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실력 장자, 관계를 다시읽다
장자를 다시 읽으며
정해진 생각대로 사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새삼 깨닫는다.
'나'라는 빈 공간에
스며들어 온 수많은 정보들.
그 정보들이 모여 생각이 되고, 판단이 되고,
그게 옳다고 믿으며 지금껏 살아왔다.
하지만 세상에 나와 보니
그 정보들은 사람마다 다르게 작동한다.
개인의 경험에 따라, 환경에 따라
서로 부딪치고, 엇갈리고, 상처를 준다.
엄마에 대한 판단도
처음부터 ‘현실에서 본 것’만으로 만들어진 게 아니었다.
그 안에는 오래된 감정,
설명되지 않는 서운함과 고단함이 겹겹이 쌓여 있었다.
그걸 모른 채 판단했기에,
이해하지 못했기에, 더 멀어졌는지도 모른다.
각자 안에 쌓인 정보의 크기와 종류는 다르다.
그 차이가
때로는 마음에서 판단이 되고,
때로는 흘러가지 못한 감정으로 남는다.
내가 불편했던 마음들 역시
내 안에 채워진 도덕적 기준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책으로 아는 것만으론 부족하고,
지나간 일은 이론이 아니라,
현실의 마찰로 남는다는 걸
몸으로 배워가는 중이다.
아이를 키우며
시어머니의 마음을 이해하게 되었다.
그리고 시어머니를 이해하는 만큼,
엄마도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다.
나는 지금,
예전 시어머니가 서 있었던 그 자리에 있다.
애쓰고 공들인 것에 대한 집착과 걱정.
그 안에 담긴 마음은
결국 ‘내 정성에 대한 대가를 바라는 마음’이었다.
그리고 그 기대가 채워지지 않을 때,
그 마음은 서운함과 외로움으로 바뀌기도 한다.
그때는 몰랐다.
내가 자식에게 쏟은 마음처럼,
시어머니도 남편에게 같은 마음을 쏟았다는 걸.
사랑은 때때로 기대가 되고,
기대는 때때로 외로움이 된다.
그 외로움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몰라
딱딱해진 언어로 말했던 그녀의 마음을
지금은 조금 알 것도 같다.
엄마와 나.
서로 너무 다른 경험자아를 가졌기에
많은 오해와 감정의 거리를 안고 살아왔다.
나는 늘 엄마가 딸을 이해해야 한다고 믿었고,
자녀에게 공평해야 한다는 도덕적 기준을 붙잡고 있었다.
하지만 엄마는
그 기준 안에서 살아본 적 없는 사람이다.
그걸 인정하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필요했다.
장자는 말한다.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보라고.
자리를 바꾸어 보면,
비로소 이해할 수 있다고.
배움은 더 높이 오르기 위해서가 아니라,
더 깊이 내려가
나를 알고,
타인을 이해하고,
결국 사랑하기 위해 있는 것 아닐까.
그런 생각을
지금, 나는
조용히 배워가는 중이다.
※ 이 글은 최진석 교수의 『삶의 실력, 장자』를 읽으며 떠오른 개인적 통찰을 바탕으로 쓴 에세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