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 생각을 다시 엮어내는 나의 편집 노트
김정운 교수의 책은 읽는 내내 지루하지 않고 재미있다.
글을 읽다 보면, 마치 교수가 앞에서 말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어떤 단락에서는 “아, 책은 이렇게 쓰는 거구나” 하는
훔치고 싶은 글쓰기의 솜씨가 보이기도 한다.
김정운 교수는 《에디톨로지》를 편집의 학문이라고 말한다.
세상에 이미 나와 있는 것을 새롭게 편집해 내는 능력이
세상을 움직이는 힘이라는 것이다.
스티브 잡스의 애플이 그렇고, 프로이트의 정신분석이 그렇다.
잡스는 대학에서 배울 게 없어서 자퇴를 했고,
그곳에서 배울 만한 게 있었다면 서체 수업 하나뿐이었다고 한다.
그 ‘쓸만한 것’ 하나가 기반이 되어
지금의 애플 시리즈가 만들어졌을지도 모른다.
그게 지금까지도 사람들의 손에 들려,
갤럭시를 능가하는 브랜드로 자리 잡은 이유일 것이다.
애플이 이렇게 성장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기업이 아니라 ‘철학’을 만든 사람이 있었기 때문이다.
기존의 좋은 기계에 자신의 창의적인 생각을 더해
멋지게 편집해 낸 결과물이 애플이다.
우리나라의 삼성은 조금 다르다.
기업을 먼저 운영하다가 이것저것 만들다가,
애플이 시리즈를 내놓자 그제야
디자인이며 기능을 훔치는 재주를 발휘했다.
그렇게 나온 게 갤럭시 폰과 노트 시리즈다.
나처럼 애플을 접하지 않은 ‘애국자’들은
노트를 사용하며 “정말 신기하고 편리하다”며
크고 무거운 불편함도 감수한다.
아마도 90년대 벽돌만 한 카폰을 떠 올려서일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기본이 후지면 편집의 결과도 저렴해진다.
결국, 보는 눈이 다르고 시작점이 다르니
결과물의 품격도 달라지는 셈이다.
아마 우리나라 사람들의 편집 능력은
돈과 관련된 파생상품이나 펀드, ETF 쪽에서 가장 빛을 발하는 듯하다.
그 종류가 얼마나 다양한지,
미국이나 유럽 사람들은 정신이 없어서
무엇을 사고팔아야 할지 감도 오지 않을 것 같다.
창조적 에디톨로지는 결핍에서 출발한다.
무언가 부족해야 생각하고 찾아보게 된다.
그렇게 나온 결과물이 편집된 새로운 물건이나 문화가 되는 것이다.
지금은 프로이트의 정신분석을 그대로 믿는 사람은 많지 않지만,
문학과 심리학에서는 여전히
그의 자아와 초자아, 억압된 내면, 꿈의 해석이
사람의 성격과 행동을 설명하는 언어로 쓰이고 있다.
이 책을 10년 전에 읽고,
지금 다시 읽으며 새롭게 느낀 건,
그 사이 변화된 세상 속에서 ‘다시 발견한 나 자신’이었다.
이제는 AI가 있어서
에버노트로 지식을 나누어야 할 필요조차 느끼지 못하는 시대다.
오히려 ‘무엇으로 인해 내가 이렇게 편집되어 살고 있는가’를
알아차려야 하는 시대가 되었다.
명상의 시대,
즉 ‘알아차림의 시대’다.
명쾌한 글솜씨로 지식과 문화, 관점과 심리까지 아우르며
우리가 당연하게 믿어온 개념을 뒤집어 보여준다.
‘창조란 결국 편집이다’ 그 통찰을 유쾌하게 전해주는 책,
바로 김정운 교수의 《에디톨로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