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
조용하다
「형용사」
「1」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고 고요하다.
사방이 쥐 죽은 듯이 조용하다.
아무도 없는 듯 집이 조용하고 썰렁하다.
「2」 말이나 행동, 성격 따위가 수선스럽지 않고 매우 얌전하다.
그녀는 말 한마디 없이 조용하게 밥을 먹고 있었다.
그는 조용하고도 엄숙한 음성으로 말했다.
「3」 말썽이 없이 평온하다.
올해는 큰 사건 없이 조용하고 평화롭게 지나갔다.
「4」 북받쳤던 감정이 가라앉아 마음이 평온하다.
흥분이 가라앉은 조용한 마음.
「5」 바쁜 일이 없이 한가하다.
조용한 틈을 타서 책을 읽었다.
「 6」 공공연하지 않고 은밀하다.
그들은 조용하게 섬을 떠났다. <국립국어원 표준어대사전>
갑자기 미역국이 먹고 싶어졌다. 생일도 아닌데 며칠 전부터 자꾸 미역국 생각이 났다. 나는 미역국 중에서도 홍합을 넣은 미역국을 가장 좋아한다. 미역국에는 역시 싱싱한 홍합이 들어가야 국물이 시원하고 깊은 맛이 난다.
저녁 식탁에 미역국을 올리자, 아이들이 각자 한 마디씩 했다.
" 우와 홍합 미역국이네요."
"엄마, 오늘 누구 생일이에요?"
그런데 미역국을 한 숟가락 먹은 아이가 무심코 한마디를 던졌다.
"엄마 미역국이 너무 짜요!"
어머니가 떠오른 건 그때였다. 며느리를 위해 식혜를 한가득 담아 주시던 어머니에게 ”어머니, 식혜가 너무 달아요!”라고 말하던 장면이 불쑥 스쳤다. 왜 하필 그날이 떠 올랐을까? 아이에게서 내 예전 모습이라도 본 걸까? 생각해 보니 나는 참 당돌한 며느리였다. 시어머니 앞에서 거침없이 말하던 내가 지금도 믿기지 않는다.
나는 어머니 마음을 헤아릴 여유가 없었다. 꿀처럼 달다고 느낀 그 맛 뒤에, 며느리를 위해 몇 번이고 손으로 저어가며 정성을 담았을 어머니의 시간이 숨어 있었다는 걸 알지 못했다.
아이를 키우며 하루에도 몇 번씩 마음을 다잡고, 작은 말 한마디에도 흔들리는 나를 보며 비로소 어머니 마음이 보였다. 그때는 느끼지 못했던 따스함이 뒤늦게 마음을 찡하게 하였다.
말은 형태가 없다. 손으로 만져 볼 수도 없고, 눈으로 볼 수도 없다. 그럼에도 우리는 매일 말로 위로를 받고, 때로는 말로 상처를 받기도 한다.
어떤 말은 마음 깊은 곳에 닿아 행동이 바뀌기도 하고, 삶의 방향을 달라지게 하기도 한다. 이렇게 말은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큰 일을 할 수 있는 힘을 가졌다.
어떤 날은 내가 던진 한마디가 상대방의 가슴에 가시처럼 박혀 아픔을 남기기도 한다. 또 어떤 날은 누군가의 말 한 줄에 상처받은 내 마음이 다시 자리 잡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기도 한다.
갑자기 아파서 응급실을 찾게 되었고 일주일을 입원하고 출근한 첫날,
부서장은 나에게 괜찮냐는 말을 물으면서 이런 말을 했다.
" 나 다음 달에 미국 가야 해서 선생님 아프면 안 돼!"
이건 나를 위한다는 이유보다는 자기를 위해 내가 아프면 안 된다는 말도 안 되는 이유를 내세웠다.
원래 그런 사람인 거는 알았지만 그래도 너무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픈 사람한테 할 이야기는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자기 위주의 인생을 사는 사람이라서 그걸 모를 거다.
이런 사람을 보면서 내 노후는 저러지 말아야지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래서인지 나는 말하는 일이 예전보다 더 조심스러워졌다.
글이라면 잘못 쓴 부분을 지울 수도 있고, 다시 고칠 수도 있다. 하지만 입에서 흘러 나간 말은 다시 담을 수 없다.
그 사실을 알기에, 내가 하는 말이 누군가에게 상처가 되지 않기를 늘 바란다. 내 한마디가 누군가에게 조용한 위로가 되고, 작은 용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잠시라도 그 사람의 마음을 어루만져 주는 말,
그런 말을 건네며 살고 싶다.
말을 아끼게 되고부터 마음을 들여다보는 시간이 더 깊어졌다. 누군가에게 건네는 말 한마디에도 그 사람의 하루와 마음결을 헤아리고 싶어졌다.
내가 아무 생각 없이 쉽게 내뱉는 말보다 잠시 숨을 고르고 건네는 말 한마디가 더 따뜻할 수 있다는 걸 이제는 안다.
살아보니 모든 사람이 겉으로 강해 보인다고 해서 진짜로 괜찮은 것은 아니었다. 아무렇지 않은 얼굴 뒤로 각자의 아픔과 시련 하나씩은 품고 있는 이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래서 말 한마디가 더 신중해지고, 더 부드러워지고 싶다.
말은 결국 사람의 마음에서 나온다. 그 마음은 누군가의 하루를 어둡게 할 수도 있고 반대로 환하게 밝히기도 한다. 내가 남기는 말이 누군가의 어깨 위에 가볍게 놓이는 햇살처럼 스며들기를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