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말 한마디

따뜻한

by 은하연


따뜻하다

「형용사」

「1」 덥지 않을 정도로 온도가 알맞게 높다. ≒온하다.

따뜻한 햇살.

따뜻한 봄바람.

따뜻한 기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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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감정, 태도, 분위기 따위가 정답고 포근하다.

어머니의 따뜻한 보살핌.

손님을 가족처럼 따뜻하게 맞이하다.

그들은 서로를 따뜻한 눈길로 바라보았다.





얼마 전 버스를 타려고 정류장에 들어섰다. 그날따라 차가운 바람이 쌩쌩 불어서 온몸이 얼어 버릴 것 같았다.



정류장에는 할머니 한 분이 의자에 앉아 계셨다. 할머니 옆에는 유모차 디가드처럼 서 있었다. 유모차에는 여러 가지 야채들이 담겨 있는 걸로 보니 시장에 다녀오시는 길인 것 같았다. 할머니는 나를 보자마자

" 여기 앉아요."

하며 의자에 앉기를 권했다. 내가 머뭇거리자

" 여기 따뜻해서 정말 좋아. 추운데 따뜻하게 앉아요." 하며 계속 안기를 권했다. 그래서 의자에 앉으니 말 따듯서 온몸이 샤르르 녹는 듯했다.


그 의자는 바로 온열의자다. 온열의자는

추운 내 몸을 방 따뜻하게 데워 주었다. 할머니의 마음까지 더해져서 내 몸은 물론 마음까지 따뜻해졌다. 바깥에는 얼음처럼 차가운 바람이 불었지만 버스 정류장안에는 따뜻한 공기가 흘러넘쳤다.


중년 여자분이 들어오시자 할머니는 또 앉으라고 권유를 하셨다. 머니는 버스 정류장에 들어오는 사람마다 자에 앉기를 권하셨다. 나처럼 할머니의 권유에 마지못해 앉은 사람들도 따뜻해서 좋다는 말을 하며 서로 눈길을 나누었다. 그 순간 버스정류장안 따뜻함이 흘러넘쳤다. 어쩌면 눈길 한 번 주지 않고 지나쳤을 우리들이었다. 할머니는 그런 우리들을 바꾸어 놓았다. 할머니의 따뜻한 몸짓이 우리에게 전달되어 온 것이다.





"따뜻하다"

그 순간 이 말은 내 몸에 스며들어왔다. 따뜻하다, 몸뿐만 아니라 주위까지 데워지는 말이다. 누군가에게 전하는 안부 한 마디, 말없이 건네는 눈빛이 우리를 따뜻하게 한다. 우리는 평소에는 눈길 한 번 주지 않고 지나치는 사이였다. 그런 우리들을 할머니의 행동 하나가 바꾸어 놓았다. 한 사람의 작은 날갯짓이 세상을 바꾼다는 말이 있듯이 세상을 바꾸는 데는 큰 힘이 필요하지 않았다. 단지 우리들의 작은 행동 하나가 필요하다.


나는 왜 저렇게 살지 못했을까? 하는 후회가 밀려왔다. 지나온 세월은 나만 챙기는 삶이었다. 어느 순간부터 나는 엘리베이터에서 만나는 사람에게 짪은 인사조차 피하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이웃을 위해 큰일이 아니라 작은 행동이면 된다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나를 챙기기에 바쁜 하루하루였다.


그건 빠르게 돌아가는 세상 속에 적응하며 살기 위한 내 발버둥이라는 이유를 붙여 본다. 세상은 하루가 다르게 변해간다. 거기에 맞춰 살아가려니 마음이 조급하여 주위를 돌아볼 여유조차 없었다. 앞만 보고 걷느라 누가 곁에 있었는지도, 누가 조용히 손을 내밀었는지도 알아차릴 수 없는 삶이었다.


아니, 어쩌면 다른 사람을 챙기는 방법을 몰랐던 건 아닐까! 낯선 사람이 힘들여할 때 도움보다는 의심의 눈길을 먼저 보내는 마음, 내 도움이 부담스러울까 봐 선뜩 손길을 내밀지 못한 마음이 나를 멈춰 세운건 아닐까?

나는 따뜻함보다는 의심의 눈길을 먼저 보내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이건 세상이 나를 그렇게 만들었다.






수많은 변명과 이유를 붙여 보았다. 세상 탓도 해보고, 방법을 몰랐다는 이유를 해 보지만 나는 이미 알고 있었다. 세상을 따뜻하게 하는 데는 작은 행동이면 된다는 것을. 할머니의 따뜻한 말 한마디가 정류장을 찾은 우리를 바꾸어 놓은 것처럼 나는 그저 작은 행동 하나면 되는 것이었다.


세상을 따뜻하게 만드는 작은 행동은 대단한 결심이 아니라 잠깐의 멈춤에서 시작된다.

눈을 마주치며 건네는 인사,

엘리베이터 문을 한 번 잡아 주는 손,

"괜찮아?"하고 묻는 짧은 한 마디,

누군가의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주고

서두르지 않고 기다려 주는 태도면 되는 것이다. 작아서 아무것도 아닌 것 같지만

그 작은 행동 하나가 어떤 이의 하루를 변화시킬 수 있다는 것을 꼭 기억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