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재촉하지 않기로 했다.

불안한

by 은하연

불안-하다(不安하다)


「형용사」


「1」 【-기가】 마음이 편하지 아니하다.

「2」 몸이 편안하지 아니하다.

「3」 마음에 미안하다.

분위기 따위가 술렁거리어 뒤숭숭하다. <국립국어원표준어대사전>





불안은 나에게 아킬레스건처럼 따라다니는 존재이다.

그래서 불안이라는 주제를 정해 놓고 오랫동안 글쓰기를 주저했다.

아니, 어쩌면 두려웠는지도 모르겠다.



영화 인사이드아웃 2에서 13살이 된 라일리에게 불안, 당황, 따분, 부럽이라는 새로운 감정들이 생겨난다.

그중에서도 불안이는 기존 감정들과 충돌하면서 라일리의 감정에 깊이 자리를 잡게 된다. 기쁨 이가 주도하는 라일리는 늘 밝고 긍정적인 아이였는데 불안이 가 주도하면서 혹시 실패하거나 실망할까 봐 걱정하고 불안해하는 라일리로 변해간다.

불안이 가 라일리의 감정을 주도하면서 라일리는 점점 자존감이 부족한 아이가 되어간다.

불안이라는 감정은 이렇게 자기 자신에 대한 확신도 약하게 만들고, 자신감도 약하게 만드는 존재처럼 보인다.



하지만 불안이 도 라일리를 보호하고 싶은 감정이었다. 불안이는 라일리가 위험에 대비하고 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도록 미리 대비하고 계획을 세우게 한다. 모든 감정들은 라일리를 위하여 자신만의 방법으로 행동한다. 불안이 도 마찬가지로 라일리를 위한 행동이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불안은 우리 감정 속에 존재하지만 결코 친해지고 싶지 않은 존재이다.





아이를 학교에 보내고 출근하는 길, 가슴이 두근거려서 걸어갈 수가 없었다.

가든 길을 멈추고 숨을 한 번 크게 내 쉬며 마음을 진정시켰다.

불안이 많은 아이였다. 아이가 얼마만큼의 불안을 안고 사는지 나는 잘 알지 못한다.

의사는 보통 사람들보다 훨씬 많은 불안에 쌓여 산다고 했다.

난 그것이 얼마만큼인지 잘 모른다.

다만 내 상상력으로 막연히 생각할 뿐이다.


아이를 학교에 보내고

나는 매일 마음을 졸이며 불안한 하루를 , 한 시간을 일분일초를 보냈다.

어느 날은 핸드폰 화면에 아이 문자만 와도 가슴이 쿵 내려앉았다.

' 무슨 일이 생겼나?'

메시지를 확인하고 가슴을 쓸어내리는 날들도 있었다.

어느 날은 아이가 쓰러졌다는 연락을 받고 학교로 달려가는 날도 있었다.

이렇게 불안은 나에게 모습을 드러냈다.



불안은 언제나 내 주위를 잠시 스쳐 지나가는 존재였다.

어느 순간 잠시 나타났던 불안은

어느 순간 사라지는 날들이었다.



내가 불안이라는 존재를 마주한 것은 아이였다.

불안을 안고 사는 아이, 그렇게 불안은 나에게 들어왔다.



이제 내 일상 속에 불안은 신발 속에 들어간 작은 모래알처럼 느껴진다.

앞으로 나아가야 하는데

신발 속에 든 모래알이 자꾸 나를 멈추게 한다.

그렇게 불안은

내 일상 속 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불안은 나를 따라다니는 아킬레스건이다.

평소에는 겉으로 멀쩡하게 보이고 괜찮은 척 잘 걸어 다니지만,

중요한 순간이 오면 어김없이 그 부분이 먼저 욱신 거린다.

불안은 남들은 모르는 나만의 약점이다.


아킬레스건은 겉으로는 멀쩡해 보이지만

자신에게는 가장 약한 부분이고

결정적인 순간에 그 모습을 드러나는 곳이다.





아이는 지금도 불안과 함께 살아가고 있다.



예전에 나는 불안을 이겨내지 못하는 마음을 이해하지 못했다.

마음만 단단히 먹으면 될 일을 왜 하지 못하는지

답답하게 바라보던 사람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며 나는 알게 되었다.

마음먹는 것만으로는

되지 않는 일들이 있다는 것을.


그래서 나는 아이를

조금 더 지켜보며 기다려 주기로 했다.

어쩌면 시간이 아주 많이 걸릴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아이가 불안이라는 존재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시간이 올 때까지

서두르지 않고,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기다리기로 했다.


이제 나는 안다.

아이는 지금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불안을 이겨내기 위해 애써고 있다는 것을.


오늘도 불안은 아이와 함께 앉아 있다.

하지만 아이가 불안을 밀어내지 않고,

불안이라는 존재를 받아들이고

함께 나아가는 시간이 올 거라고 믿는다.


그 시간이 언제 오던지

나는 기다리기로 했다.

나는 엄마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