꺾여도 다시 일어서는 힘을 배운다

견디다

by 은하연

견디다

동사


1 ((기간을 나타내는 부사어와 함께 쓰여))

「1」 사람이나 생물이 일정한 기간 동안 어려운 환경에 굴복하거나 죽지 않고 계속해서 버티면서 살아 나가는 상태가 되다.

이 돈이면 며칠은 견딜 수 있겠어.

참고 견디면 좋은 날도 있겠지?

「2」 물건이 열이나 압력 따위와 같은 외부의 작용을 받으면서도 일정 기간 동안 원래의 상태나 형태를 유지하다.

이 구두는 오래 견디지 못한다.








부추를 주문했다.

이번 부추는 올해 처음 자라는 초벌 부추라고 하기에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주문했다. 그런데 택배 상자를 열어보니 초벌 부추라서 그런지 이렇게 작고 손질할 것이 많아서 당황스러웠다. 하지만 영양 부추라고 하니 얼른 손질해서 맛있는 부추김치를 담거야겠다는 생각에 내 손길이 바빠졌다. 부추김치는 향과 맛이 좋아서 젓가락이 자꾸 가는 음식이다. 식구들도 모두 좋아하니 내 마음이 더 바빠진다.


부추는 백합과에 속하는 다년생 초본으로 다른 채소와 달리 한 번만 씨앗을 뿌리면 그다음 해부터는 뿌리에서 싹이 나서 계속 자란다. 그러면 윗부분만 잘라서 먹으면 계속 먹을 수 있다.



부추꽃이다.



부추는 대개 봄부터 가을까지 3∼4회 잎이 돋아나며, 여름철에 잎 사이에서 푸른 줄기가 나와 그 끝에 흰색의 작은 꽃이 피고 열매는 익어서 저절로 터진다. 지방에 따라 정구지, 부채, 부초, 난총이라고 부르는 부추의

한자명은 기양초(起陽草), 장양초(陽草)로 부추가 정력에 좋은 채소임을 말해 준다. >네이버 지식백과


엄마는 반찬거리가 없으면 나에게 작은 소쿠리를 주며 밭에 가서 정구지를 잘라 오라고 시키셨다. 경상도에서는 부추를 정구지나 소풀로 불렀다. 우리 집 정구지밭은 작고 초라했다. 하지만 그곳에는 언제나 초록의 정구지가 자라 있었다. 그래서 우리가 원할 때는 기꺼이 맛있는 반찬이 되어 주었다. 정구지무침은 기본이고, 입맛 없을 때 먹는 정구지전은 정말 향긋하고 맛있었다. 비빔밥에 넣어 먹는 정구지도 입맛을 돋우는 존재였다.


한 번 씨앗을 뿌리면 계속 재배해서 먹을 수 있는 부추는 정말 생명력이 강한 식물이다.

하지만 달리 생각해 보면 그 강한 생명력을 지키기 위해 얼마나 많은 고난과 역경을 이겨내야 했을까? 생각하니 저절로 존경스러운 마음이 생긴다.


부추는 무수히 많은 세찬 바람도 피해야 하고, 억수같이 쏟아지는 거센 비도 견뎌야 하고, 일 년 내내 뿌리가 썩을까 노심초사하는 마음으로 살아야 한다. 추운 겨울에는 찬바람과 추위를 피하기 위해 땅속에서 몸을 웅크리고 봄이 될 때까지 몇 날 며칠 밤들을 추위와 싸워 견디어야 한다. 이런 날들을 견디고 견디며 지내다가 따스한 봄이 오면 슬그머니

' 나 여기 있어요.!'

외치듯이 그 모습을 드러낸다. 이런 부추에게 배울 점들이 참 많다.






부추는 결코 자신을 드러내 놓지 않는다. 시장 한쪽에 소박하게 놓여 있고, 이름도 색도 수수하다. 하지만 한 번 베어도 다시 자라고, 몇 번을 잘라도 계절을 건너 살아남는다. 이런 부추를 볼 때마다 삶은 꼭 높이 자라는 것만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부추는 뿌리를 숨기고 산다. 겉으로 드러나는 것은 가늘고 연약해 보여도, 땅 속에서는 단단한 뿌리가 중심을 지키고 있다. 우리 삶도 그렇다. 눈에 띄는 성과보다 보이지 않는 시간들이 우리를 지탱한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날들, 조용히 반복된 평범한 일상들이 결국 우리 삶을 이어가는 시간들이다.


부추는 결코 서두르지 않는다. 봄에 올라왔다가 여름을 견디고, 가을을 지나 다시 겨울을 준비한다. 부추는 자라야 할 때와 쉬어야 할 때를 스스로 알고 있다. 우리는 늘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강박을 가지고 살아간다. 하지만 부추는 때로는 쉬어 가도 된다는 것을 가르쳐 준다. 잠시 쉬는 시간들이 성장의 일부라는 것을 몸소 가르쳐 주고 있다.


부추는 혼자보다 함께일 때 더 향이 난다. 된장국에, 부추전에, 비빔밤에 조용히 스며들어 그 음식들의 맛을 살린다. 자신을 앞세우지 않으면서도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된다. 우리 삶도 그러하다. 결코 앞에 나서지 않아도 누군가의 하루를 따뜻하게 만드는 그런 존재가 있어야 마음 따뜻한 세상이 되는 것이다.

부추에게서 참 많은 것을 배우게 된다.


우리 인생도 봄처럼 따뜻하고 행복한 일들만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어느 순간 겨울처럼 험난하고 힘든 시기를 만나게 될 때가 있다. 그런 순간을 만나면 하루하루 죽은 듯이 견디다 보면 언젠가는 따뜻한 봄을 만나는 날이 올 것이다. 마치 부추가 긴긴 겨울날들을 참고 견딘 것처럼.


오늘 나는 잘라도 잘라도 다시 자라는 부추를 보면서 꺾여도 다시 일어나는 힘을 배운다. 그래서 나는 땅 속에 뿌리를 믿고 내 속도로 자라기를 선택했다. 결코 쉽지 않은 이 시기를 하루하루 견디다 보면 무어라도 이루어 놓겠지 하는 믿음으로 살아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