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툰
1
「1」 일 따위에 익숙하지 못하여 다루기에 설다.
외국어에 서투르다.
그는 애정 표현에 서투르다.
그들은 희준이가 농사일에 서투른 줄 알면서도 간혹 품앗이로 손을 바꾸기도 하였다. ≪이기영, 고향≫
「2」 전에 만난 적이 없어 어색하다.
눈에 서투른 남정네.
여기서도 사람을 구해 보낼 생각은 있으나 아주 낯 서투른 사람을 보낼 수 없어 부친만 들어오기를 기다리는 판이었다. ≪염상섭, 삼대≫
「1」 ((주로 ‘서투르게’ 꼴로 쓰여)) 앞뒤를 재어 보는 세심함이 없이 섣부르다.
서투르게 수작을 부리다.
서투르게 행동하다가는 실패하기 쉽다.
「2」 생각이나 감정 따위가 어색하고 서먹서먹하다.
첫 대면은 아니지만 너무 오랜만에 만나서 서투른 생각이 들었다.
&한 걸음 더&
‘서투르다’와 ‘서툴다’는 모두 표준어이다. 이는 준말과 본말이 다 같이 널리 쓰이면서 준말의 효용이 뚜렷이 인정되는 것은, 두 가지를 다 표준어로 삼는다는 규정(표준어 사정 원칙 제16항)에 따른 것이다. 다만, 모음으로 시작하는 어미가 연결될 때에는 준말의 활용형을 인정하지 않으므로 ‘서툴어’, ‘서툴었다’로 쓰지 않고 ‘서툴러’, ‘서툴렀다’로 쓴다.
< 국립국어원 표준어대사전>
그녀의 여름은 종이 위에서 시작되었다. 뜨거운 여름 햇살이 내리쬐기 시작하면 대청마루에서 글씨를 쓰던 그녀의 모습이 지금도 눈앞에 선하다.
나는 그 옆에서 아무 걱정도 없이 만화책을 읽고 있었다. 만화책을 느긋하게 읽던 나와는 달리 그녀는 온 정신을 모아 한 글자 한 글자 신중하게 써 내려갔다.
어린 나는 그녀의 진지한 표정을 보며 늘 무슨 중요한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곤 했다. 그러나 내 생각과는 달리 종이 위에는 삐뚤삐뚤한 글자들만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그것은 중요한 서류도, 유창한 편지도 아니었다.
그녀는 누구나 쉽게 쓰는 단어조차 온 정신을 기울여 서툴게 한 글자 한 글자 적고 있었다. 한 글자를 바로 쓰기 위해 얼마나 마음을 다해 집중했는지 글씨마다 그녀의 숨결이 고스란히 배어 있었다.
그러나 그녀의 남편은 달랐다. 그의 글씨는 어디서든지 눈에 띄게 빛났다. 필체만 보아도 나는 그들이 어떻게 부부가 되었는지 의문이 들었다.
글씨뿐만 아니라 모든 면에서 그와 그녀는 비교가 되지 않을 만큼 달랐다. 그녀는 그런 그와 사는 것이 힘들어서였을까? 아니면 자신을 다잡기 위해서였을까? 이유는 알 수 없지만 그녀의 서툰 글씨 연습은 멈추지 않았다.
씨앗을 뿌린다고 바쁜 봄과 수확한다고 분주한 가을 사이 여름은 어떤 계절이었을까? 여름은 벼가 자라는 것을 지켜보며 부족한 것은 채우고 넘치는 것은 다듬어 주며 관리하는 계절이었다. 그래서 여름은 여유로운 계절이었다.
여름이면 그는 외출을 많이 했다. 평소 친구를 좋아하고 음주가무를 좋아하는 그에게 여름은 환락 歡樂의 계절이었다. 그의 외출이 많아지면, 그녀의 할 일은 쌓여만 갔다. 여름이 아무리 여유롭다고 해도 해야 할 일들은 언제나 그 자리에 있었다.
그가 외출하고 나면 집에 혼자 남은 그녀는 정신없이 바쁜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그녀는 아무리 바빠도 햇볕이 가장 뜨거운 시간에는 대청마루에 앉아서 서툰 글씨를 쓰기 시작했다.
그것이 그에 대한 반항인지 아니면 자신의 굴레에서 벗어나려는 몸부림인지 알 수는 없다.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했다.
여름이면 그녀는 어김없이 그 일을 반복했다. 실력이 늘어나든 그렇지 않든 그것은 그녀에게 중요하지 않은 듯했다. 마치 자유를 갈망하면서도, 다람쥐처럼 자신의 굴레를 끝없이 맴돌고 있는 모습이었다.
어릴 때 나는 그녀의 종이 위를 보는 것이 재미있었다. 나보다 나이가 많은 그녀가 내 글씨보다 서툴다는 사실은 이상하게 나를 우월하게 만들었다.
어른도 완벽하지 않다는 것을 그때 처음 깨달았다. 그래서 가끔 그녀가 잘못 쓴 글자를 발견하면 나는 선생님처럼 지적하곤 했다. 어린 내가 어른인 그녀보다 우월하다고 느끼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종이 위의 글자들이 나를 서글프게 했다. 삐뚤삐뚤한 글자들은 마치 자신의 굴레에서 벗어나고 싶어 하는 그녀의 욕망처럼 느껴졌다.
남편과 동등해지고 싶은 욕망, 자식들에게 떳떳해지고 싶은 욕망, 자신의 삶을 살고 싶은 욕망, 이런 모든 욕망이 그녀의 종이 위에 가득 채워져 있는 듯했다.
欲望이란 부족을 느껴 무엇을 가지거나 누리고자 탐하거나 그런 마음을 말한다. 어쩌면 욕망은 인간을 움직이게 하는 가장 본질적인 에너지라고 할 수 있다.
우리가 무언가를 원하고, 무언가를 갖고 싶어 하는 마음이 바로 欲望이다. 그것이 어떤 욕망이든지 우리를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동시에 때로는 지나친 欲望은 자신을 무너뜨리기도 한다. 그래서 욕망은 적당한 조율이 필요한 존재이다. 욕망을 적절히 다스려 이용한다면 결말은 밝을 것이다.
그녀의 여름은 그렇게 종이 위에서 시작되고 끝나는 시간이었다. 그녀가 자신이 바라던 무언가를 이루었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여름날 뜨겁게 타오르는 태양처럼 그녀의 욕망도 여름을 따라 활활 타올랐다는 사실을 기억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