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진 기도

by 은하수

어제는 독립해 집 근처 셰어하우스에서 혼자 살던 딸이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6개월간 혼자 자유를 만끽하다 싫증이 나서 돌아온 것이 아니라, 역시 문제는 돈이었다.

방세와 새벽 출근 때마다 타야 하는 택시비가 혼자만의 자유를 포기하게 만든 이유였다.


MZ세대 자녀들의 금융 계산은 이렇듯 빠르다.
자유에 대한 포기도 그만큼 빠른 것 같다.


그동안 집에 내던 생활비에 조금만 더 얹으면 얻을 수 있었던 자유였다.
직장에서 제공하는 든든한 두 끼 식사 덕분에 혼자 사는 데 큰 문제는 없었다.


하지만 밥 잘 주는 S기업을 나오고, 이제는 밥도 잘 안 주고 통근버스도 없는 00기업으로

이직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교통비와 식비가 늘어나자 딸은 자유를 바로 포기했다.


처음 딸이 집을 나갔을 때는 텅 빈 딸 방을 보며 눈물이 났다.
그런데 그 방을 바로 자신의 보금자리로 꾸민 아들의 스피드에 웃음이 나기도 했다.


군대 제대 후 거실에서 새우잠을 자던 서러움을 털어버리고 여동생 방에 깔끔하게 자신만의

공간을 만든 아들.
군대를 다녀와서인지 방을 깨끗하고 질서 있게 사용하는 모습이 대견했다.


그렇지만 편리하고 깔끔해진 집안 풍경보다 딸이 사라진 빈자리가 서운했던 부부의 마음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두 달 정도는 딸이 돌아오기를 얼마나 기다렸는지 모른다.


밤마다 잠자리에 들 때마다
“온 가족이 오늘도 무사히 잠자리에 들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하고 짧은 기도를 했었는데...


딸이 나가고 나서 그 기도는 늘 이렇게 끝났었다.


“오늘도 우리 세 가족의 건강과 안전을 지켜주셔서 감사합니다.
딸도 잘 지내고 있겠죠?”

휴— 하고 한숨 하나를 더 보태며 말이다.


그 기도가 이제야 온전해졌다.
딸이 돌아왔기 때문이다.


그동안 어딘가 허전했던 기도가 다시 깔끔한 감사의 기도가 되었다.

그런데 나에게는 딸의 귀환의 기쁨보다 더 큰 고민이 생겼다.


이번에는 도대체 누가 거실로 나와야 한단 말인가?


아들과 딸의 잠자리 쟁탈전 눈치게임이 시작된거다.

그런데 나보다 딸의 귀환을 더 기다렸던 남편이 물어보지도 않았는데

“저요.” 하며 거실로 나갔다.

그리고 새우처럼 몸을 구부리고 잠을 잔다.


집이 좁아 방이 네 개인 집으로 이사 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방 하나를 더 얻으려면 우리 집 값에 최소 몇 억이 더 필요하다.

방 하나에 몇 억이라니.
이건 너무 손해 보는 장사인 건가?


신이시여,
똑똑한 장사가 되도록 이끌어 주세요.

오늘 아침 기도는 이렇게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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