는 먹는 걸 꽤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오히려 맛있는 걸 먹을수록 혼자 밥 먹는 건 괜찮다. 왜냐면 상대에 대한 신경을 덜 쓰는만큼 음식에 더 집중할 수 있으니.

조금 더 구체적으로 적어보자면, 아침을 든든히 먹는 것보다 빈속으로 있다가 첫끼로 이른 점심을 먹는 걸 좋아한다. 이때 건강한 재료로 만든 유럽식 식단이 나의 최애 메뉴다. 파스타, 스테이크, 샐러드, 치즈 등 메뉴에 와인이나 맥주 1잔이 점심 식사로 딱 좋다. 2순위는 스시나 일본 가정식, 라멘 등 일본요리. 마찬가지로 생맥 한잔은 필수.

저녁은 오히려 한식도 좋고, 동남아 음식도 좋고, 점심메뉴 그대로 먹어도 좋고 상관없을 거 같다! 다만 다음날 일찍 일정이 있거나, 중요한 마감이 없다면 술은 음식과 어울리는 걸로 아주 조금 취할 때까지 마시고 싶다. 헷.


부산에서 먹은 나의 이상적인 첫 끼


3. 헬스장, 수영장보다 바다 수영이나 등산이 좋다.


수영장에서 수영하는 것도 좋아하는데, 강습 한정이다. 자유수영으로 수영장을 계속 돌고 있자면 정말 동기부여도 하나도 안 되고 너무 재미없다. 끊임없이 들어오는 파도, 물속을 보는 재미가 있는 바다 수영이나, 정상이라는 목표가 있고, 풍경이 있는 등산이 훨씬 좋다. 바다 근처에 정말 살고 싶지만, 불가능하다면 산 근처에라도 살아야지! (헬스장 1년권 끊어놓고 몇 번 못 가는 사람 ㅠㅠ 흑....)


매일, 아니 적어도 한 달에 일주일은 이렇게 살려면, 직장인으로는 불가능하다. (아니면 재택근무가 자유로운 직장을 찾는 것도 좋겠다!) 그래서 일단 할 수 있는 한, 프리랜서로 월 500만원은 하반기 내로 찍어봐야지 :) 그리고 내년은 월 천....? ㅋㅋㅋㅋ


무언가를 원한다면, 동경만 하는 것이 아니라, 무조건 해내는 거다!(ง •̀_•́) ง

 

사랑해요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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