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선택된 좌석입니다
포도알이란 공연장 내 좌석을 의미한다. 인터X크에서 공연 예매할 때 좌석이 보라색으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그 포도알 수확하는 것이 나의 임무. 시골 할머니 포도밭에서 포도 따기와는 다르게, 인터X크 포도알 수확은 고도의 순발력을 요구한다.
3초, 2초, 1초 땡 하자마자 날짜와 시간을 선택하고, 좌석을 선택한 후 결제한다. 일사천리로 이루어져야 하는 작업이지만 쉽지 않다. 좌석을 선택할 때 누군가가 먼저 차지한 곳을 누르면 '이미 선택된 좌석입니다.(일명 이선좌)'라는 알림 창이 뜬다. 확인을 누르면 이미 포도알은 거의 사라진 상태... 눈밭이다. 패닉이 온다. 겨우 누른 좌석도 '이선좌', 욕심을 버리고 2층으로 옮겨 선택한 좌석도 '이선좌' ...
공연 티켓팅이 있는 날엔 나는 엄마의 용병이 된다. 미리 전달받은 공연과 시간 정보를 받고, 비장하게 컴퓨터 앞에 앉아서 정각이 되기를 기다린다. 숨소리보다 큰 마우스 클릭 소리만 방 안을 가득 채운다. 만족스러운 자리를 예매한 나는 의기양양해진다. 손이 부들부들 떨려서 구석탱이 자리를 잡았다는 엄마는 내가 잡은 좌석을 보고 기분이 좋아진다. 그럼 나는 슬쩍, "나 와플 사줘!" 요구한다. 수고비는 와플이다.
용병 노릇을 하니 점점 티켓팅 실력이 느는 것 같다. 전에는 눈에 보이는 자리 선택하기 바빴다면, 이제는 자리를 고를 여유가 생겼다는 거? 조금이라도 편한 자리에서 관람하길 바라는 나의 마음이기도 하다.
포도알 수확은 사계절 내내 이루어졌고, 앞으로도 이루어질 거다. 아무래도 엄마가 탈덕하기 전까지 용병 노릇을 계속해야 할 것이다. 근데... 엄마는 탈덕을 할까?