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서는 수화기를 들고 말했다.
"오셨습니다."
수화기는 소리 없이 원래의 자리로 돌아갔다. 문의 정면에는 때 하나 묻지 않은 하얀 책상과 빨간 의자가 놓여있었다. 시중에 파는 물건은 아니었다. 역시 하얀색의 둥근 구석이라곤 하나도 없는 길쭉한 탁자가 공간의 오른쪽을 차지하고, 검은 색 의자 열 개가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일정한 간격을 유지하며 길쭉한 탁자를 에워쌌다. 그 의자들과 마주보는 위치에는 모두 그림이 걸려있었다. 정확히 무엇을 말하는지 알 수 없는 그림들에는 공통적으로 한 여자가 웃고 있었다. 그림이 걸린 곳을 제외한 모든 벽은 책과 서류철로 빼곡했다. 책상 뒤의 거대한 창을 통해 바깥풍경이 그대로 노출되었다. 건조한 공기 탓인지 윤의 입술은 바짝바짝 말라갔다. 온화한 미소 뒤로 적당한 경계심을 품은 사장이 그 입술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제출한 서류 아주 흥미롭게 잘 봤어요. 어떻게 그런 아이디어가 떠오르게 되셨을까?"
"아……. 그건, 서류에 설명 드린 대로,"
"아. 됐어요. 사실 발단이 어떻든 중요한 건 전개를 시키는 능력이죠. 아무리 소재를 던져줘 봤자 그걸 이용해서 내용을 만들어내지 못하면 소용없으니까. 마케팅은 공부해 본 적 있나요?"
"아뇨. 그냥 혼자 책만 좀 읽었습니다."
"독학치고는 이해를 잘 했네요. 기본 틀이 탄탄한 편이에요. 아, 물론 정식교육이 좀 필요합니다. 다음 주부터 화, 목요일마다 본사에 나와서 교육을 받도록 하세요."
"아, 네! 감사합니다!"
"아참. 일단 아이디어 채택된 거 축하부터 해야 하는 건데 그랬네요. 축하합니다. 거기에 살 붙이고 정식으로 허가까지 받으려면 시간이 좀 걸리니까 누구한테든 정보는 흘리지 말고 교육받으면서 기다리도록 하세요. 진짜 산갈치를 잡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니까 안 되면 일률적으로 모형으로 가는 걸로 할 거에요. 내 생각도 1호점 정도는 진짜가 있으면 좋겠는데 그거 잡겠다고 너무 에너지 낭비할 순 없으니까. 알겠죠?"
"네. 잘 알겠습니다."
"본사에서 관리해 주겠지만 한 편으로는 본인 소유의 사업체가 생기는 거니까 계속 연구하는 자세가 필요해요. 얌전히 요리만 하시던 분이라 잘하실지 모르지만 일단 믿어보도록 하죠. 나가면서 비서한테 교육일정 받아가세요."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눈빛이 살아있어서 좋네. 오느라 수고했어요. 가보세요 그럼."
윤은 기껏해야 윤보다 한두 살 많아 보이는 사장이라 불리는 남자에게 가마가 훤히 보이도록 고개를 숙인 다음 입술을 씰룩거리며 그 곳을 빠져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