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 셋은 죄, 아들 다섯은 상

뉴스기사가 깨워준 기억

by 은하수

그때는 부끄러움이었는데,
지금은 상 받을 일이 되어버렸다니…


아침 뉴스에서 개그맨 정주리 씨가 아이를 많이 낳은 공로로 표창장을 받았다는 보도를 보았다.
결혼해서 자녀 5명을 낳고, 고양시에서 ‘가족 친화 환경 조성’에 앞장섰다는 이유였다.


“다자녀 출산과 양육, 가족 친화 환경 조성에 기여한 공이 크기에 표창을 수여합니다.”


자녀 다섯을 낳았다는 이유로 상을 받는 세상이 되었다.

지금은 다자녀 출산이 칭찬과 격려의 대상이다.


하지만 내가 자라온 시절은 전혀 달랐다.

‘다섯 명이나 어떻게 키우나…’ 하는 걱정이 먼저 앞섰고,
딸 셋을 낳고 너무 많아 키우지 못해, 결국 다른 집으로 보내야 했던
엄마의 인생이 떠올라 나도 모르게 펜을 들었다.


정주리 씨의 다섯 자녀는 모두 아들이라고 했다.
독수리 5형제.
아들만 다섯이라니?


요즘은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 “헉” 하고 걱정부터 하는 사람들도 많다.

우리 엄마가 시집왔을 때는 아들만 낳길 바랐다고 한다.


하지만 첫째도, 둘째인 나도 딸.
첫째는 살림 밑천이라며 키웠다지만,
둘째까지 딸을 낳자 “이건 실수다” 하며 눈치를 보았다고 한다.


그리고 셋째를 가졌을 때, 기대 반 두려움 반으로 낳았지만 또 딸이었다.
면목이 없어진 엄마는 셋째 딸을 손이 귀한 큰언니, 그러니까 나의 이모네 집으로 보냈다.


그리고 신기하게도, 셋째를 보낸 후
엄마는 남동생 둘을 연이어 출산했다.


셋째를 제물로 바친 덕이었는지,
딸만 낳는 서러움을 그제야 덜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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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를 보내던 날,
엄마는 얼마나 부끄럽고 슬펐을까?
딸을 또 낳았다는 죄의식,
그 시대의 공기와 시선이
그런 선택을 하게 했는지도 모른다.


지금은 인구 감소가 걱정되어
아이 다섯을 낳으면 상을 받는 세상이지만,
내가 태어났던 시대는 달랐다.


“둘만 낳아 잘살자”
“아들, 딸 구별 말고 하나만 낳아 잘살자”
이런 구호가 거리마다 붙어 있던 시절이었다.


결국 인간도 시대와 시장의 논리에 따라
가치가 매겨지는 존재처럼 느껴졌다.


나와 달리 형제가 둘 뿐인 남편은
형제들 틈에서 남녀 차별을 이겨내며 애써온 나를
잘 이해하지 못한다.


한 번은 시어머니께서
“너희 어머니는 그 시절에 네 명이나 낳으시다니? 참 많이도 낳으셨구나.”
하고 말씀하신 적도 있다.


이모네로 입양 보낸 동생의 존재를 빼고도
‘4’라는 숫자가 그분에겐 너무 크게 느껴졌던 것이다.


이모네로 보내진 셋째 동생은
다행스럽게도 그곳에서 사랑으로 키워 주셔서 바르게 성장해 잘 살고 있다.

그러나 함께 자라지 못해, 서로 다른 환경에서 생긴 오해로
형제이면서도 얼굴도 못 보는 남보다 못한 처지가 되었다.


우리 엄마도 지금 시대에 출산하셨더라면

표장을 받으셨을 텐데...


딸만 셋을 낳았다는 이유로 눈치를 봐야 했던 엄마.

셋째를 보내며 죄책감에 고개를 들지 못했던 엄마.


그때는 슬프고 부끄러웠던 일이
지금은 자랑스러움으로 바뀌는 데 50년이 걸렸다.

세월은 옳고 그름을 바꾸는 힘이 있다.


그러니 지금 힘들다고 실망할 필요 없고,
나에게 주어진 것은 용기 있게 받아들이는 것이
현재를 멋지게 사는 사람의 자세일 것 같다.


정주리 님
독수리 5형제를 자랑스럽고 멋지게 키우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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